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가분 - 마음주치의 정혜신의 나를 응원하는 심리처방전
정혜신.이명수 지음, 전용성 그림 / 해냄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모셔야 할 부모도, 건사해야 할 처자식도 없고, 만날 때마다 아쉬운 소리를 해대는 친구도 없다면 홀가분할까? 무거운 짐 덩어리가 사실은 기쁨인 것이다. 아직 등록금을 대줘야 할 자식이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행복한가. 내가 번 돈으로 처자식의 옷가지를 살 때는 얼마나 기쁜가? 어머님이 살아 계시니 나이 먹은 형제들이 그나마 모여서 웃고 떠들지 않는가? 늘 스트레스를 주지만 직장이 있으니 돈을 벌 수 있지 않은가? 직장에서 나를 필요로 하니 쓸모 있는 사람이 아닌가?

언어분석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인간은 무엇이 보태진 상태가 아닌 ‘거추장스럽지 않고 가뿐한 상태’에서 가장 큰 기쁨을 얻는다고 한다. 그것이 홀가분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감정을 표현할 때 자주 쓰는 말은 430여개다. 그중에서 사람들이 긍정 감정의 최고 상태로 꼽은 단어가 바로 ‘홀가분하다’이다. 얼핏 생각하면 의미 있는 성취나 물질적 획득 혹은 짜릿한 자극에서 비롯하는 ‘죽인다, 황홀하다, 앗싸!’ 같은 단어가 긍정의 최고 경지일 듯싶은데 결과는 전혀 다르다. 그렇게 본다면 인간이 행복을 느끼는 최소최대 조건은 홀가분함일지도 모른다.

나는 새벽 4시가 되면 새벽기도를 하기 위해서 일어난다. 일어나자마자 볼일을 보고 나면 몸이 얼마나 개운한지 모른다. 무엇을 취한 것이 아니라 배설한 것뿐 인데 개운해지는 것이다. 예수님은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11:28)고 하셨다. 무엇을 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고 있는 무거운 짐을 내려주겠다는 것이다. 홀가분함이 최고의 안식이라는 의미이다.

이 책은 <불안한 시대로부터의 탈출>, <남자 vs 남자> 등의 저서로 유명한 정신과전문의 정혜신 박사와 심리기획자 이명수 마인드프리즘 대표가 지난 5년간 홈페이지에 연재해온 <그림에세이>의 결실로써 엄선된 105편의 에세이를 담은 것이다. 이 책은 세상이 정한 기준과 시선 때문에 불안해하지 않고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을 사랑하고 지지함으로써 온 마음을 홀가분하게 하는 심리처방전이다. 저자는 자신의 체험과 여러 가지 심리치료 사례를 통해 지치고 아픈 이들의 마음을 깊이 헤아리고 있다. 또 내적자신감과 건강한 자기애를 회복할 수 있도록 풍부한 심리학적 근거를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은 마음 상태에 따른 다섯 가지 심리처방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처방전에서는 조건 없이 이유 없이 ‘나를 사랑하는 법’을 자세히 설명한다. 두 번째 처방전에는 나의 상처와 고통을 뜨겁게 안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임을 일깨워준다. 세 번째 처방전에서는 세상과 나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나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한 메시지를 들려준다. 네 번째 처방전에서는 사람 관계 속에서 아프고 힘들더라도 건강하게 거리를 두는 법과 마주보는 법을 담고 있다. 다섯 번째 처방전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먼저 만나야할 사람은 나입니다’ 등으로써, 상처와 고통 속에서 나를 뜨겁게 끌어안고, 타인과 건강하게 거리를 두며 나를 제대로 알아가는 법을 알려준다.

정혜신 박사는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이 글들이 만병통치를 자신하는 약장수의 영험한 약 같은 처방전일 수는 없다”며 “하지만 적어도 자기를 돌아보고 보듬어주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심리처방전의 역할로는 상당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은 세상의 잣대에 휘둘리고 끊임없이 상처받고 갈등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치유 에너지를 불어넣어주는 예방주사이자, 처방전이라고 할 수 있다. 치열한 사회 속에 살면서 불안과 스트레스와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인들의 ‘마음의 병’을 다스릴 예방 주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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