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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옆모습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북포레스트 / 2022년 11월
평점 :

프랑수아즈 사강하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가장 알려진 작품일 것이다. 그리고 마약 복용 혐의로 이슈가 된 적이 있는데 당시 그녀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말을 하여 마약에 대한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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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읽은 <사랑의 쓸모>에서 언급된 사강의 소설은 매혹적이었다. 아직 난 그녀의 소설을 직접 읽어보진 않았다. 이렇다고 규정할 사랑은 없기에 다채로운 사랑이, 사강이 담긴 그 사랑이 궁금했고 무엇보다 사강을 애정 했던 친구를 이해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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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라는 이름이 등장하는 사강의 소설, 조제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가 담긴 <잃어버린 옆모습>이 내게로 왔다. 초록색인 안전지대에 둘러싸인 사각 프레임 속 그녀, 조제일까? 줄리우스를 마주 보지 않는 조제를 그려놓은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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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조제는 앨런이라는 남자와 결혼한 상태다. 그런데 이 남자 뭔가 이상하다. 무엇이 그를 불안하게 했을까. 그의 성향인지 조제를 만나 변질된 성향인지 전작을 읽지 못해 알 수 없으나 앨런의 사랑은 집착이고 폭력적이다. 그럼에도 조제는 벗어나질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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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이웃집 파티에서 만난 줄리우스라는 남자는 조제에게 흥미를 보이며 직진하는데, 조제는 그에게 마음이 열리지 않는다. 앨런에게서 벗어나게 해주고 숙소와 직장을 제공해주며 정성스레 조제를 돌보는 줄리우스는 그녀를 갈망한다. 아니 그녀에게 집착한다. 왜 조제한테는 이런 남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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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에 조제에게 다시 사랑이 찾아온다. 시골 수의사 루이와의 급속도로 빠져버린 조제는 모든 생활을 접고 한적한 시골에서 루이라는 우주 안에 동행한다. 강요된 결속이 아닌 선택된 결합. 조제는 행복하다. 그리고 파리에서 마주친 줄리우스, 그는 그녀가 다시 돌아왔다고 생각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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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독히도 평행이고 지독히도 낯선 서로의 인생 속을 지나갔다. 우리는 오직 옆모습으로만 서로를 보았고, 결코 서로 사랑하지 않았다. 그는 나를 소유하기만을 꿈꾸었고, 나는 그에게서 달아나기만을 꿈꾸었다. 그게 전부였다.” _2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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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와는 조금 다르긴 하지만,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의 주역 율리에가 떠올랐다. 남자가 바뀔 때마다 그녀의 가치관과 인생이 달라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사람은 사람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나로서 살 수 없게 하는 이와는 결코 행복할 수 없다. 고마움과 사랑은 본질적으로 다르기도 하다. 조제를 향한 앨런과 줄리우스의 사랑은 건강하다고 볼 수 없지만 그 또한 사랑인 게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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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버린 옆모습>은 조제 시리즈의 전작 <신기한 구름> 발표 후 13년이 지난 후 완성된 소설이다. 이 책에 조제는 분명 이전과는 다른 조제였을 것이고 작품의 깊이도 달랐을 것이다.마지막으로 내놓은 조제 이야기를 통해 사랑에 대한 정의를 다시 쓰고 싶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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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모두 불안감을 떠안고 산다. 이전 작을 읽지 않아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 책의 초반에 조제는 무척 불안정하다. 루이를 제외한 주요인물이 모두 예민보스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테다. 사강의 감각적인 필체와 세련된 심리묘사는 그들을 연민으로 바라보게 하고 안아주고 싶게 만든다. 그래서 사강의 글에 빠지나 보다. 아무래도 조제 시리즈를 역주행해야 할 듯싶다. 조제를 더 이해하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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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유로 당신을 알게 된 이후 내가 훨씬 더 행복해진 겁니다. 당신을 지키고, 마침내 누군가를 돌보는 기분이에요. 그리고 말로 표현하긴 힘들지만, 요전 날 당신이 피에르 호텔로 왔을 때, 당신이 눈물을 흘렸을 때, 그리고 내가 당신을 위로하도록 허락해 주었을 때, 그래요, 이런 말이 역겹다는 거 압니다, 하지만 그때만큼 행복한 적이 오랫동안 없었습니다.”_1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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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이 전능하고 키 작은 남자는 정말이지 절대적으로 외로웠다. 그리고 나는 최근의 내 행복 속에서 졸부처럼 거만하고 잔인하게 행동했다. 그를 불신했다. 그리고 그 불신은 줄곧 나에게 수치심을 안겨주었다. 그는 내 뒤쪽을 계속 바라보았고, 나는 충동적으로 일어나 그의 소매에 한 손을 얹었다. 그는 분명 나를 사랑하고 있었고,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쩔 도리가 없었다._212쪽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