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를 따라 산을 오르다 - 조선 선비들이 찾은 우리나라 산 이야기
나종면 지음 / 이담북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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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잎이 유혹하는 등산철이다. 날씨가 조금 쌀쌀하긴 하지만 11월이야말로 아름다운 단풍을 구경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는다. 특히 11월의 산은 형형색색의 단풍을 원없이 보고 떨어진 낙엽을 밟으면서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남은 한해를 정리하기 더 없이 좋은 공간이다.

지난주간에는 양평에 있는 용문산에 다녀왔다. 높이 1,157m의 용문산은 가을 단풍과 은행나무가 유명하다. 용문산 입구의 가로수도 은행나무로 되어 있다. 용문사의 은행나무는 약 1,100살 정도로 추정되며, '천년의 은행나무'로 불리운다. 높이 67m, 뿌리부분 둘레 15.2m로서 우리나라 은행나무 가운데 나이와 높이에 있어서 최고 높은 기록을 가지고 있다. 주변에 문화유적등의 볼거리가 많고 용문산 중원산에서 흘러내리는 계곡 등의 자연휴식지도 많아 사철 관광인파로 붐빈다. 관광지에는 잔디광장, 분수대, 야외공연장, 조각공원, 농업박물관, 놀이공원인 용문산 그린랜드가 있다. 관광지 입구에는 우리나라의 모든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음식촌이 형성되어 있는데 우리 일행은 중앙식당에서 산채 비빔밥을 먹었다.

등산복, 등산화도 없이 도포자락을 휘날리던 옛사람들은 어떻게 험한 산을 올랐을까. 유유자적한 삶을 살던 분들이 왜 굳이 산을 찾았을까.

이 책 [선비를 따라 산을 오르다]는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출신인 저자는 조선시대 선비들이 우리 산천을 유람하고 <유기>(遊記)라는 작품을 아주 많이 남긴 사실을 알았다. 그후 온갖 문헌을 탐독한 뒤에 북한산부터 백두산까지 23곳의 산을 유람한 기록을 담아 독자들에게 선비들의 삶과 철학, 그리고 산에 관한 정보와 함께, 선비들의 유람을 단순한 산수 유람으로만 정의내리지 않고, 심신수양의 한 면으로 해석하고 그에 따른 해설을 덧붙였다.

오늘 우리는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거나 허약해진 몸을 단련하기 위해, 건강을 위해 산을 오른다. 즉 입산이 도시, 농촌생활의 확장일 뿐이다. 옛사람들은 산의 입구인 초도(超道)를 건너는 순간, 외부와 차단되고 신선의 세계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선다고 여겼다. 저 현실세계 속세의 넝쿨처럼 질기게 얽힌 인연을 뛰어넘어야만 올바른 수양이 시작된다고 본다. 그래서 그들은 외부가 차단된 곳으로, 산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산을 오른다고 해서 산을 잘 아는 것은 아니다. 생각이 없으면 매일 가도 똑같은 산일 뿐 이다.

옛사람들은 산이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옛 사람들이 명산을 유람하고 남긴 기록들을 산별로 묶었다. 정조 때 문인 이옥(1760∼1813)이 북한산을 다녀와 남긴 ‘중흥유기(重興遊記)’, 조선 중기의 대표적 문장가인 이정구(1564∼1635)의 도봉산 유람기 ‘유도봉서원기(遊道峯書院記)’,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켰던 조호익(1545∼1609)이 묘향산을 기록한 ‘유묘향산록(遊妙香山錄)’ 등이 책에 소개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바로 옆에 산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바라보기만 해도 감화를 받는다. 요즘 너무 많은 사람이 산에 올라 산을 망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부록으로 실은 ‘은자의 거처’, ‘은자의 생활’, ‘은둔의 미학’은 산에 들어 사는 옛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살펴보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현대인들이 꼭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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