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 잃어버린 나를 찾는 인생의 문장들
전승환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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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나에게 책이란, 만화영화처럼 시각을 만족해주는 수단이었다. 그림이 없으면 책을 구매하지 않았고, 활자만 가득한 책은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했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던 어린이는 고단한 하루에 마음과 몸이 시들해진 어른이 되었다. 어른이 된 나는 위로의 수단이 필요했다. 그래서 책을 가까이하게 되었다.



잃어버린 나를 찾는
인생의 문장들





저자 전승환은 '책 읽어주는 남자'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는 좋은 문장과 위로를 건네주는 북테라피스트이자 에세이 작가이다. <나에게 고맙다>, <행복해지는 연습을 해요>,<라이언, 내 곁에 있어줘>를 집필했고 이번에 출간된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는 첫 인문 에세이라고 한다.
이 책은 네 개의 챕터로 나의 '감정, 시간, 관계, 세계'를 통해 내가 원하는 것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열심히 살지만 무엇 때문에 열심히 살고 있는지 모르겠고, 의미를 알 수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만 있는 게 한심스러워지는 날 이 책을 펼쳐보자.



슬픔과 고통의 형태가 다양하기에,
우리에게는 다양한 형태의 위로가 필요합니다.
스스로 위로하는 것도 필요하고,
다른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힘들 때 속마음을 털어놓을 친구가 있다면 정말 좋겠죠.
설령 그가 내 마음을 완벽하게 알아줄 수 없다고 해도
그렇게 털어놓는 이리 자체가 위로가 될 테니까요. p17~p18



관계로 인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날은 친구들과 수다로 지워내고 노래방에서 심장이 튀어나오도록 고성을 지르며 상처를 뱉어낸다. 사람들에게 마음이 다친 날에는 친구라는 관계로 위로를 받고, 내가 모자라서, 바보 같아서 받았던 마음의 상처는 차분하게 책과 음악으로 위로를 받는다. 형태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위로가 필요하다는 말이 무척이나 공감이 되는 문장이다.



인정하면 집착이 없어진다.
사람이 될 수 없고, 그 물건이 내 물건이 될 수 없고,
그 돈이 내 돈이 될 수 없고, 그의 재능이 나의 재능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그런데 인정하고 나니 한편으로 여유가 생겼지만
한편으론 미친 듯이 슬퍼졌다. p64 



책 속에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의 구절이다. 보석 같은 문장을 기억하고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던 저자는 여러 채널에서 '책 읽는 남자'로 활동하면서 많은 공감을 자아냈던 130권 정도의 굉장한 문장들을 담았다. 나는 그중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와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은 꼭 읽어보고 싶다. 



불안할 때는 먼저 내 마음을 돌아보고,
그다음으로 관계를 돌아봐야 합니다.
내가 가진 여러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즉 나라는 기준점을 단단히 다지면
우리는 어떤 불안 속에서도 지나치게 흔들리지 않고
행복을 지킬 수 있습니다. 25


모두에게 착한 사람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나 자신에게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해요.
먼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내 마음에 솔직해져야, 비로소 나라는 중심을
세우게 되고 관계에 마구 휩쓸리지 않게 됩니다. p203 



저자는 말한다 나답게 사는 것이 쉽지 않다고. 나도 평생을 고민하고 있는 문제가 나답게 사는 것이다. 나답게 살기 위해서 단단한 자존감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사람들과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 관계가 편해지듯 적절한 거리를 두고 나를 바라본다면 좀 편해질 것 같다. 지나친 관심과 애정이, 집착과 연민이 되지 않기를, 나에게 좀 더 관대해지기를 바라본다.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의 보석 같은 문장과 따뜻한 저자의 글로 용기와 위로를 받으며 오늘도 기운을 내보기로 했다.

