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와 비밀의 부채
리사 시 지음, 양선아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파리에서 태어나 LA에서 자라난 작가, 리사 시(Lisa See)의 [설화와 비밀의 부채]는 ‘21세기의 펄 벅’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동양적인 정서와 중국 근현대 여성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작품 속에서 생생하게 구현해낸 작품이다. 이 책은 중국, 일본, 영국을 비롯한 전 세계 38개국에서 번역 출간되었으며, 출간 후 52주 연속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는 성과를 올렸다. 캘리포니아 서점협회 올해의 소설상, 전미 아시아 문학상 등을 휩쓸며 세계적인 거장 웨인 왕 감독 연출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한 이 작품은 한국 배우 전지현이 여주인공 역을 맡음으로써 국내에서 더욱 화제가 되었다.

'21세기의 펄 벅'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동양적인 정서와 중국 근현대 여성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생생하게 구현해낸 작가 리사 시의 작품이다. 19세기 중국 후난성의 한 작은 마을에서 천여 년 전부터 여성들에게만 전해져오는 비밀스런 문자 ‘누슈’를 통해 평생 동안 이어진 두 소녀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우정에 관해 쓴 소설 [설화와 비밀의 부채]. 이 소설은 일곱 살이 되면 전족을 하고 다락방의 작은 창 하나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며 남은 나날들을 보내야 했던 중국 여자들의 삶을 생생하게 재현해냈다.

똑같은 해에 똑같은 날, 그리고 똑같은 시간에 태어난 나리와 설화는 중매쟁이인 왕부인에 의해 라오통을 맺는다. 라오통은 “늙을 때까지 함께” 혹은 “함께 늙어간다”라는 의미가 있는 말로, 다른 마을에 사는 어린 두 소녀가 단짝으로 맺어져 평생 우정을 지속하며 살아가는 관계를 뜻한다. 이렇게 라오통을 맺은 두 소녀는 9살 때부터 그 관계가 맺어져 평생의 우정을 함께 한다.

‘누슈’는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억압 받고 쓸모없는 존재로 여겨진 그 시대의 여인들에게는 유일한 그들만의 소통 방법이자 의사 표현 도구였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두 소녀 역시 그들의 비단 부채 위에다 글씨를 쓰고, 수건 위에다 사연을 적고, 이야기를 만들어 자신들이 사는 작은 다락방 창밖으로 띄워 보내며 희망과 꿈을 서로 공유했다. 하지만 여성들만을 위해 여성에 의해 만들어진 이 문자는 그 글을 쓴 여인이 죽으면 대부분 불태워졌다.

이 책을 읽고 전족에 대해 알게 되었다. ‘전족’은 천으로 여성의 발을 묶어 작고 뾰족하게 만드는 것으로, 약 1000년간 지속된 풍습이다. 5세 전후로 시작하는 이 풍습은 여자아이의 발을 붕대로 단단히 감아 성장을 막고 형태를 변형시키며, 이 과정을 거치면 발 크기는 10~15㎝를 넘지 않는다. 특히 전족을 하지 않으면 훌륭한 혼인자리를 마련할 수 없다는 풍습 탓에 ‘울며 겨자 먹기’로 전족을 하는 여성들이 많았다.

우리나라도 옛날엔 남아선호사상이 강해서 여자아이들을 차별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는데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더 심했던 것 같다. 전족을 시작할 때 고통스러워하는 소녀들의 모습과 딸이 죽으면 먹을 입이 줄어들었다고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봤을 때 옛날 여자들이 어떤 삶을 살고 가족들에게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아무튼 전족은 오늘날의 관점에서 상당히 비인간적이며, 남성 권위적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중국 문화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결혼풍습은 부부는 사랑이 목적이 아니라 아기를 가지기 위한 목적, 중매쟁이는 이익만을 챙기는 기획사와도 같다. 당시 중국의 삶을 엿보는 재미가 솔솔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