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관찰 일기
미로코 마치코 지음, 권남희 옮김 / 길벗스쿨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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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부터도 강아지를 키우는 집은 많았지만, 가족이 핵가족화되면서 직장을 찾아 혼자 살거나, 자식들이 떠나고 혼자사는 1인 가족이 나날이 늘고 있는 현상과 함께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 애견, 애묘인들의 급격한 증가인 것 같아요. 


저는 약 20년동안 강아지와 함께 생활한 경험이 있어요. 그래서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하는 아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그 책임의 무거움을 알기에 쉽게 승낙을 못하는 미안함에 아들에게 조그마한 선물하나 하고 싶어 이 책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일본 화가이자 그림책 작가인 미로코마치코가 도쿄에서 살면서 고양이를 키운 일상을 보여줍니다. 주인공은 하얗고 복슬복슬하고 덩치 큰 수컷 고양이 테츠조 ~! 고양이와의 귀엽고 즐거운 일상을 잊고 싶어 않아서 매직펜으로 슥슥 그린 그림을 2010년부터 매년 달력으로 만들기 시작했다고 해요.


그림은 선이 굵어 어린아이가 그린 듯 귀엽고, 글씨 또한 삐뚤빼뚤한데요. "선생님, 테츠조는요" 라는 말로 저학년 아이가 선생님에게 조잘조잘대듯 말하고 있어요. 달력에 들어갔던 그림들이라 딱 한 페이지 분량의 이야기가 쭉 이어져서 끊어 읽기도 좋지만, 읽다보면 즐거움에 절대 중간에 끊을 수가 없어요. 



하지만 절대 피할 수 없는 날이 오고, 테츠조는 작가에게 최고의 고양이로 기억되게 됩니다. 하지만 인연이 있었는지, 슬픔이 잊혀져갈 때 쯤 미로코마치코에게 다시 길고양이 두 마리가 오게 됩니다. 그리고 JR소토보선 근처에서 주웠다고 이름을 소토와 보로 지어줘요. 그리고 다시 즐거운 고양이와의 동거를 이어가죠.


이 책을 보면서 고양이도 당뇨병에 걸린다는 것을 알았고, 창문이 열린 줄 알고 달려가다가 방충망에 부딪쳐 넘어지는 모습이나, 좋아하는 햄을 먹고 싶어 자는 척하며 슬금슬금 다가가는 모습 등에서 생각보다 영악하지 않고 멍청한 부분이 있어서 너무 귀여웠어요. 


또한 신사다우면서도 귀여운 면이 있었던 테츠조와 달리, 소토와 보의 천방지축 일상은 고양이마다 성격이 참 다르구나를 느끼게 했어요. 그리고 한 마리와 살 때의 조용한 일상과 두 마리랑 살 때의 다이나믹한 일상은 너무 비교가 되었는데요. 소토와 보가 밖으로 탈출했을 때의 에피소드를 보면서 저러다가 잃어버릴 것 같다는 생각도 했고, 다른 고양이를 발견하고 주인을 찾을 때까지 임시로 보호하게 될 때는 초조하기도 했어요. 





강아지가 다 성격이 다르듯, 다양한 성격의 고양이를 볼 수 있었고, 어떤 행동들이 고양이에게는 당연할 수 있구나를 책을 통해 느낄 수도 있었는데요. 고양이를 키우면서 하나하나 알아가도 좋겠지만 이렇게 미리 책으로 알고 대하는 것은 참 다를 것 같아요.


개와 달리 고양이는 선뜻 마음을 열지 못하는 분들이 이 책을 접한다면 개랑 똑같네라는 느낌을 받으실 것 같아요. 그리고 없던 고양이에 대한 애정도 만들 수 있을 듯 해요. 


언젠가 아들도 독립을 하면 고양이를 키울 것 같은데요. 그 때쯤이면 이렇게 접한 고양이에 대한 지식이 즐거운 일상을 만들어 주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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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 평전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32
도가와 신스케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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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국어시간에 문학작품을 공부하면 그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고 토론하는 것이 아니라, 대강의 줄거리와 일부 발췌, 그리고 작품이 가지는 의미와 작가에 대해 공부를 하지요. 


제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는 작품을 접한 방식이 이런 방식이라 자세히 읽어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나쓰메 소세키 평전'이라는 책을 접할 기회가 생겨 '이 참에 이 책을 시작으로 그의 작품을 하나씩 읽어볼까'라는 생각으로 읽게 되었어요.