우리는 매일 아름다움을 많이 놓치고 살아간다. 우리가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안목을 기른다면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안목 또한 자연스레 생길 것이다. 인생은 아름다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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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회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6
이케이도 준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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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나오키 시리즈를 처음부터 읽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한자와나오키 3 잃어버린 세대의 역습>은 충격이었다. 사이다 같은 책 속 대사를 큰소리로 읽으면 느낌 그 통쾌함이란!! 그래서 '이케이도 준'이라고 하는구나 싶었다. 금융경제를 다룬 소설을 흠뻑 빠져 읽게 될 줄은 몰랐다. 소설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에게 경제 소설의 재미를 알려준 이케이도 준은 관심 작가가 되었고 얼마 후 이케이도 준의 신간 <일곱 개의 회의>를 보는 순간 본능적으로 일순위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닉의 자회사 도쿄덴코. 어느 날 직장 내 괴롭힘 고발에 대한 안건으로 위원회가 열리고 안건은 인정이 되어 임원회에서 결정이 났다. 그 안건은 사카도와 핫카쿠. 실적 좋았던 최연소 영업 1부 과장 사카도는 인사부로 대기발령이 결정되었다. 


핫카쿠의 무기력한 회사원의 전형 같은 사람인 만년 계장이며 나이는 쉰 살이다. 회의 때마다 졸고 있는 일이 다반사라 사내에서는 잠귀신 핫카쿠라고 불린다. 영업이 업무인 그는 열심히 일하기보다 시간을 때운다는 느낌이 들어 매일 과장(사카도)에게 깨진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조금은 심하기는 했지만 핫카쿠가 사가도 과장을 고발했다니..


영업 1부 과장의 빈자리는 하라시마가 맡게 되었다. 언제나 이인자였던 하라시마는 이번의 승진이 유쾌하지는 않았다. 인수인계를 받고 함께 할 직원들과 개인 면담을 하는 과정에서 핫카쿠와 대면한다. 사카도 과장을 고발한 이유에 대해 물어보다 회사가 당면한 충격적인 사건을 알게되는데.. 그 뒷수습에 하라시마가 투입된 것이었다. 몇 명만 알고 있는 진실이 공개되는 날에는 모든게 무너지고 말 것이다.


<일곱 개의 회의>에서 핫카쿠는 무능한 만년 계장, 하라시마는 성실하지만 만년이등자리에서 오르지 못했던 캐릭터로 등장한다. 핫카쿠의 대사에서 직장인들의 비애. 부정을 알고도 못 본척해야 하는 자신에 대한 원망. 체념 등이 보였다. 회사에서 사원은 필요한 인재가 아니라 그저 소모품으로 여긴다는 사카도와 사노의 대사에서도 현실적인 내용이 노출되고 있다. 한때는 유능했던 핫카쿠가 열정이 식어버렸던 사건을 바로 잡지 못해 동일한 부정이 일어났다고 생각한 그는 바로잡기 위해 최선의 방법으로 메가급 폭탄을 터뜨린다. 그럼에도 회사의 수습은 핫카쿠가 바라던 방향이 아니었다. 부정의 시초가 누구인지 밝혀지는 후반부는 정말 예상 밖이었다. 


하청업체를 후려쳐서 원가절감으로 이익을 보는 고객사의 추잡함도 어쩔 수 없는 압박과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보았다. 누군가를 짓밟으면서 올라가는 이의 최후를 소설에서 읽을 수 있었다.
각 챕터별로 한 사람의 깊은 이야기를 보는 재미도 있었다. 응원해주고 싶었던 유이의 이야기가 담긴 '3화 결혼 퇴사'부분을 보며 에이타와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유이를 힘들게 했던 닛타의 추락을 보며 아주 속이 개운했다. 사내 정치가 사노, 부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카도, 가짜 사자 기타가와의 속 사정들을 책에서 만나보자.



