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노답 - 인생은 원래 답이 없다
구본경 지음 / 대경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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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에 정답은 없다. 여러해살이 풀인 민들레의 홀씨가 어디로 정착할지 알 수 없는데 사람의 살아가는 일을 어떻게 규정을 하겠는가. 책의 제목이 정답이다.


 <인생노답>이 정답이다. 어렸을 때부터 행복에 집착했다는 저자는 12세에 부모님이 이혼하시면서 도시를 떠나 시골에 계신 조부모님과 함께 살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아버지가 재혼하여 새어머니와 함께 시골에 내려와 다 같이 살게 되었지만 아버지와의 불협화음에 집이 불편해진 사춘기 소녀는 끝내 독서실에서 숙식을 해결하기까지 한다. 딸이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독서실에서 생활한다는 소식을 들은 친엄마는 수능을 한 달 앞두고 울며 그곳에서 꺼내왔지만 그리웠던 엄마의 등장은 악으로 공부하던 마음이 시끄러워졌다. 그리고 수능을 망치고 절망에 빠져 엄마를 원망하며 한동안 울기만 했다고 한다. 


 불우한 자신의 처지를 공부만이 탈출할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가난과 환경은 공부에만 매진하게 만들었다. 모두 환경 탓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항상 실패만 했던 나이기에 퇴사를 인생의 또 다른 실패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그녀에게 주변 사람들은 항상 고민을 쏟아낸다. 뒤늦게 자신에게 공감과 경청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삶에 힘들어하는 이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졌다고 한다. 


나를 포함해 오늘을 살아내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그동안의 어려움을 모두 이겨내고
오늘까지 살아와서 축하한다고,
그리고 앞으로의 어려움도 모두 극복할 것을
미리 축하한다고,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이다.
p.29


 책에서는 저자가 힘들 때마다 소중한 사람들이 잡아주고 달래주고 했다고 하지만 저자 또한 자신도 모르게 그 사람들에게도 분명 도움을 줬을 것 같다.
<인생노답>은 저자의 경험과 지인들의 에피소드를 통해 어려운 시기를 현명하게 패스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해주고 있다. 


사람들은 남의 아픔에 정말 관심이 없고,
나의 아픔을 가장 잘 아는 것은 바로
'나'뿐이라는 사실.. (중략)
그러니 남에게 인정받으려 의미 없는
노력을 할 필요가 없음을 알게 되었다.
p63

 



내가 시간을 들여 내 상처를 품어주고
그 안에서 감사하게 되면 상대방의 상처도
품어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이런 마음이 쌓이고 쌓이면
결국은 내 삶을 사랑하게 되고,
우울감도 극복할 수 있다.
아울러 더 열심히 살고 싶은 의욕도 생긴다. p.217


 ​세상에 혼자라는 생각 때문에 자꾸 땅을 파게 된다. 남들과 비교하고 세상이 내어놓은 정답에 나를 끼워 맞추느라 점점 자신을 잃어간다. 내가 누구인지 알기 보다 성공해야 한다는 집념으로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는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가끔은 느려야만 보이는 게 있고, 실패해야만 알게 되는 것이 있음을. 더구나 남에게 인정받으려고 쓸데없는 기운을 뺄 필요가 없음을. 나 자신을 인정해야 그다음을 알 수 있음을. 마음을 다해 위로해 주는 저자의 글귀로 조금 더 편안한 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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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의 마법 - 펜 하나로 만드는 가장 쉽고 빠른 성공 습관
마에다 유지 지음, 김윤경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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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는 삶 자체다.
메모를 하면서 세상을 이해하고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며, 메모를 하면서 자신을 알아가고 인생의 나침반을 찾아가자.
메모를 하면서 꿈을 찾고 열정을 발산하라.
그 열정은 나를 움직이고 타인을 움직이며 결과적으로 인생을,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할 것이다.
p227



<메모의 마법> 저자는 메모광으로 일본에서 유명한 사람이었다. 어려서 부모님을 여의고 생계를 위해 초등학생 때부터 역 앞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그때도 관객의 반응을 메모하여 어떤 코드로 진행시 좋은 호응을 얻어낼지 스스로 판단했다고 한다. 메모의 가치를 일찌감치 깨달을 것이다. 동선 어느 한 군데 메모 도구가 없는 곳이 없다는 저자의 글에 동질감을 느꼈다. 나 또한 전혀 어울리지 않은 곳에서도 펜과 종이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모할 수 없을 때는 불안해진다. 탁월한 두뇌의 소유자가 아니다 보니 좋은 단어, 마음이 끌리는 문장, 속을 후벼파는 드라마 속 대사 등을 한 번 되새기고 간직하려고 메모를 한다. 마에다 유지처럼 메모광까지는 아니지만 집착하고 의지하고 있음을 고백한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메모의 가치와 구체적인 메모법, 일반화와 자기분석하는 방법 그리고 자기분석으로 깨달은 꿈을 이루기 위한 방법을 설명해 주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내 삶을 바꾸는 100일의 메모'라는 특별부록이 포함되어 있다. 책을 읽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닌 지속적으로 메모에 열의를 갖고 실천할 수 있는 노하우를 전수해 주려는 저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음을 알 수 있었다. 




