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기술
안셀름 그륀 지음, 김진아 옮김 / 오래된미래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옛 노인은 탄식하기를 “가시로도 막을 수 없는 게 늙음이요. 막대로도 칠 수 없는 게 백발이라”고 했다. 예나 지금이나 늙음이 썩 환영을 받는 것 같지는 않다. 더러는 노인문제를 핵가족화, 도시화, 고령화 같은 사회 변동과 연관지어 ‘현대’ 사회 문제의 하나로 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노인에게는 ‘전통’ 사회가 꼭 황금 시대였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출산율이 낮아지고 평균 수평이 길어지면서 나타난 고령 인구의 증가, 곧 고령사회는 바로 현대 사회의 현상이다. 한국도 이미 2000년에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7%를 넘어선 사회를 가리키는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2019년쯤이면 노인 인구의 비율이 14.4%에 이르러 ‘고령 사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들 한다.

<노년의 기술>은 우아하게 잘 늙는 방법을 일러주는 책이다. 독일 출신으로 베네딕트 수도회 수도사이자 세계적으로 명망 있는 영적 조언자인 ‘안제름 그륀’이 썼다. 그륀 신부는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늙지만 잘 늙는 방법은 배워야만 알 수 있다고 하면서 우선 늙는 것을 받아들이고 즐기라고 조언한다. 즉 사람이 늙어가며 겪을 수밖에 없는 한계를 인정하고, 그 속에서 새롭게 발전된 자신을 발견하고, 시기에 맞는 도전의 대상을 찾고, 익숙한 사람과 이별하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 등 여러 상황을 보여주며 삶의 지혜를 들려준다.

저자는 노인이 되어서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지만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그것에 대해 스스로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잘 늙는다는 것은 부드럽고 너그러워지는 것이며, 욕심을 버리고 과거를 내려놓을 줄 아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생에서 이룬 성과와 인간관계, 권력 등을 내려놓아야 노년의 새로운 가치인 지혜, 너그러움, 여유, 자유가 그 자리에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경제적으로 노년을 준비하는 것만큼, 정신적으로 노년을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무한 경쟁 속에서 주어진 삶속에서 코앞에 닥친 일만 걱정하고 나아간다면 질병과 절망 속에서 생의 나머지 절반을 보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질주하던 삶의 행보를 잠시 늦추고 자신의 걸어 온 길을 반추해보며 삶과 죽음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인생을 더 가치 있게 살기위해서 꼭 해보아야 할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고령화 사회의 쟁점은 건강문제와 경제적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수명의 연장으로 이제 우리는 정년퇴직 후의 30년 이상을 소득 없이 먹고살아야 하는 생활을 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인생의 후반전에는 자신이 축적한 경험과 전문 지식을 이용해 타 분야로 나가거나, 새로 시작하거나, 취미활동을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직업으로 확장시키는 것도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겠다.

노년의 기술은 평생을 두고 갈고 닦아야 하는 것이다. 삶이란 결국 젊어지는 일이 아니라 늙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노인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 늙어가는 것에 대해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값진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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