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역사 - 우리가 몰랐던 제도 밖의 이야기
세라 놋 지음, 이진옥 옮김 / 나무옆의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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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그리울 땐 어머니의 은혜라는 노래를 불러본다. 낳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요/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 없어라/

 

어머니가 살아계실 땐 어머니의 은혜를 갚을 시간이 마냥 많은 줄 알았다. 세상의 모든 자녀들이 부모를 잃은 후 똑같은 후회를 한다고 한다. 살아계실 때 좀 더 잘 할 걸 하고 말이다. 어쩌면 자녀에 대한 희생과 사랑이 어머니들의 운명이듯, 어머니를 잃고 땅을 치며 후회하는 것은 자녀들의 숙명인지도 모르겠다. 대신 그 자녀는 자신이 부모가 되어 똑같이 희생과 사랑을 반복한다. 내리사랑이라는 말이 그래서 생긴 것 같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인간의 진정한 도리이자 인생의 굴레가 아닐까.

 

이 책은 현재 인디애나 대학교 역사학 교수이자 두 아이의 어머니인 세라 놋은 과거의 어머니들이 남긴 일기와 편지, 짤막한 메모, 법정 기록의 한 줄, 그림 속 인물 등 흥미로운 자료들을 탐사하며 평범한 여성들의 잃어버린 이야기를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평균 일고여덟 명의 아이를 낳았던 17세기 북미의 어머니에서 아이를 가져야 할지 논쟁하는 20세기 말의 페미니스트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광대하고 복잡한 모성 경험에 대한 놀랍고도 감동적인 이야기를 전해준다.

 

이 책은 어머니가 된다는 것이 예전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라는 물음에서 시작된다. 17세기부터 20세기 말까지 영국과 북미 지역의 어머니, 크리족과 오지브와족 여성에서부터 애팔래치아 산맥의 소작농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쌀 플랜테이션 농장의 노예화된 사람들부터 뉴욕시와 런던 이스트 엔드의 공동주택 거주자들에 이르는 다양한 사회 집단들을 조명한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눈을 뗄 수 없는 역사적 일화들은 어머니의 삶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을 열어준다.

 

저자는 아이를 키우면서 글을 쓰는 자신에게는 일인칭 작문이 이러한 동사 지향적 접근을 보완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특별한 것은, 내가 본능적으로 엄마 노릇 하기가 일의 일종이며, 사랑의 노동이며, 언제나 다른 활동들 사이에서 수행되는 한 활동임을 인식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리하여 엄마 노릇 하기는 모든 돌봄이 존중받는 광범위한 보살핌의 연합체를 구축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 말한다.

 

이 책은 인간의 역사는 곧 엄마의 역사이고, 인간의 조건은 엄마의 조건임을 보여주는데, 이 책을 읽는 동시에 우리는 계급과 젠더, 인종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고, 보살핌의 윤리가 왜 공적인 규범에 포함되어야 하는지 깨달을 수 있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듯이 아이는 부모의 모습을 닮아간다. 그러므로 자식의 모습 또한 부모의 거울일 수밖에 없다. 엄마로 산다는 것은 천국을 등에 업고 지옥 불을 건너는 것이라고 했다. 자식을 낳아 키우는 엄마와 엄마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다.

 

'이 글은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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