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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위한 레시피 - 펜 대신 팬을 들다
조영학 지음 / 틈새의시간 / 2024년 3월
평점 :
오늘날 많은 가정이 해체되고 있다. 젊은이들은 결혼을 기피하고 있고 급증하는 이혼으로 인해 기존 가정들이 무너지고 있다. 가정 해체의 주요 원인은 물질의 부유로 인한 극심한 개인주의와 성적인 문란으로 인해 가정의 질서가 파괴되는 것에서 기인한다. 지금 젊은이들은 결혼도 하기 전에 가정 파괴를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결혼한 가정도 마찬가지로 언제 깨질지 모르는 위기에 놓여 있다. 텔레비전 드라마만 봐도 집안의 가장인 남편이 아내와 자녀들에게 무능력하다는 이유로 무시당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그러다 보니 가정에서 가장들의 권위가 무너지고 있다.
이 책은 <여성신문>에 “아내를 위한 레시피”라는 글을 연재하고 있는 번역가이자 저술가인 조영학 저자가 가족과 사랑에 대한 근본적인 가치를 재조명하고, 텃밭을 가꾸는 일을 통해 삶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레시피를 담았다.
이 책은 모두 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아내를 위한 레시피’에서는 저자가 부상을 입은 아내를 대신하여 부엌에 들어가 밥을 짓고 밥상을 차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전한다. 2장 ‘리틀 포레스트’에서는 저자가 도시농부로 텃밭을 일구면서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이야기한다.
나는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아내를 위한 레시피’라고 하여 반찬에 들어가는 레시피를 알려주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니 밥을 차리고 음식을 하고 장을 보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또한 흙을 만지고 씨앗을 뿌리는 이야기도 아니라 저자가 몸소 보여주는 “이렇게 살아야 제맛이다”를 함께 경험해볼 수 있는 에세이였다.
이 책에서 저자는 발을 다친 아내에게 “부엌에 들어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으나 재료가 어디 있는지 몰라 허둥대기 일쑤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아내를 위해, 가족을 위해 밥을 차리면서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것을 깨달았다. 누군가는 살림을 도맡아 하는 사람을 ‘부엌데기’로 깎아내리지만, 저자에게는 더없이 귀중한 일이었다. 살림이란 곧 가족을 위해 사랑과 배려를 표현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가족 간의 유대감과 사랑이 깊어지고, 이로 인해 평화가 찾아온 이유도 바로 자신이 부엌을 차지한 덕분이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 아내가 아프다고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서 “남자가 살림을 맡으면 가정에 평화가 찾아온다!”는 말을 가슴깊이 새겨본다.
저자는 텃밭을 가꾸는 일을 자연과 가까이하고 싶은 욕구에서 소일거리로 삼으려고 했는데, 조금만 한눈을 팔면 잡초로 뒤덮이는 텃밭은 그야말로 정글로 변하여 이제는 즐거운 노동이 되어버렸다고 하는 말에 이해가 간다.
내가 강원도 평창에 전원주택을 건축하고 마당에 잔디를 심고 화단에는 꽃나무들을 심었지만 잡초가 자라 아무리 뽑아도 해결이 되지 않아 지금은 아예 포기해버렸기에 저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있다. 사람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때 비로소 나만의 속도에 맞추어 호흡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서 아내를 사랑하는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일이 삶의 진정한 행복과 만족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이 글은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