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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멈추지 않네 - 어머니와 함께한 10년간의 꽃마실 이야기
안재인 글.사진, 정영자 사진 / 쌤앤파커스 / 2015년 5월
평점 :
연세대를 졸업하고도 직장을 가지지 않고 있는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
못내 썩는 속을 묻어둔채 어느새 그 아들의 여행길에 동행자가 되어주시는 어머니!!
「바람이 멈추지 않네」 아니 그 사랑이 멈추지 않는 것이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 어머니의 이마에 주름이 늘어가고 그 모습은 변해도, 깊어진 주름 만큼이나 더욱 깊어지는 것이 어머니의 사랑이다.
아니.. 이미도 깊은 그사랑.. 어머니의 주름이 깊어질 때야 어렴풋이 깨닫는 것이 아닐까...
“그동안은 기껏해야 하루에 열 장 정도였는데 메모리 카드를 다썼으니 육십여장이나 찍어 오셨다.”
아들을 위하는 어머니의 사랑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해주는 장면이 있을까? 우리네 모든 어머니들의 마음일 것이다. 진도 금골산의 마애불을 찍으면서 생긴 이야기이다. 어머니와 함께 남도의 경치를 보러 진도에 갔다가 들른 김에 금골산에 오르기로 했다. 하지만 저자는 고소 공포증 때문에 더 이상 산을 오르지 못했다. 아들은 산 중턱에 두고 어머니 혼자 매애불이 있는 절벽으로 가서 사진을 찍어 오신 것이다. 혹시나 이사진이 아들이 꼭 필요한 사진일까봐 이리도 찍어 오고 저리도 찍어오고, 어느새 메모리카드가 다 될 때까지 찍었다. 그렇게 고생스럽게 찍으시고 그 마음이 어떠했을까? 부족한 메모리 카드가 못내 야속했을 것이다. 혹여 더 좋은 장면 못 찍었을까봐 염려하셨을 것이다. 이것이 어머니의 마음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이러한 메모리카드가 있다.
더 줄 수 없어 안타까워 하시는 어머니의 마음.
어찌다 표현할 수 없는 어머니의 사랑이다. 이어령 작가님에게는 귤이 그러했다고한다. 어떤 이들에게는 새벽마다 기도하는 어머니의 무릎일 것이고, 어떤 이들에게는 겨울철마다 싸들고 오시는 김장 김치이다. 무엇으로 어떤 말로 다 표현 할 수 없는 것이 어머니의 사랑이다.
한편 이 책에서는 어머니를 애틋이 여기는 아들의 사랑도 엿볼 수 있었다.
“경로 우대를 받을 수 있으니 빨리 시간이 지났으면 좋겠다고 말하던 어머니가 생각났다. 사회에서 인정하는 노인의 위치에 서는 그 순간이 행여 가지에서 떨어진 동백꽃처럼 되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없어도, 관광지에 가서 할인을 못 받더라도, 가지 위에 매달린 동백처럼 어머니의 봄날이 계속됐으면 좋겠다.”
책을 읽는 동안 종일 한편의 사모곡을 들은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