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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그 깊은 독백 - 익숙했던 것과의 결별 바람이 지구를 흔든다
박갑성 지음 / 예미 / 2025년 2월
평점 :
정년이 가까워 오면 누구나 ‘은퇴 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직장인이라면 정년 퇴직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정년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고, 설령 버티고 버텨 정년을 채운다 해도 살아가야 할 날이 많다. 좋든 싫든 평균 수명이 늘어나 100세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60세에 정년퇴직을 해도 그 이후로 40년을 더 살아야 한다. 자식에게 기댈 수 있는 시대도 아니다. 언제까지 건강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 나도 40년을 근무한 직장에서 은퇴를 했다. 지나온 시절을 뒤돌아보며 모든 것을 추억 속에 묻으려하니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젖어든다.
이 책은 시인으로 현대사회 속 인간의 삶을 노래한 시집 <풍경소리>를 출간한 박갑성 작가가 7년 만에 펴낸 신작 에세이다. 32년간 근무해 온 SK텔레콤 직장을 떠나는 정년퇴직자로서, 지나간 시간에 감사하고 한편으로 정년을 맞는 소회를 일기 형식으로 기록한 공감 에세이이다. D-365로부터 시작해, 오랜 시간 삶의 일부였던 정든 공간에 퇴직 인사를 고하기까지 제주 애월에서 한달살이를 1년의 시간을 담아냈다.
이 책에서 작가는 “직장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사원증, 개인 법인카드, 노트북을 반납하고 나니 허허벌판에 던져진 벌거숭이처럼 남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하면서 “한순간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처럼 공허하다. 이제부터 아마추어 같은 삶은 시작될 것이다.”라고 하면서 정년 이후의 모습을 생각한다.
우리에게 직장이란 어떤 의미일까? 작가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새벽 시간에 깨어 첫 버스와 첫 지하철을 타고 첫 출근을 하면서 언제나 처음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아왔다(p.97)고 말한다. 과거에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직장에서 목숨 걸고 일하기도 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으며 승진하는 등 여러 형태의 보상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는 평생직장의 개념은 완전히 사라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년 이후의 나의 모습을 생각해 본다. 지난 시간은 그동안의 습관, 생각의 방식, 심지어 행동까지 짜인 틀에 갇힌 모습이었다. 그 후 내 마음을 채운 말은 한마디로 ‘막연하다’라는 것이었다. 처음엔 새장에서 풀려난 새의 자유로움을 느꼈으나 실상 얼마 지나자 이전 매일의 삶에서 과연 ‘무엇’이 오늘의 모습을 만들고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하는 시간이 찾아왔다. 지금부터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 ‘어떻게’하는 것이 이후 삶에서 나의 모습일까 심각하게 고민해 보았다.
인생의 사계절에서 나는 어디쯤 왔을까? 작가는 지금까지는 회사의 명함에 기대어 살아왔다고 고백하면서, 앞으로 맞닥뜨리게 될 낯선 날들에 대해 “이제부터 조금은 느리고 서툴고 지난하겠지만, 다발에 묶이지 않고 한 송이 꽃으로 (…) 타인의 삶이 아닌 오롯이 자신의 삶을 살아내려고 한다.”(p.279) 고 결심한다.
인생의 겨울은 그동안의 삶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목표를 세우는 재정비의 시간이다. 이 시기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중요한 단계이기도 하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데, 삭막한 도시의 일상 속에서도 변해가는 계절과 흘러가는 시간을 따뜻한 언어로 풀어낸 이 책을 통해 큰 힘과 위로를 받았다. 정년을 앞두고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