그렇게 만난 '나쓰메 소세키 평전'은 적당한 크기에 제가 좋아하는 주황색 표지라 첫페이지부터 메모해가며 꼼꼼히 읽어보았어요. 저에게는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앉은 자리에서 읽어내는 책이있고, 조금씩 나눠서 읽어내는 책이 있는데, 이 책은 두 번째 부류였어요. 


하지만 책의 마지막에 '소세키의 대략 연보'가 실려 있어 메모까지는 사실 필요없었어요.

스티커 이미지

 

"나 역시 나약한 사내에 불과하지만, 약하면 약한 대로 삶이 다하는 순간까지 해볼 걸세."


나쓰메 소세키의 본명은 나쓰메 긴노스케.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4남이라는 이유로 부모에게 버려졌지만 그를 불쌍히 여긴 누나에 의해 집으로 돌아오기도 하고, 입양되기도 하지만 입양가정의 이혼과 본가 형제의 죽음으로 다시 친부모에게 돌아오게 되기도 하는 어찌보면 친부모의 애정이 부족한 유년생활을 합니다. 


하지만 양부모에게만은 과한 사랑을 받았으니 성격 형성에 그리 문제가 되어 보이지는 않았는데요. 오히려 나쓰메 소세키는 자신의 고지식하고 까다로운 성격을 친구들에게 내비치지 않고 우정을 나누는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일찍부터 자립에 눈을 뜨기도 합니다. 



당시 일본은 동아시아 침략준비가 한창일 때라 외국 선진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때였고, 나쓰메 소세키는 유럽으로 국비유학길에 오르게 됩니다. 때문에 영문학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었으리라 여겨지며 그 곳에서의 나쓰메 소세키의 학문적 업적에 대한 고민과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문', '한눈팔기' 등 다양한 그의 작품에 녹아있는 나쓰메의 인생과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인상깊었습니다.


다만 그의 평전을 읽다보면 시대가 시대다보니 러일전쟁이나 한국침략에 대한 부분에서는 조금 마음이 착찹할 수 밖에 없었고, 풀리지 않는 그의 호적문제 또한 병역기피의 가능성은 떨어진다는 설명이지만 그래도 조금 안타깝기도 했어요. 




또한 사회참여적인 작가의 모습보다는 시대에 대한 방조자의 모습으로 살아가며, 자신의 관심사인 창작에 몰두하며 인간 본연의 모습 을 집중적으로 탐구하고 고민하는 모습이 많이 그려집니다. 


"결국 인간이란 이해할 수 없는 존재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이란 이해할 수 있는 존재다"


결국 이 책은 나쓰메 소세키의 평전 이기에 그의 일대기가 나열될 수 밖에 없고, 그런 글에 익숙치 않은 탓에 날짜순으로 메모하며 읽어내려갈 정도로 천천히 읽을 수 밖에 없었지만, 앞으로 그의 작품을 하나씩 읽을 때마다 다시 찾아보고 싶은 책임은 분명합니다.


"고집이 셌지만 끝까지 진실함을 버리지 않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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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행복할 거야
정켈 지음 / 팩토리나인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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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런 내가 마음에 들어. 아주 마음에 들어."


웹툰처럼 그림과 짧은 글로 이루어져 있어 순식간에 읽어내려간 정켈의 '나는 오늘 행복할 거야'입니다. 처음 페이지를 넘겨보면 뭔가 어설퍼보이는 선으로 이루어진 그림들이 나오는데요, 점점 뒤로 갈수록 색이 더해진 멋진 그림들이 가득한 책입니다. 


그런 그림과 함께 적혀있는 짧은 손글씨 또한 삐뚤빼뚤한데요. 오히려 그런점 때문에 더욱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잘 전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작가의 말을 살펴보면 "제 인생에 장애물이란 없으리라 확신하며 자신만만하게 걷다가, 작은 돌부리에도 쉽게 넘어지는 저 자신을 발견했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는데, 이건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일꺼에요. 


그런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늘 어딘가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희망에 대해"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SNS에 글을 올리고 있고, 그 글들이 모여 이렇게 책으로 나온 거였어요.




그래서 작가 자신의 생각이 그대로 잘 담겨있고 스스로 어떻게 다독이며 일어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데, 그 마법의 말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답니다. 


"나는 완벽한 방식으로 부족하다. 나는 부족한 대로 아주 괜찮다."




책 속에는 하루의 고단함에 대해 가만히 마음을 다독여 주는 따뜻한 말이 많은데요. "빨간불"이라는 글에서는


"길을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데, 저-멀리.

…빨간불…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자리에 내가 멈출건 아니지.

저기 빨간불이 켜졌다 해도 가던 길은 계속 갈 거야.

초록불은, 또 나의 타이밍에 맞춰서

자연스럽게 켜지고야 말 테니까."

