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집 - 상 - 개정판
박지원 지음, 신호열.김명호 옮김 / 돌베개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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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의 문집 상권. 이전에는 연암의 소품체만 읽어보았고 국사를 배울 적에도 파격을 무릅쓰는 진보적인 사람으로만 들었었다. 그런데 막상 문집을 들여다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특히 노년에 지방관이 돼 쓴 글들은, 물론 지위 때문에라도 더 그러해야 했지만, 성리학에 콕 박힌 모습도 보인다. 그렇다고 실망을 한다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문집을 들여다보니 드디어 입체적인 그림을 보게 됐다. 문집에 포함된 글들이 구구절절 여러 생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무릎을 쓰다듬게 하니 두루 읽어볼만 하다.

연암은 빼어난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적부터 공부에 매진 했으나, 뜻대로 입신양명하지 못하고 괴거를 포기한 뒤 두루 여행을 다니고 파격적인 문체로 뛰어난 생각을 썼다. 이미 젊었을 때부터 그의 글을 사모하는 이들이 있었고, 청에 다녀와 쓴 열하일기와 같은 책도 적잖이 읽혔다. 그러나 생활은 곤궁함을 면치 못했다. 특히 병환과 상이 누차 덥쳐 슬픔 가운데 세월을 보내기도 했다. 그가 누이와 형수를 위해 지은 묘지명은 읽다가 눈물이 맺힌다.

주석은 아주 성실히 달려있으나 해설은 따로 붙어있지 않다. 책 뒤에는 원문도 실려있다. 김명호 교수님이 신호열 교수님의 뒤를 이어 국역을 완료했다고 한다. 김명호 교수님은 연암의 손자이자 제너럴 셔먼호 사건 때 평안도 관찰사로 있던 박규수를 연구하셨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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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통감은 중국사를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쓰여진 책이다. 송나라 때 사마광이 그간 내려오던 역사책을 갈무리하고 정리하여 편년체로 총편집한 책이다. 이전에는 사마천의 사기 기전체를 본 받아서 인물별로 정리돼있던 역사를 매년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연도 별로 정리한 책이라 중복이 적고 그 해에 중요한 일이 무엇이었는지 파악하기 쉽다. 주나라부터 후주까지 1362년에 이르는 역사를 담고 있다. 긴 역사를 일관되게 정리한 책으로, 역사를 배우는 사람들에게는 사반공배(事半功倍), 특히 거시적 관점에서 역사를 조망하는 데 가장 좋은 자료로 인식돼왔다. 


방대한 분량의 자치통감을 처음으로 권중달 교수님이 번역하여 출간하셨다. 십 수년이 걸린 고된 작업에 가산을 털어 직접 출판을 내셨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분량이나 배경지식 부족 등으로 읽기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치통감 행간읽기라는 시리즈를 내셨다. 주제별로 자치통감이 다루는 역사의 범위 내에서 거시적 통찰을 읽어낼 수 있다. 이 정도면 거의 떠먹여 주는 셈이다.


중국사에 관심이 있고 중국어나 한자에 대해서도 일자무식은 아니라고 스스로 여겨왔다. 하지만 사건이나 인물을 아는 것은 통찰은 얻는 재료에 불과할 뿐, 만약 큰 그림을 잊는다면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점점 그런 생각이 드는 중에 마찬가지로 권중달 교수님이 번역하신 <허드슨 강변에서 중국사를 이야기하다>라는 책을 읽었다. 저자는 책에서 중국이라는 거대하고 장구한 역사를 들여다 보면서 나무가 아니라 숲을 조망할 때 인간의 흐름을 짚어 볼 수 있다고 했다. 역자인 권중달 교수님도 본인의 저서에서 이러한 입장을 견지해나가시는 것 같았다.


따라서 인간을 들여다보기 위해 역사를 거시적으로 읽을 필요가 있었다. 그럼 어디에서 출발을 해야하나? 아직도 눈 앞의 글자가 뭘 의미하는지 반신반의하는 지적 옹알이가 어디서 시작할지 조차 모르고 헤매고 있었다. 마침 돌아보니 역자 권중달 교수님이 자치통감을 완역하고 지적 애기들을 위한 이유식을 쓰고 계시는 걸 발견했다. 옳다구나 싶어 여기에서부터 시작하자 했다. 마침 주나라부터 시작하여 후주까지이니 앞에서부터 읽을 수 있어 뒤에 고사를 이해못하는 일도 없겠고 자치통감 자체가 역사를 정리한 책이다보니 흐름을 파악하고 거시사 관점을 연습하는 데 좋을 듯 싶었다.


그리하여 한동안 자치통감 행간읽기 시리즈를 5권 읽었다. 저자가 친절히 어떻게 행간을 걸어야 하는지 손붙잡고 안내를 해주셔서 상당히 편했다. 처한 환경과 체제가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고 소름이 돋았고, 따라서 체제를 움직이는 권력이 가진 힘을 다시 보게 됐으며, 실권을 가진 인물이 역사의 방향을 어떻게 돌리는가를 보며 감탄과 한숨을 번갈아 쉬었다.


