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씨 마을의 꿈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마오쩌둥의 사상과 위상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출간 즉시 판금조치와 함께 전량 회수된 일화로 유명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에 이어『딩씨마을의 꿈』도 중국정부로부터 출판금지를 당했다고 한다. 중국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자신의 작품을 통해 세상에 알리고 치료하고자 하는 작가의 용기 있는 결단이 녹아든 작품,『딩씨 마을의 꿈』은 현실을 쓴 것인 동시에 꿈을 쓴 것이고, 어둠을 쓴 것인 동시에 빛을 쓴 것이며, 환멸을 쓴 것인 동시에 여명을 쓴 것이다.

모든 것은 피로부터 시작되었다. 주삿바늘 하나가 그들의 살을 뚫었을 때. 바로 그때, 피와 죽음이 맞 바뀌고 삶이 저주와 뒤섞였다. 그래도 여전히 뜨거운 것은, 피다.

이 책은 인구가 다 합쳐서 팔백 명도 안 되는 작은 딩씨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딩씨마을은 가난하지만 소박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시골마을이었다. 이 마을에 어느 날 매혈(賣血)붐이 시작된다. 정부에서 피를 팔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인민들이 매혈운동에 적극 동참하기를 바란다는 권고를 해온 것이다.

가난한 딩씨마을 사람들은 피를 팔아서 부자마을이 된 곳을 견학했다. 일은 적당히 하면서도 피를 팔아 한 마을이 부유해진 광경은 딩씨마을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딩씨마을에서도 사람들이 피를 뽑아 양식을 바꾸기도 하고, 집을 마련하기도 하여, 어느 순간 피를 뽑는 모습이 일상화 되었다. 마을은 윤택해지고, 사람들의 생활도 풍요로워졌다. 한 달에 한번 뽑던 피를 3주에 한번 2주에 한번 점점 시기를 앞당기며 뽑는다.

딩후이는 나아가 그 과정에서 제대로 돈벌이 할 궁리를 하고 채혈소를 지어 피 장사를 제대로 시작한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흐르자 ‘열병’이라는 재앙이 마을을 덮친다. 그 열병이란 바로 비위생적인 채혈과정에서 퍼진 에이즈다. 에이즈란 불치병이 온 마을을 순식간에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이미 열병임이 판명된 사람들은 마을의 유일한 학교에 모여 집단생활을 하며 가족으로부터 격리되어 하루하루 목숨을 이어가고, 피를 판 사람들은 언제 자신이 열병에 걸리게 될지 모를 상황에 전전긍긍 애태우고, 어떤 이는 피를 팔지 않았는데도 피를 판 이들과 같은 병에 걸려 사망하기도 한다. 멀쩡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아내가 남편이 아들이 딸이 부모가 열병에 걸렸기에 마을에서 열병으로부터 자유로운 이는 단 한사람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이야기의 배경인 딩씨마을은 같은 성의 사람들이 한 마을을 이루며 사는 집성촌의 성격을 띄고 있기에 더욱 심각 할 수밖에 없다.

『딩씨마을의 꿈』은 피를 팔아 잘 살아보려다가 에이즈에 걸린 마을 사람들을 통해 인간의 이기적인 모습과 추악함, 끔찍한 욕심들을 드러내 보여준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실컷 이용하기만 하고 헌 신짝 처럼 쉽게 외면해버리는 정부와 그 사이에서 제 욕심을 채우기 위해 간사한 술수를 쓰는 박쥐형 인간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소설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의 장면은 관을 팔고 사는 광경이다. 채혈소를 운영하면서 한 몫 챙긴 딩후이가 어느 순간 관을 팔아 더 큰 몫을 챙긴다. 『딩씨마을의 꿈』은 중국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욕망에 미친 우리 모두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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