메모나 노트는 기억을 저장하는
'제2의 두뇌'다.
P.23



앞서 고백했듯이 나는 똑똑하지 않다. 어제 일도 잘 생각이 나지 않는 깜빡이 뇌를 가진 소유자로 메모에 굉장히 의지를 하는 편이다. 그래서 가방 속에 펜과 종이가 없는 날에는 콩팥을 집에 두고 온 사람처럼 하루 종일 동동거리다 결국은 문구점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작년 2월부터 다독을 시작한 이후로는 인덱스에 필이 꽂혀 부쩍 줄어들어 앙상한 인덱스를 보면 그렇게 불안할 수가 없다. 문구와 메모는 내게 떨어질 수 없는 신체나 마찬가지였다. 제2의 뇌에 축적한 사실은 두뇌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데 씨앗이 되기도 한다.(p23) 창의력을 높이는 중요한 메모라는 활동을 좀 더 똑똑하게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 메모의 장점 (p35)
 1. 지적 생산성이 증가한다.
2. 정보를 획득할 가능성이 늘어난다.
3. 경청하는 태도가 길러진다.
4. 구조화 능력이 발달된다.
5. 언어 표현력이 향상된다



 이 책에서 저자의 현명한 메모법은 생각하기-> 언어로 표현하기-> 메모하기 순으로 이뤄진다. 이 메모법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일반화-> 전용으로 구성된 저자의 노트는 획기적이었다. 적극 활용하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책장을 넘겨보았다.



 이 방법은 노트에 적은 사실을 바탕으로 깨달은 점을 응용 가능한 크기로 일반화하고 실제 행동으로 전용한다는 것이 포인트이다. 제2장과 3장은 이 메모법의 세부내용를 다루고 있는데 시간이 부족하여 책을 읽기 힘들다면 이 부분만 보아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언제부터인가 광고는 제품의 성능보다 감성을 깨우는 스타일로 바뀌고 있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광고가 마음에 들어오는 건 이미 제품력으로는 소비자의 마음을 얻기 힘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실용주의에서 가치주의+휴머니즘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느낀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SNS와 영상 채널은 편견 없이 개인을 표현할 수 있는 공정한 접근 방식이 되었다. 이런 현 사회에서 자신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무엇을 할 때 행복한 지 알고 있다면 무수히 많은 선택지에서 머뭇거리지 않고 결정하고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나를 알아가고 성장시키려는 노력만큼 인생에 중요한 일은 없을 것이다. 


이 책의 끝에 '내 삶을 바꾸는 100일의 메모' 부록은 수년간 노트를 작성한 고민에 대한 질문으로 자기분석 문항 1,000개가 수록되어 있다. 언제가 되련지 모르지만 꼭 완성해보려고 한다. 본문과 부록까지 알찬 책을 만났다. <메모의 마법>은 나를 확실히 전하는 능력을 키우고, 꿈으로 한걸음 다가가기 위한 팁을 만들어 주며 살아가는 이유인 인생의 축을 발견해 줄 것이다. 메모는 생활화하고 싶은 분과 메모로 특별한 인생을 살아가고자 하는 이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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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크리스티나 달처 지음, 고유경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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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을 보는 순간 알라딘의 자스민 공주 '나오미 스콜'이 솔로로 부른 'Speechless'가 생각이 났다. 


고정관념, 규칙들, 말 한마디 한마디
아주 오래되고 꽉 막힌
네 자리를 지켜
얌전히 네 자리를 지켜
하지만 이제 그런 이야기는 끝났어


 기존의 알라딘의 자스민은 순종적이며 수동적인 어린 양 같은 존재였지만 새롭게 선보인 알라딘에서는 신여성의 모습을 보여줘서 관객으로부터 큰 호응을 일으켰다. 자스민처럼 통쾌한 한 방을 보여주는 책이려나 하고 읽어보려고 했던 <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에서 여성은 구 알라딘의 자스민공주보다 더 끔찍한 환경 속에 살고 있었다. 현대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이 극단화한 암울한 미래상을 디스토피아라고 하지만 너무 극단적이다.



 하루에 100단어만 말할 수 있고 고위 관리직으로 커리어를 날리던 그녀들은 집안에 들어앉게 되었다. 또한 배움의 근본인 책과 글자로 된 모든 것들을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는 세상이다. 펜도 우표도 여자들은 구매할 수가 없다. 불과 1년 전부터 아기들도 예외 없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억압을 받게 되었다. 종교학이라는 수업을 만들어 철저하게 남성과 여성의 역할 분리를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었다. 



