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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자 유성호의 유언 노트 -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지침서
유성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4월
평점 :

‘리앤프리카페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유언장은 꼭 죽음을 목전에 둔 노인들만 쓰는 것이 아니다. 젊은 사람들도 유언장을 써볼 필요가 있다. 유언장을 쓰는 동안 죽음을 가깝게 느끼고 삶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발견하게 된다. “오늘의 유언이 내일의 삶을 위한 다짐이 된다.”
내가 먼저 유언장을 써보아야겠다. 내가 지금 죽는다면 가장 슬퍼할 사람이 누구일까? 생각해보면 아내, 다음으로 아들, 딸이다. 나는 아내에게 어떤 유언을 남길까? 무슨 말을 해 줄까? 생각하니 늘 가슴에 담고 있던 말이 하나 있긴 하다. “여보! 한 평생 고생 많이 했소.” “나는 편안히 눈을 감고 하늘나라에서 당신을 보고 있으니 부디 슬퍼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책은 20년간 1500여 건의 부검을 담당하고 죽은 자에게서 삶을 배우는 법의학자이며, 현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촉탁 법의관을 겸임하고 있는 유성호 교수가 27년간 3,000건 이상의 부검을 수행해오면서 깨달은 죽음과 삶에 관한 ‘지식’과 ‘통찰’, 나아가 유한한 삶과 필연적 죽음을 마주하는 ‘실천적 방법’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성찰을 담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유언’이라는 키워드로 죽음과 삶을 직면할 것을 권한다. 그가 전하는 유언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 남기는 말이 아니라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더욱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한 실천에 가깝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상실과 애도, 연명의료와 존엄사에 대한 논의로 확장하며 현장 사례와 데이터, 여러 문헌과 연구를 근거로 ‘좋은 죽음’과 ‘좋은 삶’을 둘러싼 다양한 질문과 이야기를 전한다.
저자는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죽음을 의식하면 삶에 더 겸손해지고,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게 된다.”고 하면서 “유한한 생 앞에서 더 열심히 사랑하고, 더 깊이 이해하며, 더 온전히 살아가려는 의지를 갖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유언은 떠나는 이의 마지막 메시지를 담는데, 단순히 물질적 상속을 넘어, 그 사람이 중요하게 여긴 가치와 철학,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남기는 마지막 소통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유언은 떠난 이의 삶과 신념을 간직한 기록이며, 이를 통해 남겨진 사람들은 고인의 진심과 뜻을 이어갈 수 있다고 했다.
이 책을 읽다가 보니 성경 곳곳에 역대 왕과 선지자들의 유언이 생각났다. 다윗 왕이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아들 솔로몬에게 한 유언(왕상 2:1-12)을 보면, 하나님 앞에서 율법을 지켜 행할 것과 솔로몬이 새롭게 나라를 세우는데 잘못한 사람과 은혜를 갚아야 할 사람에 대하여 어떻게 처벌하고 은혜를 갚을 것인가를 유언으로 남긴다. 모세의 유언(신명기 33~34장)을 보면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백성에 대한 사랑과 소망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죽음은 인간 누구에게나 이 세상에서는 피할 수 없는 길이고 과정이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계획하는 방법,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 깊이 사랑하는 방법, 인생의 의미와 목표를 발견하는 방법으로서, 죽음을 능동적으로 맞이하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기술들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여행을 떠나기 전 주변을 정리하고 유언장을 쓴다. 아내와 아들, 딸에게 유언장 내용과 생각을 미리 전해 두는 것이다.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할까? 지금, 제대로 살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렵다면, 먼저 이 책부터 읽고 실천에 옮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