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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윈터 에디션)
김신회 지음 / 놀(다산북스)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사실 표지가 너무 이뻐서 신청한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입니다. 저에게 보노보노는 파랗고 동그란 해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는데요. 아마도 만화를 한 번도 보지 않아서 저에겐 그냥 문구 속 캐릭터였나 봅니다.
그런 상태에서 만나 본 책은 역시나 너무 이뻤고, 살짝 들춰본 페이지에는 약간은 아마추어가 그린 듯한 그림이 있었는데요. 대충넘긴 페이지에서 매일 곤란해서 발을 동동 굴리는 저를 쾅 때리는 문장이 있더군요.
"보노보노, 살아 있는 한 곤란하게 돼 있어.
살아있는 한 무조건 곤란해
곤란하지 않게 사는 방법 따윈 결코 없어.
그리고 곤란한 일은 결국 끝나게 돼 있어.
어때?
이제 좀 안심하고 곤란해할 수 있겠지?"
뭐죠? 보노보노가 이렇게 인생을 통찰하는 만화였던가요? 그런데 저는 왜 몰랐을까요? 단지 제가 그 세대가 아니어서일까요? 이런 생각을 하며 다시 처음부터 꼼꼼히 읽어보았답니다.
그리고 어느새 책상에 앉아 2018년 다이어리를 가득 채우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했는데요. 너무 멋있는 말이 많아서 당분간은 보노보노를 읽고 또 읽을 듯 합니다. 사실 만화는 벌써 조금씩 보고 있답니다.

"봄의 가장 좋은 점은 봄이 온다는 거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 책은 작가 김신회의 보노보노 독후감이에요. 보노보노에게 완전히 빠졌다가, 지루해하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보노보노를 친구로 여기며 살고 있다는 김신회 작가의 보노보노에 대한 사랑이 잘 드러나 있어요.

보노보노는 파란 해달입니다. 그런데 얘가 살짝 특이합니다. 완전 소심! 그런데도 친구가 많아요. 괴팍한 장난꾸러기 너부리, 귀여운 포로리 그리고 종종 등장하는 잠을 사랑하는 고양이 야옹이 형, 언제나 행복한 프레리 독 등 오히려 부러운 정도입니다.
보노보노 만화에서 항상 삼총사처럼 보노보노와 너부리, 포로리를 함께 하는데요. 어느 날 너부리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대화를 나누며 웃는 게 이해가 되질 않아서 물어봅니다. 그러자 포로리가 대답해요.
"쓸쓸하지! 바로 그거야, 보노보노!
다들 쓸쓸하다구, 다들 쓸쓸하니까
재미없는 이야기라도 하고 싶은 거라구."

특히 가장 눈시울이 붉어졌던 곳은 보노보노가 아버지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는 에피소드였는데요. 참는 게 특기인 보노보노의 아버지는 보노보노가 모르는 굉장한 인생을 살아왔고, 보노보노는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되지요. 그 때 보노보노의 질문에 고래 장로는 이런 대답을 합니다.
"응. 몰랐지. 앞으로는 더 모를거야.
눈에 보이는 거랑
지금 아는 것만 알고 있으면 되는거야
하지만 그건 진짜가 아니지."
저도 아마 저희 부모님에 대해 잘 모를껍니다. 젊은 시절의 영광은 말로만 전해 들었을 뿐 직접 보질 못했으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참 안타까웠고, 조만간 부모님을 찾아뵈어 지난 날 부모님의 멋진 추억들이 듣고 싶어지더라고요.

또한 김신회 작가는 어른이라는 것에 대해 말하기를 "꿈 없이도 살 수 있으면 어른"이라 하여 공감했고, "삶을 비참하게 느끼게 만들고 일상을 고단하게 하는 꿈이라면 평생 이고 지고 살 필요는 없다"고 해서 위로를 받을 수 있었어요.
이 외에도 고래 아저씨의 상처에 대한 이야기, 어른이란 칭찬해 주는 사람이 없어도 스스로를 다독이며 사는 사람이라는 말, 사랑은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이 하는 것이라는 말에서 명확히 표현하지 못하던 해답을 찾아 좋았습니다.
"무언가를 하면 반드시 무언가가 벌어진다.
어딜가든,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반드시 무언가가 벌어지는 것이다.
아, 멋진걸"
참으로 느릿느릿하고 당하고만 사는 듯 보이는 보노보노지만, 오히려 보노보노를 통해 당연히 여기던 것들을 당연하지 않게 보는 시선을 배울 수 있었어요. 그냥 무심히 지나치고 알지 못했을 보노보노 속 이야기가 김신회 작가님의 통찰로 재조명되고, 선뜻 답하기 어려운 질문에도 작가님과 보노보노가 함께 멋진 대답을 해주어 더욱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