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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28가지 암살사건
오다기리 하지메 지음, 홍성민 옮김 / 아이콘북스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20세기는 음모의 시대이다. 두 차례의 세계 대전과 냉전의 시대를 거치는 동안, 세계는 서로를 속이고 상대를 은밀히 암살했다. 미국에서는 흑인 인권운동가인 마틴 루터 킹 목사나 베트남전쟁과 관련된 케네디 대통령 일가가 암살되는 등 자주 암살 사건이 일어나곤 했었다. 현 오바마 대통령은 흑인이면서 동시에 민주당계열이니 곱으로 위험한 셈이다.
암살은 역사의 흐름을 늦추기도 하고 때로는 가속화하기도 했다. 한국 현대사도 예외는 아니다. 해방 정국의 대표적 지도자 몽양 여운형은 좌익과 우익의 합작을 주도하며 통일민족국가를 수립하려고 노력했지만 1947년 극우 청년에게 암살되면서 좌우합작은 수포로 돌아갔다. 분단을 극복하려고 애쓴 백범 김구 역시 1949년 암살당하면서 민족에게 큰 슬픔을 안겨주었다. 한평생 조국의 독립과 통일을 위해 헌신했던 김구는 스스로 마지막 독립운동이라고 선언한 민족통일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아야 했다.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만약 김구가 살아있었다면 민족상잔의 비극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한국의 민주화운동에서도 암살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인동초의 삶’처럼 일생 동안 숱하게 ‘사선’을 넘나들었다. 그 스스로 “나는 일생에 5번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회고처럼 죽음의 목전까지 간 것만 5차례였다. 그는 납치와 암살 위기에 몰렸으나 끝까지 살아남아 민주화의 상징이 됐다.
1979년 10월26일 일어난 박정희 대통령의 암살 사건은 20세기 아시아에서 일어난 많은 암살사건 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이며 중요한 사건이다. 그는 재임기간 동안 한국의 빈곤문제를 상당히 해결했지만 정작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영광의 순간까지는 미처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또 한일 국교정상화 회담에서 미국과 일본의 강압적 요구와 회유에도 불구하고 독도에 대한 일본의 어떠한 요구도 결코 인정하지 않았다.
암살사건은 단순히 극적인 소재 또는 흥미로운 읽을거리가 아니라 오늘날 세계가 처한 현실을 이해하는 핵심 코드이다.
이 책은 모두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 ‘대중을 이끈 카리스마의 죽음’에서 존 F 케네디, 에이브러햄 링컨, 마틴 루터 킹, 맬컴 액스, 베니그노 아키노, 마하트마 간디, 이토 히로부미를 다룬다. 제2장 ‘의혹의 어둠으로 사라진 생명’에서는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베나지르 부토, 린뱌오, 안와르 사다트, 응오딘지엠 등을 살핀다.
제3장 ‘혼돈을 부른 죽음’에서는 이누카이 쓰요시, 소모사 가르시아, 박정희 등의 암살을 소개한다. 제4장 '미수로 끝난 암살'에서는 아돌프 히틀러, 로널드 레이건, 아웅산 수치, 피델 카스트로, 하미드 카르자이 등 암살을 모면한 인물의 사건에 다가선다.
저자는 스필버그 감독의 ‘뮌헨’으로 잘 알려진 검은 9월단의 암살 기도와 이에 대한 이스라엘 측의 보복 암살과 같은 드라마틱하고 유명한 사건을 다룬다. 그러면서도 필리핀 야당지도자 베니그노 아키노,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파이잘의 사례 등 조명 받지 못한 중요한 역사적 사건도 언급했다. 안중근 의사의 총에 맞아 사망한 일본 최초의 총리대신 이토 히로부미, 부하의 세력 싸움에 휘말린 박정희 대통령 등 한국 근현대사에서 중요한 인물을 일본인 저자가 어떻게 바라보는지도 이 책을 통해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