"그 후 열 단어씩 늘어날 때마다 1마이크로 쿨롱의 10분의 1씩 늘어나. 0.5마이크로 쿨롱이 되면 고통을 느끼게 되고, 1 마이크로 쿨롱이 되면…"



 1년 전부터 여성들의 왼손을 잡고 있는 카운터에 대한 대화이다. 수갑처럼 전기 충격기는 임의로 풀 수가 없다. 이런 '순수 운동'은 종교의 지배를 받던 남부 지역 어딘가에서 퍼지기 시작하더니 나라의 대부분 나라에서 성행하게 되었다. 



주인공인 신경학과 언어학의 권위자인 진 매클렌런 박사도 마찬가지로 직함을 잃어버리고 가정주부로 살아가고 있었다. 네 아이의 엄마로 막내는 딸 소니아도 카운터를 차고 있다. 대통령의 형 바비 마이어스 사고 소식이 전파를 타고 있던 찰나 진의 집으로 남편 패트릭이 손님을 데리고 왔다. 바비 마이어스가 뇌 손상으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의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실어증 치료제를 만들어 달라는 것. 



실어증 예방 혈청은 사용자에 따라 무기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진은 제의를 거절하려고 했지만 제안을 받아들이고 본인과 딸의 카운터를 해제를 요청한다. 얼마 후 중단 전 팀원들과 함께 실어증 치료를 위한 혈청연구에 돌입한다. 그리고...



<멋진 신세계> <1984> <시녀 이야기>의 맥을 잇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충격적인 이야기라는 책표지처럼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목소리를 빼앗으면서 굴복시키려는 정부의 추악한 움직임에 소름이 돋았다. 우유를 사다 놓는 게 엄마의 일이라며 당당하게 말하는 장남 스티븐은 순수운동을 앞장서서 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막내 딸 소니아는 학교에서 말하지 않기 선발대회를 놀이처럼 하고 있다. 역할놀이에 심취한 이 아이들이 자라서 어떤 세상을 만들어낼지 정말 무서웠다. 절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되는 스토리는 읽으며 생각해본다. 남자들은 이 소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말이다. 남성 독자의 서평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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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초 직감력 - 순식간에 행운을 붙잡는 감 좋은 사람들의 3초 전략
와타나베 가오루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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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내 안에 있다



아침에 눈을 뜨기도 전에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좀 더 잘까? 밥을 먹고 출근할까? 출근 후에도,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우리는 하루 종일 결정을 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풍요로운 물질 속에서 현대 사회인은 수많은 선택권으로 골머리를 썩는다. 미국의 사회 행동학자인 배리 슈워츠는 <선택과 역설>이라는 책에서 너무 많은 선택지는 작은 선택지보다 판단을 흐리게 하거나 판단을 포기하게 된다고 했다. 그렇다고 판단을 흐리게 하는 풍요로운 환경을 우리는 포기할 수 없다. 다만 좋은 결정을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데 그것이 '직감'이다.



<3초 직감력>의 저자 와타나베 가오루는 다양한 연령층의 지지를 받는 멘탈 코치이자 WJ 프로덕트의 대표 이사라고 한다. 이 책은 저자가 강연과 칼럼에서 자주 다뤘던 '잠재의식'에 대해 정리한 책으로 직감의 정의, 직감을 길르는 습관, 직감 활용법, 직감력 트레이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직감은 사전적 정의로는 '추리와 고찰 등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감각으로 모든 현상을 포착하는 것'입니다.(p24)
왠지 모르게~ , 느낌이 싸~해, 이런 생각이 슥 들어올 때가 있다. 무의식이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데 95~97% 정도라고 한다. 이런 무의식이 잠재의식이다. 확실한 근거는 제시할 수는 없고, 논리적으로 설명은 안되지만 자신의 내부에서 튀어나오는 말이 우리의 의사결정과 행동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잠재의식 깊은 곳은 모든 인간과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불현듯 영화<블랙 팬서>에서 죽다 살아온 남주는 왕위를 되찾고 계승식 하는 장면에서 잠재의식 속에서 돌아가신 아버지 국왕을 만나게 된다. 남주는 아버지와 대화하면서 궁극의 답을 얻고, 그동안 숨겨왔던 와칸다 왕국의 과학기술을 세계와 함께 공유하기로 한다. 영화를 예로 들었지만 이처럼 잠재의식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나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그러니 운명이 보내는 사인을 알아채야 하는 게 관건이다.



