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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산문 산책 - 조선의 문장을 만나다
안대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원문까지 포함하여 770쪽 책이다. 그 안에 조선 중, 후기 23명 문인의 산문(소품문)을 몇 편씩 뽑아 소개하고 있다. 분량이 많아 보이지만 하나 하나 개성이 있어 재미있다. 주로 영조 정조 순조 때 동시대 인물들이라 서로 엮어 읽기도 좋다.
작가들이 살아있을 당시 수필, 곧 소품문의 사회적 지위가 매우 낮았나보다. 책에 소개된 작품들은 주로 신분 때문에 혹은 권력 다툼의 여파로 입신양명의 길이 막힌 울적한 선비들이 파격의 도구로 삼아 지었음을 알 수 있다. 걔중에는 훗날 정승에 오르는 사람도 있고 벌열 출신으로 부족할 것 없이 지낸 예외 인물들이 있으나 그들은 주로 선배들에 의해 물들여진 결과다.
당시 수필의 주제는 짧은 편지글, 책의 서문이나 발문, 짧은 여행기, 인물 이야기, 이상적인 집 이야기, 묘지명 등이 있다. 생동감 있는 묘사로 눈에 보이는 것처럼 쓰기도 하고 짧고 담백하면서도 읽고 나면 눈물이 글썽이도록 감동을 주기도 한다.
저작 시기는 짧게는 우리와 150년 정도의 차 밖에 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숨쉬고 사는 세상과 얼마나 다른지 읽는 것만으로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재미있게 읽은 것은 박지원 (백자증정부인박씨묘지명), 유득공 (유우춘전, 호산음고서, 발해사서, 춘성유기),노긍, 이덕무 (칠십리설기), 이옥 (제문신문), 심로숭 (신산종수기), 이학규 (서소기), 정약용 (유세검정기, 소상연포조수지가기, 제황상유인첩), 남종현 (증장동자서), 홍길주 등이다.
*(이후 수정)
처음 읽었을 땐 소품문이 왜 일반적인 문체랑 다르다고 하는지, 왜 정조가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거론하면서 문체의 부적절함을 따졌는지 몰랐다. 나중에 연암집 상을 읽고 나서야 비교적 알 수 있었다. 연암집 상의 내용 중 연암이 노년에 지방관직에 있으면서 합당한 문체로 쓴 글이 있다. 읽고나니 소품문이 파격적인 문체라는 말이 무엇인지 조금 느낄 수 있었다. 다른 분들에게도 이 책을 읽기 전후로 소품문 이외에 '합당한 문체'로 쓴 글을 읽어보고 비교하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