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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스타브 르 봉의 군중심리
귀스타브 르 봉 지음, 정영훈 엮음, 이나래 옮김 / 메이트북스 / 2025년 2월
평점 :
현대사회는 대중들의 여론을 무시하고는 어떠한 일도 할 수 없는 세상이다.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후보를 결정할 때도 여론조사 결과를 크게 중요시한다. 요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기각해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는 응답율이 40%를 기록한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이처럼 대중들은 단순히 의견을 내는 것으로도 사회의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대중들의 집결된 힘은 역사를 변화시키는 큰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런 군중에 대해 쓴 책이 바로 『귀스타브 르 봉 군중심리』인데, 이번에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읽게 되었다.
이 책은 프랑스 사회학자이자 사상가인 귀스타브 르 봉이 군중의 심리와 행복을 분석한 것으로 개인이 군중 속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설명하며, 집단이 가지는 독특한 심리적 특성을 밝힌다. 르 봉은 군중이 감정에 쉽게 휩쓸리고, 비이성적인 행동을 보이며, 선동에 취약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지도자와 대중의 관계를 분석하며, 군중이 어떻게 형성되고 조종되는지, 군중심리가 역사적 사건에서 어떻게 나타났는지 자세한 예시를 들어 설명해나간다.
지금까지 쇠락한 문명을 대대적으로 파괴하는 데 가장 크게 공헌한 세력은 군중이었다. AI 시대에도 군중심리는 형태와 매체만 다소 달라졌을 뿐,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다. 역사를 돌아보면, 문명이 뿌리내리고 있던 정신적 기반이 영향력을 상실했던 순간, 제법 그럴싸한 이유로 야만인이라 불렸던 맹목적이고 난폭했던 군중은 문명이 붕괴되는 데 마지막 일격을 가했다. 여태껏 소수의 특권계층 지식인들만이 문명을 세우고 주도할 수 있었다. 군중은 결코 이 자리에 낄 수 없었다. 군중에게는 파괴하기 위한 힘만 있을 뿐이었다.
군중심리란 많은 사람들이 같은 행동을 할 때 집단에서 고립되지 않거나 모욕당하지 않으려고 그 행동에 동조하려는 심리를 뜻한다. 이는 현대에도 SNS 활동에서 목격되곤 한다. SNS에서 특정 여론이 형성됐을 때 그 여론에 거스르지 않으려는 심리를 겪는 경우가 예시다. 대개 부정적인 뉘앙스로 쓰인다.
저자는 프랑스 혁명 이후 나폴레옹의 왕정복고기를 지나고 불안정한 입헌군주제를 하고 있을 때 태어나 보불전쟁과 파리 코뮌을 거쳐 대통령제를 실시하려고 할 무렵 다시 1차 세계대전을 겪는 등 그야말로 군중심리로 세상이 여러 번 세워졌다 엎어졌다 하는 시기를 살다보니 그런 회의적인 서선을 갖게 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대중 집회가 많은 시기이다. 역사시대에 접어들면서 항상 대중 집회는 증가하였다. 대중은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집단적 시위를 하기도 한다. 시위는 행진, 연좌, 농성, 진입 등 올바르지 않은 국가 권력에 저항하기 위해 모이기도 하였다. 대중의 모임은 시대의 흐름을 바꾸기도 하였고, 때로는 시대의 역행을 이루기도 하였다.
이 책을 읽고 군중 심리는 분명 단점도 있지만, 우리가 이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활용한다면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감정을 공유하고, 협력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행동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군중 심리를 통해 주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군중 심리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대신, 그것이 가진 가능성과 힘을 인정하고 올바르게 활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군중 속에 있을 때 나의 행동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 본다면 모두 함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