이 책들은 이유식이다. 떠먹여주는 책들이다. 감사함을 느끼며 떠나보내야 스스로 일어설 수 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계속 이런 책들이 나와주기를 기대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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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산문 산책 - 조선의 문장을 만나다
안대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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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까지 포함하여 770쪽 책이다. 그 안에 조선 중, 후기 23명 문인의 산문(소품문)을 몇 편씩 뽑아 소개하고 있다. 분량이 많아 보이지만 하나 하나 개성이 있어 재미있다. 주로 영조 정조 순조 때 동시대 인물들이라 서로 엮어 읽기도 좋다.

작가들이 살아있을 당시 수필, 곧 소품문의 사회적 지위가 매우 낮았나보다. 책에 소개된 작품들은 주로 신분 때문에 혹은 권력 다툼의 여파로 입신양명의 길이 막힌 울적한 선비들이 파격의 도구로 삼아 지었음을 알 수 있다. 걔중에는 훗날 정승에 오르는 사람도 있고 벌열 출신으로 부족할 것 없이 지낸 예외 인물들이 있으나 그들은 주로 선배들에 의해 물들여진 결과다.

당시 수필의 주제는 짧은 편지글, 책의 서문이나 발문, 짧은 여행기, 인물 이야기, 이상적인 집 이야기, 묘지명 등이 있다. 생동감 있는 묘사로 눈에 보이는 것처럼 쓰기도 하고 짧고 담백하면서도 읽고 나면 눈물이 글썽이도록 감동을 주기도 한다.

저작 시기는 짧게는 우리와 150년 정도의 차 밖에 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숨쉬고 사는 세상과 얼마나 다른지 읽는 것만으로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재미있게 읽은 것은 박지원 (백자증정부인박씨묘지명), 유득공 (유우춘전, 호산음고서, 발해사서, 춘성유기),노긍, 이덕무 (칠십리설기), 이옥 (제문신문), 심로숭 (신산종수기), 이학규 (서소기), 정약용 (유세검정기, 소상연포조수지가기, 제황상유인첩), 남종현 (증장동자서), 홍길주 등이다. 


*(이후 수정)
처음 읽었을 땐 소품문이 왜 일반적인 문체랑 다르다고 하는지, 왜 정조가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거론하면서 문체의 부적절함을 따졌는지 몰랐다. 나중에 연암집 상을 읽고 나서야 비교적 알 수 있었다. 연암집 상의 내용 중 연암이 노년에 지방관직에 있으면서 합당한 문체로 쓴 글이 있다. 읽고나니 소품문이 파격적인 문체라는 말이 무엇인지 조금 느낄 수 있었다. 다른 분들에게도 이 책을 읽기 전후로 소품문 이외에 '합당한 문체'로 쓴 글을 읽어보고 비교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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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러브레터
강혜선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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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특별히 고르고 해설을 달아준 덕분에 문맹에 가까운 사람도 읽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본래 한시란 이렇게 정겹고 또 재미난 거였구나 싶었다.

요즘은 한시는 커녕 한자 한 자 놓고 무슨 뜻인지 몰라 갸우뚱거리는 시대다. 나고 자라면서 한 거라곤 책 읽기 밖에 없는 대학생도 낯선 한시를 만나면 한 줄 한 줄이 막막할 뿐이다. 그러다보니 우리 어른들이 정성을 담아 정감을 나누던 한시가 아주 외국어가 돼버렸다.

이 책은 평소 한자와 담을 쌓고 살았든 시를 한자만큼 멀리하고 살았든 상관 없이 한시의 정다운 면모를 읽게 해준다. 한시 한 땀 한 땀에 담긴 감정과 그 사이 사이에 담긴 의미를 차근차근 소개시켜주는 친절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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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明上河圖的故事 (平裝, 第1版)
故宮出版社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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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고궁박물원에서 어린이용으로 출판한 청명상하도 해설책.

어린이가 과거 시대로 돌아가 생활 면면을 관찰하듯이 안내한다. 내용이 어렵지 않고 설명이 친절하여 읽기 편하다.

청명상하도는 송나라 희종 때 궁중화가가 수도인 변경의 변강을 중심으로 청명절의 풍경을 담은 그림이다. 이후로 화가들이 이를 모태로 자신들의 시대 모습을 담아 그리면서 시대별 판본이 만들어졌다. 본 책에서 설명하는 것은 청원본, 즉 청나라 궁중 화원 판본으로 건륭제 즉위 당시 궁중 화가들이 축하하며 바친 그림이다. 따라서 그려지는 풍경의 뼈대는 송나라의 강이지만 등장 인물이나 풍경은 명청시대의 것이다.

아주 재미있었다. 청나라 시절 상상과 묘사로 만들어 낸 일상의 모습을 읽어볼 수 있었다. 다른 청명상하도 판본들도 보면서 중국 일상생활의 혹은 청명절의 변천사를 살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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