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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돌봄은 기적을 만든다 - 한국의 나이팅게일, 김수지의 돌봄 인생
김수지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10년 12월
평점 :
다섯 살 어린 나이에 동생과 함께 길을 걸어가다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흘러나오는 교회에 갔다가 콧물과 먼지로 범벅이 된 더러운 얼굴에 뽀뽀를 해주고 물로 씻겨주고 사탕을 주는 선생님을 만나서 ‘아, 이런 곳이 있구나’, ‘교회는 좋은 곳’이라는 인식이 들어 교회를 다녔던 김수지, 그가 유년시절에 교회에서 배운 것 중에 일생의 좌우명으로 삼은 것은 ‘일일일선’(一日一善). 하루에 한 가지씩 착한 일을 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 되던 해 여수순천십일구사건이 일어나 반란의 주동자들은 주민들을 초등학교 교실에 50~60명씩 집어넣고 경찰, 교사, 목사 등 공공기관에서 일한 사람들은 운동장에 세워놓고 총살을 했다. 그러나 한 사람은 죽지 않았다. 총에 맞아 죽어가는 한 남자를 밤새도록 간호하는 젊은 부인을 지켜보며 큰 감동을 받은 김수지는 7살의 나이에 사람을 살리는 간호사가 될 것을 결심했다. 간호사가 되기로 한 그때부터 간호사의 꿈을 이룰 때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등록금이 없어 쩔쩔매던 상황에서도 지인의 도움으로 기적처럼 간호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고, 미국에서 특별장학금을 받으며 간호학박사 과정의 고달픔을 다 이겨내고 자신의 꿈을 이루어 나갔다. 마침내 한국 최초 간호학박사 1호가 되었고 ‘사람 돌봄’ 이론으로 간호학계의 노벨상인 ‘국제간호대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45년 동안 간호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저자의 삶을 통해 진정한 간호가 무엇인지, 다른 사람들을 돌보고 봉사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 큰 도전을 준다. 저자는 간호는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을 때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안암 말기로 암세포가 뇌까지 번져 시한부인생 선고를 받은 시어머니 옆을 한시도 떠나지 않고 극진히 간호하여 18년을 더 사신 이야기와 뇌암 말기로 죽기 직전인 호스피스 환자의 마지막 소원인 <다잉 영>이라는 영화 를 보여준 이야기는 가슴 저릿한 감동을 준다. 그녀는 사람에 대한 이해와 통찰력으로 환자의 아픈 몸 뿐 아니라 그들의 인생까지 아름답게 회복하게 하는 기적의 삶을 살았다.
저자는 호스피스 활동을 하면서 죽음을 앞둔 환자들에게 최대한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어떻게 나이 들어 갈 것인가’, ‘어떻게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갈까’인 ‘웰에이징’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드디어 2009년 5월 오랫동안 꿈꾸었던 노인 돌봄 공동체인 ‘사랑의 집’을 개원하고 웰빙, 웰에이징, 웰다잉을 준비하도록 돕고 있다. 이 책은 이웃을 돌보는 일을 하는 간호사, 호스피스 봉사자, 사회복지사, 그 외에도 다른 사람을 돕고 봉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큰 도전을 줄 것이다.
저자는 만 62세 때 대학에서 인터넷으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학교 강의가 없는 토요일에 인터넷을 통해 하루 종일 공부하고 평일에는 저녁에 틈틈이 공부를 했다. 인터넷으로 강의를 듣다가 아이디어가 생기면 클릭해 강의를 멈춘 뒤 아이디어를 종합, 정리해 메모를 했다. 공간의 제한이 없기 때문에 1년 동안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에 교환교수로 나가 있는 동안에도 공부를 이어갔다. 그가 지금 하고 있는 노인공동생활가정도 사회복지학 숙제를 하다가 떠올린 아이디어라고 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그의 끊임 없는 노력과 사랑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 또 한편으로는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하나님께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음에도 나는 남에게 사랑을 베풀지 못했음을 고백하고 나도 베푸는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