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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사유
박기원 글, 김은하 그림 / PageOne(페이지원)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비즈니스 관련 술자리만도 넘치는데 동창회나 망년회 등이 겹치면서 일주일에 서너 차례 이상 술을 대해야 되는 계절이 다가왔다. 호주가들은 즐겁겠지만 보통 직장인들이 이 시기를 넘기기엔 보통 버거운 게 아닐 것이다. 그러나 어차피 마셔야 한다면 기분 좋게 마시는 것이 그나마 나을 것이다.
이 세상에서 술만큼 인간과 가까이 있는 것도 드물다. 특히 연말이 되면 각종 모임으로 인해 술과 친해진다. 인간이 가진 음식문화 중 가장 오래된 것 중 하나가 바로 술이다. 하루 한 잔의 술은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고 적당히 마음을 즐겁게 해주어 스트레스를 풀어준다. 하지만 지나친 음주는 정신과 육체를 병들게 한다. 물론 사람들은 술을 적당히 마시면 약이 되고 과음하면 독이 된다는 평번한 상식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못하기 때문에, 음주문화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곤 한다.
사람들은 흔히 술을 먹으면 말이 많아진다. 그 말이 그 사람의 진심이 담긴 말인 경우도 많다. 따라서 술은 술을 마시는 행위 그 이상의 허다한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다. 이 책은 그 ‘모든’ 술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2~30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에피소드를 모아 항상 쉽게 접할 수 있고 가까이에 있지만 아무도 색다르게 생각해 보지 못한 술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하게 펼쳐놓는다.
이 책은 남들처럼 사랑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술만 마신 남자 박기원, 술 마시느라 사랑할 시간을 다 빼앗겨 버린 여자 김은하 이 두 사람은 당대의 최고의 술꾼이라 할 만한 시인인 두보와 이백을 불러내 가상으로 대담을 나누기도 하고, 나폴레옹이 조선에 표류되어 프랑스의 와인을 그리워하는 상상의 이야기도 설득력 있는 근거들을 가져와 한 편의 스토리로 창작해본다.
<음주 사유>는 술에 대한 3가지 다른 ‘사유’를 함축하고 있다. ① 思惟: 음주에 대해 두루 생각하다 - 이제까지 우리는 어떻게 마셔왔는가?, ② 事由: 술을 마시는 까닭 - 우리는 왜 매번 후회하면서도 계속 술을 마시는 걸까?, ③ 私有: 술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다 - 그러면서도 술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우리들의 모습을, 기발한 상상력과 해학적 문장을 잘 버무려 저자들만의 특유한 표현방식으로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
함께 마시고 싶은 사람과 즐겁게 마시는 술은 달콤하다, 하지만 다른 목적 때문에 마시는 술은 내가 술에 대해 사유할 수 없게 만든다. 내가 술의 주체가 되어 마시고 술을 나의 소유로 만들지 않으면 내가 술의 소유가 되고 말 것이다. 즐거운 연말, 즐거운 술자리가 되기 위해서 이번 기회에 ‘나는 왜 술을 마시는가?’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이 사유의 답을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한 술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한 해가 저물어 가는데 사람들은 아쉬운 마음을 술로 달랜다. 유독 한국인들은 아쉬운 마음을 술로 달래는데 익숙하다. 또한 미처 하지 못한 말을 하기는 해야 하는데 용기가 없을 때, 그럴 때도 역시 우리들은 술의 힘을 빌린다. 어떤 경우에서든 술을 특효약처럼 생각하는 우리들, 이 책을 읽으므로 음주문화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가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