라며 살짝 웃음을 유발하는 그림과 함께 스스로의 의지와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합니다.



또한 재치있는 생각이 드러나는 부분도 많은데요. 우리는 흔히 인생이 게임처럼 다시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하죠. 이 책에도 그런 비슷한 구절이 있어요. 


"인생이 게임처럼"이라는 글을 보면, 살면서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는 게임처럼 선택창이 떠서 고민할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고도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사는 세상은 중간 저장도 못하고 다시 껐다 켜지도 못하는 뒤로 갈 수도 없는 싸구려 게임 안인 건지"라고 해서 웃을 수 밖에 없었어요. 


물론 싸구려 게임이라고 싸구려 인생이 떠올라 씁쓸할 수도 있지만, 그런 싸구려 게임이라도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한 번 주어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 씁쓸한 단어만은 아닌 것 같아요.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아름다운 내 삶"이라는 마지막 글이었는데요. 인생을 살다보면 선택해야 할 때 우리는 심사숙고하여 선택을 하지만,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하고 최상의 선택을 하기도 해요. 하지만 그 어떤 선택이든 그 순간 최선을 다한 것이고, 그 결과들은 내 삶을 더욱 나답게 만들어준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내 인생을 아름답게'라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생각해보면 '아름답다'는 건 '나답다'는 뜻인 것 같아"


일상을 살다보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힘들때, 외로울 때, 마음대로 잘 안될 때, 우울할 때 그런 마음을 다독여주는 친구 혹은 가족인데요. 이 책이 우리에게 조용히 그런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남의 일기장을 보며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라는 기분도 느낄 수 있고, 게다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쓸쓸하고 외로운 마음을 조용히 보듬어 주는 따스한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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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윈터 에디션)
김신회 지음 / 놀(다산북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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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표지가 너무 이뻐서 신청한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입니다. 저에게 보노보노는 파랗고 동그란 해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는데요. 아마도 만화를 한 번도 보지 않아서 저에겐 그냥 문구 속 캐릭터였나 봅니다.


그런 상태에서 만나 본 책은 역시나 너무 이뻤고, 살짝 들춰본 페이지에는 약간은 아마추어가 그린 듯한 그림이 있었는데요. 대충넘긴 페이지에서 매일 곤란해서 발을 동동 굴리는 저를 쾅 때리는 문장이 있더군요.


"보노보노, 살아 있는 한 곤란하게 돼 있어. 

살아있는 한 무조건 곤란해

곤란하지 않게 사는 방법 따윈 결코 없어.

그리고 곤란한 일은 결국 끝나게 돼 있어.

어때?

이제 좀 안심하고 곤란해할 수 있겠지?"


뭐죠? 보노보노가 이렇게 인생을 통찰하는 만화였던가요? 그런데 저는 왜 몰랐을까요? 단지 제가 그 세대가 아니어서일까요? 이런 생각을 하며 다시 처음부터 꼼꼼히 읽어보았답니다. 


그리고 어느새 책상에 앉아 2018년 다이어리를 가득 채우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했는데요. 너무 멋있는 말이 많아서 당분간은 보노보노를 읽고 또 읽을 듯 합니다. 사실 만화는 벌써 조금씩 보고 있답니다. 




"봄의 가장 좋은 점은 봄이 온다는 거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 책은 작가 김신회의 보노보노 독후감이에요. 보노보노에게 완전히 빠졌다가, 지루해하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보노보노를 친구로 여기며 살고 있다는 김신회 작가의 보노보노에 대한 사랑이 잘 드러나 있어요.





보노보노는 파란 해달입니다. 그런데 얘가 살짝 특이합니다. 완전 소심! 그런데도 친구가 많아요. 괴팍한 장난꾸러기 너부리, 귀여운 포로리 그리고 종종 등장하는 잠을 사랑하는 고양이 야옹이 형, 언제나 행복한 프레리 독 등 오히려 부러운 정도입니다.


보노보노 만화에서 항상 삼총사처럼 보노보노와 너부리, 포로리를 함께 하는데요. 어느 날 너부리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대화를 나누며 웃는 게 이해가 되질 않아서 물어봅니다. 그러자 포로리가 대답해요.


"쓸쓸하지! 바로 그거야, 보노보노!

다들 쓸쓸하다구, 다들 쓸쓸하니까

재미없는 이야기라도 하고 싶은 거라구."




특히 가장 눈시울이 붉어졌던 곳은 보노보노가 아버지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는 에피소드였는데요. 참는 게 특기인 보노보노의 아버지는 보노보노가 모르는 굉장한 인생을 살아왔고, 보노보노는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되지요. 그 때 보노보노의 질문에 고래 장로는 이런 대답을 합니다. 


