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바느질하다
김지해.윤정숙 지음 / 살림Life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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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어렸을 적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나는 경상북도 구미시에서 28Km 떨어진 산골에서 태어나 4Km 되는 거리를 걸어서 초등학교를 다녔다. 너무나 가난하여 다 떨어진 옷을 꿰매어서 입고 다니곤 했다. 지금도 어머니를 생각하면 먼저 떠오르는 모습이 바느질 하시는 모습이다. 해가지고 저녁이 되면 늘 등잔불 아래서 나는 숙제를 하고 어머니는 바느질감을 가지고 곁에 앉으셨다. 낮에는 들일을 하시느라 힘이 드실 터인데도 내게는 한 번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으셨다.

어머니는 열다섯 살에 시집을 오셔서 아들 다섯을 낳으셨다. 다행이 눈썰미가 있으셔서 음식이며 옷가지며 만드는 것을 한번만 보면 그대로 야무지게 만드셨다고 한다. 어머니는 목화를 심어서 목화를 따서 실을 뽑아 천을 짜고 물을 묻혀 햇볕에 바래고 물감을 타서 물을 들이고 식구들 치수에 맞게 디자인하여 솜을 넣어 꿰매고 다려서 아들 다섯에게 입히셨다.

누에알을 사다가 뽕잎을 썰어 먹이며 누에를 쳐서 솥에 삶아 명주실을 뽑아서 명주를 짜서 노르스름한 명주 바지저고리에 두루마기 일습을 해 주시던 어머니는 분명 만능 기술자였다. 이불, 요를 비롯하여 속곳이며 버선 몇 죽까지 모두 직접 만드셨고, 홍두깨로 천을 감아 다듬이 방망이로 직육면체인 다듬잇돌에 놓고 방망이질을 하는 것도 일과 중의 하나였다.

직접 쑨 풀을 먹여 다려서 반짝반짝 윤이 나는 희다 못해 푸른빛이 도는 옥양목 두루마기를 입으신 아버지가 절을 하시거나 걸으실 때 마다 옷깃 서걱이던 소리도 단정한 어머니의 정성이 담겨 있어 듣기 좋았다. 한여름 골방에서 찰칵찰칵하며 삼베나 모시를 짜시던 하얀 어머니를 기억한다. 한 올이라도 끊어지면 베틀을 멈추고 일일이 찾아서 잇고 다시 정성껏 베틀 작업을 하시던 모습이 엊그제 일처럼 떠오른다.

이 책은 인터넷에서 핸드메이드 마니아들의 세상을 뜨겁게 달군 두 미시 블로거가 그 간의 깨알 같은 정보를 나누기 위해 쓴 책이다. 사랑하는 딸을 위한 엄마의 마음과 한 아이의 엄마, 한 남자의 아내가 아닌 여자로서의 나를 찾으려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살림과 육아를 책임지고 있으면서도 어느 샌가 넘치는 끼를 주체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보석 같은 창작물을 만들어 내 수 많은 핸드메이드 마니아들을 탄복시킨 대단한 여자들! 아이를 위해,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천을 자르고 바느질을 하며 세상에 하나뿐인 아기자기한 물건들을 뚝딱뚝딱 만들어 낸다. 이 책은 이러한 결과물과 그 과정, 그리고 좀 더 나아가 그녀들의 삶과 생각을 드려다 볼 수 있어서 이 책을 읽으면서 고향을 그리게 되고, 어머니를 그리워하게 된다.

이 책은 원피스, 앞치마, 스커트, 속치마, 커플룩, 쿠션, 인형뿐만 아니라 가방, 파우치, 냉장고 손잡이를 비롯하여 구슬목걸이, 머리핀 등 악세사리까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할 수 있는 소품 25가지를 다뤘다. 작품 하나하나의 잔잔하고 따뜻한 숨결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핸드메이드는 어떤 복잡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어려운 방법으로 공들여서 대단한 작품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조금 못생기고 찌그러졌어도 내 손으로 직접 작은 소품도 하나씩 만들다 보면 작지만 즐거운 변화가 생긴다. 꼼지락거리며 만들다 보면 어느새 신기하게도 나를 닮은 물건들이 탄생해 있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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