 <3초 직감력>에서 잠재의식의 소리를 알아채는 여러 가지 훈련이 있는데 '다섯 설 때로 돌아가서 생각하라'는 것이 있다. 본능적으로 행동하는 어린아이들은 잠재의식의 문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아이처럼 생각한다면 사고 제한이 없으므로 생각한 것은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우리는 늘 바쁘고 잘 시간도 부족하다. 직관적 사고의 장점은 이성적 판단보다
빠르며, 노력과 수고가 덜 든다. 직감력을 길러 생활하면서 결정을 내리는데 참고할 중요한 수단으로 삼는다면, 자기 자신과 내면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 반대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야 직감력을 발휘할 수 있다. 직감이 언제나 성공하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쌓인 경험은 성공의 재료로 쓰일 수 있다. 좋은 인생은 늘 성공하는 인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책은 줄긋기가 없는 페이지가 없고 오랜만에 인덱스를 몽땅 써버렸다. 결정 장애가 있거나 자기계발에 관심이 많은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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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면
오사키 고즈에 지음, 김해용 옮김 / 크로스로드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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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이 사라졌다는 엄청난 사건 앞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시체가 사라졌다는 문구로 김희애 주연의 <사라진 밤> 영화가 생각이 났다. 미스터리 스릴러로 재밌게 보았던 영화였다. <문을 열면>에 사라진 시체는 독거노인 구시모토 씨로 502에 살던 주민으로 쓰루카와의 유일한 말벗이었다.
빌려온 사진잡지를 돌려주려고 502호로 간 쓰루카와는 쓰러져있는 구시모토를 발견하지만 신고를 내일로 미룬다. 이사준비 중이었고 내일이면 매매계약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계약이 성사되면 경찰에게 연락하려던 터였다. 양심의 가책은 느꼈지만 나중에 하기로 한다. 잠시 후 방문한 소년은 502호에서 나오는 자신을 찍었다는 동영상을 보여주며 다시 들어가서 수첩을 찾아달라고 협박을 하는데.. 구시모토 씨의 시체가 사라졌다.



둘이 머리를 맞대어 봤는데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시신이 사라졌다는 엄청난 사건 앞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p82



제멋대로 건방진 데다 사람을 막 부려 먹는다. 이제 막 그런게 아니라 이 아이는 처음부터 이랬다. 유사쿠는 종이 몇 장과 연필꽂이를 가져다주었다.
아무리 의욕이 넘쳐 봤자 진상과 올바르게 대면할 확률은 상당히 낮을 것이다. 이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 아이의 열의는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p117



50대 무직 독신남과 동영상을 미끼로 사람을 협박하는 프로 협박범 소년은 구시모토의 사망사고의 의심을 품고 함께 조사하기로 한다. 같은 아파트인데도 구시모토는 평판이 달랐다. 아기 엄마들에게는 구시모토가 위험한 사람으로 소문이 났고 관리인이나 옆집, 어르신들에게는 좋은 사람으로 인식이 되고 있었다. 구시모토 할아버지는 어떤 사람인 걸까. 살인당한 걸까. 병사인 걸까.

우리 모두는 다양한 농도를 지닌 회색 덩어리가 꿈틀거리는 세계에서 살고 있다. 어느 시대든 어느 사회이든 마찬가지다. 타인의 마음속은 볼 수가 없는 것이다. 159



우리는 한 사람의 일부분만 보고 쉽게 판단해버린다. 확실하지 않은데 소문만으로 오해를 하고 깊이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피할 뿐이다. 여자아이 행방불명 사건이 있던 이 동네 엄마들은 구시모토의 행동에 더 불안해했다. 용의자라고 잡혔던 사람은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고 사진 찍는 취미가 있는 구시모토는 해당 초등학교 근처에서 여학생들에게 추근대는 사람으로 찍혔다. 하지만 그에게도 사연이 있었고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는데...


진부한 상상일까. 아이가 없는 유사쿠는 모른다. 하지만 아이를 잃은 괴로움은 몇 년,, 몇 십 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구시모토 씨가 아내에게 보냈던 사진엽서에는 두 사람만 공유할 수 있는 슬픔과 위로가 담겨 있었을지 모른다. p252




예전부터 사람들이 날 싫어했다. 미움받는 인간이었다는 생각 말이야.
하지만 사실은 달라. 너를 싫어하는 사람은 너 아닌 다른 사람도 다 싫어해. 별다른 이유가 없어도 멋대로 싫어해. 싫어하는 게 당연해져서 아주 쉽게 싫어하지. 그런 사람은 어디에나 있어. 하지만 이 세상 모든 사람이 그런 건 결코 아니야. 극히 일부지. p298



<문을 열면>은 평범했지만 현대 사회의 고독과 심리들을 다룬 점에서 재밌게 읽었다. 아기들은 사랑으로 자라듯이 어른도 사랑으로 살아진다. 나눠주지는 못할망정 미워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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