"응. 몰랐지. 앞으로는 더 모를거야.

눈에 보이는 거랑

지금 아는 것만 알고 있으면 되는거야

하지만 그건 진짜가 아니지."


저도 아마 저희 부모님에 대해 잘 모를껍니다. 젊은 시절의 영광은 말로만 전해 들었을 뿐 직접 보질 못했으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참 안타까웠고, 조만간 부모님을 찾아뵈어 지난 날 부모님의 멋진 추억들이 듣고 싶어지더라고요.




또한 김신회 작가는 어른이라는 것에 대해 말하기를 "꿈 없이도 살 수 있으면 어른"이라 하여 공감했고, "삶을 비참하게 느끼게 만들고 일상을 고단하게 하는 꿈이라면 평생 이고 지고 살 필요는 없다"고 해서 위로를 받을 수 있었어요.


이 외에도 고래 아저씨의 상처에 대한 이야기, 어른이란 칭찬해 주는 사람이 없어도 스스로를 다독이며 사는 사람이라는 말, 사랑은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이 하는 것이라는 말에서 명확히 표현하지 못하던 해답을 찾아 좋았습니다. 


"무언가를 하면 반드시 무언가가 벌어진다.

어딜가든,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반드시 무언가가 벌어지는 것이다. 

아, 멋진걸"


참으로 느릿느릿하고 당하고만 사는 듯 보이는 보노보노지만, 오히려 보노보노를 통해 당연히 여기던 것들을 당연하지 않게 보는 시선을 배울 수 있었어요. 그냥 무심히 지나치고 알지 못했을 보노보노 속 이야기가 김신회 작가님의 통찰로 재조명되고, 선뜻 답하기 어려운 질문에도 작가님과 보노보노가 함께 멋진 대답을 해주어 더욱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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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운 날엔 쇼펜하우어 ㅣ 필로테라피 5
셀린 벨로크 지음, 류재화 옮김 / 자음과모음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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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철학자들의 책은 어렵습니다. 학교 다닐 때, '어떤 철학자가 이런 말을 했다'며 단편적인 사실만을 들어봤을 뿐이지요. 그리고 사회에 나와서는 직장생활에 적응하고 관혼상제를 제때 치뤄내느라 단절된 독서로 인해 더더욱 철학서를 읽을 기회는 오지 않더어요.


그런데 이번에 쇼펜하우어라는 철학자의 이름이 들어간 책을 발견하고는 앞뒤 재지않고 그냥 신청하고 받아버렸습니다. 어쩌면 이해하기에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죽기전에 한번쯤은 시도해 봐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고, 더불어 살면서 가졌던 의문에 대한 제 답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쫄깃한 느낌을 주는 파란 표지의 '괴로운 날엔 쇼펜하우어'를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내내 든 한가지 생각은 좀더 일찍 읽었더라면 좋았을텐데였습니다. 사춘기 중학생이던 시절 많이 하던 생각에 대한 답을 들은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너무 괜찮은 책이라며 자음과 모음에서 나온 이 필로테라피 시리즈를 다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하지만 끝부분의 결말을 보고는 너무 일찍 읽으면 부작용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인간의 의지에 대해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철학서를 읽는다고 삶에 별 영향을 받지 않을 수도 변화를 겪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누군가에게 물어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 인생에 대한 질문이 생겼을 때는 이 책은 충분히 제 맘을 다독여줬을 것 같습니다. 그런면에서 좀 더 일찍 읽어보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괴로운 날엔 쇼펜하우어'는 쇼펜하우어 책이 아닙니다. 쇼펜하우어 철학을 '셀린 벨로크'라는 철학 교수가 쉽게 설명해주는 책입니다. '철학은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알게 하면서 우리의 삶을 개선하려는 야망 같은 것을 갖는다'며 우리 삶을 바뀌기 위한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끌어내고 그것을 응용해보고 있습니다.


이 책은 진단하기, 이해하기, 적용하기, 내다보기의 네 부분으로 전개되며, 각 장에서 쇼펜하우어가 인생에 대해 말한 것들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며 해설해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 철학서들에 비해 상당히 가독성이 좋은 책입니다.


"인생은 전투이며 우리는 손에 무기를 든채 죽어갈 것이다."


시작부터 쇼펜하우어의 극단적인 인생에 정의로 시작하는데요. 저는 오히려 이런 말들에서 위안을 받으며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인간은 개별적 존재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종 하나로 봐야 하며, 자연에 속해있는 구성요소였습니다. 



