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아이 - 정인경 심리 에세이
정인경 지음 / 맥스미디어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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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누구나 잠을 자면서 꿈을 꾼다. 그것이 악몽이든 길몽이든, 그 속에는 우리의 삶과 내면의 심리가 들어있다. 철학자인 저자 정인경은 “나는 꿈을 꾼다. 고로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녀에게 있어 꿈은 존재의 이유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여러 가지 다양한 꿈들을 통해 우리 안에 깊숙이 숨겨져 있던 본능과 열망을 드러낸다. 꿈의 주인공은 단맛을 탐하며 눈물을 흘리고, 위대한 겨울 산의 순례자가 되기도 하면서 잃어버린 꿈과 욕망을 상기시킨다. 사랑에 대한 통찰이 빛을 발한다.

이 책은 철학자 정인경이 불교 잡지 ‘해인’의 칼럼 <사랑할 땐, 별이 되어>를 통해 삶과 사랑의 의미에 대해 탐구하면서 심리 에세이 22편을 실었다. 꿈과 무의식이라는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심리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해 꿈의 세계로 나들이 하면서 야성 회복, 가족, 사랑, 자아 성찰 등에 대해 몽환적으로 다룬다. 꿈속에서 저자는 엄마 뱃속의 태초 모습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살아 있는 간을 탐하는 ‘여우 아이’도 된다.

“여우 아이의 시간인 밤이 오면 살아 있는 간을 먹는다. 매일 밤 살아 있는 내 간을 먹는다. 그리고 밤마다 이 세상 밖으로 나간다. 그곳에서 나의 야만과 욕구는 더 이상 죄가 아니다. 오히려 순진무구한 본능의 자유, 억압되지 않은 야성의 생명이다.”

이 책은 일반적인 자서전 스타일의 에세이들과는 차이가 있다. 이 책은 에세이집이면서 마치 한 편의 짧은 소설과도 같고 시 같기도 하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독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전체적으로 몽환적인 디자인과 내용으로 이루어져 다 읽고 나면 기나긴 꿈을 꾼 듯한 느낌을 준다.

“우리가 꿈꾸는 완전한 사랑은 지상에서는 낯선 사랑이다. 그는 나의 것이고 나는 그의 것이지만, 완전히 소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하나가 되리라는 희망, 그 자체가 중독이다. 중독에서 벗어나 사랑을 하려면 우리가 완전하기를 열망하면 안 된다. 우리는 하나가 되리라는 희망을 가져서는 안 된다. 서로의 반쪽을 사랑하고 존중해서 반쪽 그 자체로 놓아두어야 한다.”

영원한 사랑은 우리 시대의 종교적 도그마이다. ‘나’의 결핍을 완전하게 채워줄 따뜻한 보살핌과 지고한 격려와 지순한 배려를 사랑이라고 한다. 완전한 사랑은 우리 시대의 마약이다. ‘나’의 책임과 자유를 영원하게 확장시키는 마법과도 같은 사랑은 ‘너’의 관계를 원하지 않는 사랑이다.

이 책 심리 에세이집을 읽으면서 가족관계를 생각해 보았다. 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며 사랑이 된 여자, 아버지를 증오하며 세상과 멀어진 여자, 아버지와 화해하며 세상과, 그리고 자기 자신과 화해하게 된 여자, 그녀가 정인경이고 바로 나이다. 생명 본능의 자유를 갈구하는 것이나 생을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문제나 상황에서 자기의지로 해결해 가야하는 내적 갈등을 보면서 인간은 영원히 고독한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또한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일상의 행복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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