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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마음 버리기 - 흔들리지 않는 마음, 내 안의 부동심 찾기
오제키 소엔 지음, 김지연 옮김 / 큰나무 / 2011년 6월
평점 :
<무문관>에는 <비풍비번>이라는 에피소드가 실려 있다. 어느 날, 바람에 깃발이 나부끼는 것을 보고 두 스님이 격한 논쟁을 벌였다. 한 사람은 ‘깃발이 움직였다’ 하고, 한 사람은 ‘바람이 움직였다.’고 했다. 두 사람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끝없는 논쟁을 했다. 때마침 지나가던 혜능 선사가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넌지시 말하고 자리를 떴다. “바람이 움직인 것도 아니고 깃발이 움직인 것도 아니다. 그대들의 마음이 움직인 것이다.” 두 스님은 놀라 입을 다물고 말았다. 혜능 선사는 움직인 것이 깃발인지 바람인지를 따지는 것이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여 사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지적한다. 쓸데 없는데 마음이 흔들리고 사로잡혀 있음을 꼬집는 말이다.
이 책은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앞을 가로막는 어려운 상황과 감정들에 대해 대처하는 방법을 불교의 깨달음을 통해 알려주는 책이다. 가난, 부끄러움, 고독, 학대, 다툼 등의 감정의 본질을 불교적 시선으로 살펴보고, 괴로움과 위험, 이별 등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자세에 대해 설명한다. 또한 세상에 대한 욕심과 마음을 비우고 삶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흐름에 따라 나아갈 수 있는 자세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인 오제키 소엔 스님은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가지는 한 방법으로 ‘부동심’을 말한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마음이 동요하는 스무 가지 감정의 순간들을 통해 그러한 동요로 고통스러워하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스님이 그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이렇게 해야 한다.’ ‘이렇지 않으면 안된다’라는 규칙을 말하지 않는다. 단지 삶을 살아가라는 것, 지금, 당신이 서 있는 그곳을 살아가라고 말한다. 여러 가지 고민을 해결하려고 고민하기보다 그 생각 자체를 할 여유가 없을 만큼 바삐 움직이라는 한다. 멈춰 방황할 시간에 한발 더 뛰어 지금을 살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흔들리지 않는 마음, 내 안의 부동심'을 찾길 바란다.
부동의 마음이란 ‘여기에 꽃을 피우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는 생각이 들 때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차를 끓여 마시면 얼마나 맛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 그것 역시 그대로 실천에 옮긴다. 부동심은 어떤 것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 아니다. 기쁠 때는 하늘 끝까지 날아오르는 기분이 되고, 슬플 때는 온몸으로 처절하게 슬퍼하는 것. 그때 그곳에서 가득, 가득하게 사는 것, 그것이 부동심이다.
이 책은 총 3부 2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엔 스님은 우리 생활에서 동떨어진 어려운 철학적 사상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스님의 주변 지인과 신자들의 이야기를 예로 들어 우리 자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친절하게 그리고 날카롭게 지적해 준다.
흔들리는 세상, 흔들리는 마음, 폭풍에 흔들리고, 지진에 흔들리고, 전쟁에 흔들리는 세상이다. 어쩌면 흔들림 그 자체가 하나의 자연법칙인지도 모른다.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 부동심이다. 맹자는 40세 때부터 부동심했다고 한다. 이는 공자의 나이 40에 불혹(不惑)이라 했던 말과 통한다. 간디 또한 영국 식민 지배하의 인도 상황에서 그는 독립을 위해 힘쓰다가 암살당했지만 힌두교와 이슬람의 갈등이라는 민족 내부의 모순에 이중으로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어떤 폭풍우가 몰아쳐도 내면의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고 했다. 이 책을 통해서 부동심을 가지게 된 것만 해도 큰 수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