"인간의 인생은 이렇게 흘러간다. 희망하고 기대하는 것에 속은 채, 죽음의 팔 안에서 춤을 추는 것이다."


자연의 생명체들은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데 이 본능이 우리가 모르는 '의지'이며, 따라서 자유로운 결정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이런 것들이 본인의 의지로 어떤 나쁜 결과를 도래했을 때 핑계거리가 되겠지만, 마음의 평화도 가져다 주는 것 같았습니다.


"사랑은 우리가 종족 번식을 하도록 자연이 창조한 환각"


인상적인 것 중 하나는 사랑에 대해 말한 부분이었습니다. 쇼펜하우어는 사랑은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번식을 위해 선택하는 행위이며, 유전자의 조합으로 종의 개선을 이끌어 진보하게 하는 자연이 창조한 환각이라 합니다. 한때 잠시나마 제가 가진 사랑에 대한 개념이 극단적이라 여겨서 제 자신이 이상한 것은 아닌가 생각한 적이 있는데요. 이렇게 쇼펜하우어로부터 공감을 얻을 줄은 몰랐습니다.

또한 우리는 흔히 '경험'을 통해 배우며 더 나은 자신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믿는데, 이에 대해 쇼펜하우어는 "우리 인생의 시작부터 끝까지 보유하고 있는 우리의 진짜 성격을 밝혀줄 뿐"이라 합니다. 그리고 '후회'는 우리 본성이나 기질과 맞지 않아 무언가가 어긋나면 우리가 그것을 후회하는 것이라며, 충분히 자기인 것 같지 않은 것만 사실상 후회한다고 하더군요.



가장 최근 제가 줄곧 집중해왔던 '상실과 소멸'에 대해서도 언급해서 기억에 남는데요. 쇼펜하우어는 슬픔을 멈추기 위해서는 "개체의 외양너머에 있는 것을 보아야 하는데, 이런 모든 외양의 근간이 바로 '이데아'다"고 말하여, 그의 철학이 불교사상에 영향을 받은 듯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개체는 죽지만, 종은 사라지지 않는다며, "죽음은 개별성의 상실이자 새로운 개별성의 획득이다."라고 합니다. 그리고 윤회보다는 순환개념을 옹호한다고 하더군요. 이런 쇼펜하우어의 말을 저자 셀린 벨로크는 저자의 '고양이의 죽음'으로 예를 들어주어 확실히 이해되고 위로가 되었습니다.


"오로지 영원만이 실재이고, 유한한 시간은 외양에 불과하다."


이런 인생의 고통에 대해 쇼펜하우어는 예술을 감상하고 경험하는 것이 위로가 된다고 하는데요. "모든 감각 중에서 시각은 의지와 가장 덜 결착되어 있어서 미적 관조는 평안함을 준다. 왜냐하면 그것을 통해 행동으로부터, 즉 살고자 하는 의지의 요구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합니다. 


즉, 예술을 감상하고 즐기는 감각의 환기를 통해 정신의 굴레로부터 벗어나게 되며, 평온하게 된다는 뜻이었습니다.



인간관계에 대한 것도 있었는데요. "인간의 에고이즘은 짐승처럼 인간의 본성 안에 있다. 이런 이기심 때문에 마음 상하지 않으려면, 자기 자신에 대해 그랬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관객으로서 관찰하면 가능하다."며 "우리 자신에 무심해지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을 관객의 시선으로 보아야 한다.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에 무심해져야 도리어 행복해진다."라고 하여 한번 더 불교사상과 유사한 조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인간은 더는 고통 받고 싶지 않으나 그 고통이 자기 고유의 본성에서 나온다는 것을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인간의 생에 대해 정의내리던 쇼펜하우어는 결국 초연, 관객자적 시선, 연민, 자애를 통해 우리가 더 이상 고통을 하소연하는 태도를 갖지 않을 수 있다며, 의지주의를 포기하여 진정한 휴식을 위해 키에티슴, 즉 정적주의와 소극주의, 일종의 형세관망주의를 실천함으로써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 책은 시작하기에 앞서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극약처방이라 쓰디 쓸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맹목적인 환각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유아적 집착과 어리석은 열정을 버리게 하려고, 인생의 잔혹함과 부조리를 극단적으로 묘사하고 있답니다. 하지만 정작 제가 책장을 덮으며 느끼는 것은 자신의 고통과 불안에 대해 내려놓음을 배울 수 있는 최상의 철학일지도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그의 철학서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가 스물여섯살에 출간되었다는데 정말 놀라웠고, 그는 자신의 철학대로 생의 마지막까지도 아주 절제된 생활을 하다가 어떤 고통의 흔적도 없이 자신의 소파에서 삶을 마감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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