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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 그 치명적 유혹
피터 H. 글렉 지음, 환경운동연합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도쿄의 수돗물에서 일시적으로 유아용 기준치를 넘어선 방사성 물질이 발견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 지역 시민들 사이에선 이른바 ‘생수 구하기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는 도쿄 정수장의 방사성 요오드 오염 농도가 기준치 이하로 떨어져 일단 유아에 대한 수돗물 섭취 제한 조치는 해제된 상태지만, 점포와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는 생수를 손에 넣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요즘 편의점이나 슈퍼, 가판대를 비롯한 온갖 장소에 생수가 넘쳐나고 있다. 학생의 책가방, 여객기의 기내 서비스, 호텔 객실, 회의실, 식당 메뉴판에서 구내 식당까지 온통 생수가 자리를 잡았다. 어떤 집은 큰 병 생수를 잔뜩 사다놓고 생수로 밥을 하는 상태이다. 사무실 냉장고에도 항상 생수 몇 병씩은 들어있다.
도대체 우리가 언제부터 물을 사먹게 된 것일까. 우리는 생수에 대해서 굉장히 왜곡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생수가 어떻게 생산되고, 어떤 안전기준이 지켜지고, 또 사회적으로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근래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생수에 대한 소비가 급증한 상태이다.
이 책은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퍼시픽 연구소의 설립자 겸 소장이며, 수자원 분야의 세계적인 피터 H.글렉이 전 세계 생수 판매량의 다섯배를 소비하는 미국의 사례를 통해 자본주의 시대 최고의 상품인 생수 속에 깃든 모순을 통찰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것은 생수업체들의 꼼수라고 지적을 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 지리학자는 물이 없는 도시는 감히 도시가 아니라고 했다. 1886년에 준공된 뉴욕 시의 공공 급수대에는 신약성경〈요한계시록〉21장 6절에서 인용한 “내가 생명수 샘물로 목마른 자에게 값없이 주리니.”란 구절이 각인되었다.
저자는 지구촌이 물의 제3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한다. 물의 제1시대는 생각하는 능력이 있는 인간이 물의 사용과 폐기물 처리를 변덕스런 자연의 수리 순환 과정에 의존하면서 시작되었다. 제2시대는 자연의 물 사정에 부족함을 느낀 인간이 의도적으로 수리 순환을 조작하면서 원시적인 제방, 수로, 관개수로, 하수처리 체계를 만들고, 법과 사회구조에 물 관리를 포함하면서 열린다. 제3시대는 물에 대한 공평한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 또한 공중의 건전한 참여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물 관리와 최상의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제3시대에는 모든 사람들이 안전한 수돗물의 혜택을 누리고, 생수는 자연스레 불필요해질 것이다.
이 책에는 생수에 관한 모든 이야기가 모두 4부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다. 생수 출현 이전의 식수 역사로부터, 생수의 발달사, 이후의 전망까지…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생수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특히 이 책의 부록으로 ‘한국의 생수는 안녕한가?’에서 염형철 서울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위험하고 은밀한 한국형 생수 산업’, ‘생수와 샘물의 수질 기준 비교 및 업체 현황’ ‘환경운동연합이 제안하는 수돗물 건강하고 맛있게 먹는 법’을 수록하여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가 날마다 마시고 있는 물에 대한 역사와 모든 것을 담고 있으므로 누구든지 읽고 수돗물과 생수에 대한 모든 것을 자세하게 알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