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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바꾼 전쟁의 역사 - 미국 독립 전쟁부터 걸프전까지, 전쟁의 승패를 가른 과학적 사건들
박영욱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2월
평점 :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한다. 자기 부족, 민족,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 소속된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서, 어느 때는 통치자 및 독재자의 욕망에 의해서 전쟁은 끊이지 않았다. 지금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진행 중에 있다. 불행하게도 잔인한 전쟁을 통해서 인류의 역사가 발전해 왔다.
이 책은 한국국방기술학회 이사장, 명지대·우석대 객원교수 박영욱 군사학자가 과학이 개입하기 시작한 근대 전쟁에서 출발해 과학으로 인해 전쟁의 양상이 어떻게 변화를 거듭했는지, 또한 전쟁의 승패, 국가의 선택으로 어떻게 세계 패권이 이동해 왔는지, 미국 독립전쟁부터 프랑스 혁명, 1, 2차 세계대전을 거쳐 걸프전까지 24가지 결정적 장면을 통해 과학이 바꾼 전쟁의 양상을 조명한다. 화약 개량을 위해 화약 국장으로 임명된 화학자 라부아지에를 시작으로 인류를 식량 위기에서 구한 비료 원료를 개발해 놓고 독가스에 이를 활용한 화학자 하버, 전쟁을 빨리 끝내고 싶어 기관총을 발명한 의사 개틀링 등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저자는 세계 패권을 뒤흔든 전쟁의 뒤 안에는 언제나 과학과 기술이 있었다고 말한다.
우연히 일어나는 전쟁은 없다. 6.25 전쟁 때도 수많은 조짐이 있었다. 당시 정치권은 신탁 찬성과 반대를 두고 정쟁만 하고, 사회는 어지러웠다. 준비 안 된 신생국가는 소련이 점령한 북한 김일성의 침략에 대해 전혀 대비하지 않았다. 북한이 하루가 멀다고 미사일을 쏘는 지금도 “설마 전쟁이 일어나겠어?”라든가 “설마 우리에게 핵무기를 사용하겠어?”라고 안일하게 생각한다. 지구상에서 전쟁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이 한반도인데 정작 한국인만 무심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과학자는 인류의 영웅이 될 수도 있고, 수천만 명의 목숨을 뺏는 전범이 될 수도 있다. 인류를 구원할 수도, 파멸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p.110) 라고 말했다. 독가스 개발을 주도했던 하버는 역사적으로 엄청난 업적을 세운 화학자였다. 산업혁명 이후 가속화된 현대 물질문명 발달의 결과 중 하나는 급속한 인구 증가였다. 당연히 세계적인 식량부족 문제가 대두됐고, 인류는 급속히 농업 생산성을 늘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맬서스의 인구론이 나온 배경이었다. 이때 이러한 전 지구적 문제의 단초를 과학적으로 해결했던 과학자가 바로 하버였다. 암모니아 합성의 공로로 1918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하버는 “과학자는 평화로울 때는 세계에 속하지만, 전시에는 국가에 속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전쟁사, 과학사라고 해서 무겁고 어려운 이야기를 담은 것은 아니다. 에디슨과 벨 등 익숙한 발명가들이나 듀폰과 포드 등 낯익은 회사들의 이름을 만날 때면 반갑고, 무기 경쟁을 유발해 수익을 챙긴 로비스트 자하로프와 원자폭탄 기술을 한 나라가 독점하는 것을 우려해 스파이가 된 푹스 이야기에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한 편 한 편 마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듯 책장을 넘길 수 있다. 역사란 참 신기하다. 세기를 뛰어넘은 실제 이야기들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닿기까지 역사적 사실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쟁의 역사에 관심은 있지만 접할 기회가 적어 문외한 나에게 이 책은 매우 흥미로웠다.
이 책에 뒷부분에 보면 ‘이 책에 나오는 전쟁사와 과학사 연표’를 정리하여 왼쪽에는 전쟁사, 오른쪽에는 과학적 사건들을 모아놓았기에 이 책을 읽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세계 역사에 일어났던 전쟁에 대해서 알기 원하는 분들에게 읽기를 권한다.
‘이 글은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