양반을 벗고 사람을 담으려오 - 소설로 쓴 연암 박지원의 생애와 문학
김용필 지음 / 문예마당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분주한 일상생활에서도 간혹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살아야 할 텐데 하는 바람을 누구나 한 두 번쯤은 생각해 봤을 것이다. 장마와 태풍이 겹쳐 홍수가 일어나는 요즘에는 여행을 하는 것보다 방콕(방구석에 처박혀)에서 책을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최근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읽었다. 조선 왕실은 1780년 청나라 건륭 황제의 70회 생일을 축하하는 사절단을 파견했는데, 연암 박지원은 이 사절단에 끼어 중국을 다녀왔다. 열하일기는 그 기행문으로, 당시 조선 독서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천고의 영웅은 잘 울고, 미인은 눈물이 많다.” 연암 박지원은 ‘열하일기’에서 ‘리더의 눈물’을 긍정한다. 하지만 영웅은 몇 줄 소리 없는 눈물을 흘릴 뿐이라고 말한다. 참고 눌러 가슴에 묻으면 소리는 눈물로 변해 눈가에 맺힌다는 얘기다. 연암은 그런 눈물이 지극한 감정에서 우러나온 참된 리더의 울음소리라고 강조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확정되는 순간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 회장에게 평창 승전보는 남 다른 감회로 다가왔을 것이다. 힘들었던 유치활동, 끝내 해냈다는 감격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눈물샘을 터뜨린 것이다.

이 책은 연암 박지원이라는 역사 속 실존인물을 소설로 그려낸 것으로서 이 책에서 작가는 연암의 문학작품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고 역경에 가득 찬 인간 박지원의 삶을 조망하면서 숨 가쁘게 달려온 그의 인생 행로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사람이지만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삶을 귀하게 받들고 그들의 삶 속에 이용후생의 실학을 실천하는 연암의 인간적 고뇌와 조선 후기를 빛낸 그의 친구들과의 우정, 연암이 나눈 사랑에 대해 담고 있다.

양반이지만 양반을 거부하고 깊은 학문과 지혜를 가졌음에도 정치 일선에 나서지 않고 힘없고 나약한 서민의 입장에서 그들과 더불어 사람의 향기를 공유했던 연암의 임간 됨에 연민의 정을 느끼며 아름다운 인간미에 깊은 감동을 느끼며 이 책을 읽었다.

연암 박지원은 1737년 2월 5일에 한양의 서소문 근처 반송방 야동에서 명문대가의 자손으로 태어났다. 그의 집안은 영조왕과 지척 간으로 조선의 명문가였다. 그러나 병조참판인 조부 박필균이 사도세자의 죽음을 반대하는 시파 편을 들었다는 이유로 파직당하고, 아버지는 병약한 몸이라 가족을 먹일 능력이 없었다. 장안의 대저택에서 살다가 작은 집으로 이사를 했다.

마침내 지원은 열여섯 살이 되던 해에 이보천의 딸 이실을 아내로 맞이하고, 장인이 스승이 되어 글을 가르쳤다. 하지만 장인과 처삼촌의 죽음으로 방황하게 되고, 우울증이 들어 병을 치료하기 위해 산천을 떠돌며 방황하게 된다. 그러다가 새로운 유형의 이야기를 지으며 개화된 세상을 염원하고 준비했던 그는 50세에 정조의 신임을 받아 선공감 감역의 벼슬길에 올랐으며 56세에 안의현감으로 임명되어 60세까지 안의현을 다스리면서 이용후생의 실학사상을 실천하였고 백성을 위하는 목민관으로서 파란만장했던 인생을 봉사와 개혁으로 69세에 마감했다. 연암은 양반이면서 양반 아닌 서민의 삶을 위하여 그들에게 유익한 문장을 써서 그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일생을 바쳤다. 그는 사람으로 살고 간 진정한 작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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