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괜찮은 죽음 - 어떻게 받아들이고 준비할 것인가
헨리 마시 지음, 김미선 옮김 / 더퀘스트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복잡하다는 뇌 수술을 다행히도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온 의사. 그는 수술 결과를 묻는 가족들에게 이렇게 말해 준다. “운이 좋아서 수술은 잘 끝났습니다.” 뇌 수술이 운에 달렸다고 말하는 의사의 손에 자신의 생명과 인생을 맡길 수 있는가? 책의 저자이자 뛰어난 신경외과 의시안 헨리 마시는 뇌 수술도 결국 운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뇌 수술은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며 해야 하는 수술이다. 그 좁은 공간에 때로는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감으로만 수술해야 한다. 누구보다 뛰어난 자신도, 이 뇌 수술은 운이 중요하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그리고 책에서는 자신의 실패와 실수의 민낯을 과감히 보여준다.

그래서 헨리 마시에게 더욱 신뢰감을 가지게 되는 지도 모르겠다. 런던에 있는 의사이고, 뇌 수술이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지만, 만의 하나 주변의 누가 뇌 수술을 받아야 하고, 또 형편이 허락한다면 꼭 헨리 마시에게 부탁하고 싶다.

책은 25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다. 각 단편들 마다 소개되는 이야기를 읽을 때 마다 한편의 의학드라마를 보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킨다.

 

좋아. 제프, 계속해. 뇌 견인 도구 준비하고.’ 견인 도구 하나를 골라 전두엽 밑으로 집어 넣는다. 뇌를 두개골 바닥에서 위쪽으로 조심조심 1mm씩 끌어올리면서 뇌 밑에 좁은 공간을 만든 다음, 그 공간을 따라 동맥류를 향해 살금살금 기어간다. ...중략... 제프에게 경동맥을 가리킨 뒤 어윈에게 현미경 가위를 달라고 한다. 거대한 동맥을 둘러싼 거미막을 조심스럽게 자른다.

 

수술하는 과정과 수술실에서의 대화 수술 중에 느끼는 본인의 감정을 긴장감 있는 문장으로 묘사하고 있다. 어느새 내가 전두엽을 들어 올리고, 현미경 가위를 -한번도 본적이 없고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지만 - 들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수술 장면을 읽으면서는 함께 긴장이 되어 조심스럽게 글을 읽기도 했다. 저자의 글솜씨인지 번역자의 솜씨인지, 정말 묘사와 설명이 뛰어나다.

무엇보다 25가지의 에피소드에는 자신의 실패담이 소개 되어 있고, 신경외과 의사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 솔직한 심정이 들어 있다. 또한 의학에 대해서 나처럼 완전히 문외한이더라도 쉽게 읽을 수 있고, 깊은 공감이 가능한 책이다.

어디서나 휴대가능하고 언제나 정지와 되감기와 빨리 보기가 가능한 25편의 감동적인 의학드라마를 당신에 손에 쥐어 주고 싶다. 이 한권의 책이 그 일을 가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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