♣ 책 속 글귀
"나는 만년 계장에 출셋길이 막힌 월급쟁이야. 하지만 나는 자유롭게 살아왔어. 출세라는 인센티브를 외면해버리면 이렇게 편안한 장사도 없지." / 46


"회사에 필요한 인간 같은 건 없습니다. 그만두면 대신할 누군가가 나와요. 조직이란 그런 거 아닙니까." / 41


"이득을 보는 건 늘 도쿄겐덴뿐이야. 우리 쪽 원가는 철저히 후려쳐서 있을까 말까 한 이익까지 뽑아가잖아. 이런 건 올바른 비즈니스의 모습이 아냐. 잘못됐어." / 76


사카도는 아무리 사내 평가가 높아져도 겸손한 태도를 버리지 않았다. 원래 그런 성격이었을 것이다. 늘 밝았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좋았다. 자신의 업무에는 엄격했지만 그 엄격함을 타인에게 들이대는 경우는 없었다. 그 점에서 사카도는 기타가와보다 인간적으로 위였다. / 348


고객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행위, 고객을 배신하는 행위는 결국 자기 목을 조르게 된다. 그 점을 알았기에 고객에게 무리한 판매를 하지 않았다. 고객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성실히 일해왔다. 이것이 일에 대한 무라니시의 일관적인 생각이었다. /369


그래서 자신의 발밑에서 일어난 부정에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잘난 척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도 거만한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끝까지 노력한다. 나는 똑똑하지도 않거니와 특별하지도 않다... 사카도가 지향한 것은 대립하던 아버지를 반면교사로 한 삶이었다. / 433


겉치레의 번영인가. 진실한 청빈인가. 강도 조작을 눈치챘을 때 핫카쿠는 후자를 선택했다. 후회는 하지 않는다.
어떤 길에도 미래를 열어줄 문은 분명 있을 테니까. / 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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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샵 & 일러스트레이터 CC 2020 무작정 따라하기 무작정 따라하기 컴퓨터
민지영.문수민.앤미디어 지음 / 길벗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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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디자인 전공이었던 나는 처음 전산을 이용하여 디자인을 했던 프로그램이 포토샵 4.0 이었다. 졸업할 때쯤에는 5.0이 나왔으니 엄청 오래전부터 포토샵은 나와 함께 했다. 2013년 하반기부터는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기능 지원이 시작된 CC라는 명칭이 붙었다. 각종 기능이 추가 보완되면서 포토샵은 날로 스마트해졌지만 모든 기능을 사용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항상 같은 단축키만 사용하는 게 익숙해진 나는 조금 더 스마트해지기로 했다. 


민디자인 디자인 연구소 대표 민지영, 일러스트레이터 문수민, 그래픽 및 미디어 등을 디자인하는 업체 앤미디어의 콜라보이다. 길벗 출판사는 오랫동안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실용서를 발행했다. 디자인과 일러스트의 역사 속에 길벗이 함께 했으니 이번에도 좋은 친구가 될 것 같다. 


한두 장 넘겼더니 포토샵 CC 단축키와 일러스트레이터 CC 단축키가 보기 좋게 그려져 있다. 대박 처음부터 감동! 매번 사용하던 단축키라도 갑자기 뇌가 멈춘 듯 기억이 안날 때가 있다. 그럴 때 펼쳐보면 단박에 확인할 수 있다니 너무 좋다. 나는 이 부분을 잘라서 파일북에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이 좋았던 점 중에 하나가 분리가 용이하다는 것이다. 어렸을 적부터 조그만 몸에 비해 거대했던 책가방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 책을 필요한 만큼 잘라서 다녔다. 이런 습관은 대학생이 되어서도 성인이 되어서도 변함이 없었기에 배움의 목적인 책은 분리가 잘 된다는 것은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프로그램이 두 가지인 이 책은 포토샵의 내용 정리가 끝난 마지막 페이지와 일러스트레이터의 시작 페이지가 겉표지처럼 동일하게 용지가 하드했다. 완전 굿!!!
잘라서 두 덩이로 만들어보니 깔끔한 2 권이 되었다. 우와 ^-^


- 목차 -
【포토샵 편】
PART 1. 포토샵 CC 2020 시작하기
PART 2. 자유자재로 선택하고 변형하기
PART 3. 다양한 방법으로 색상 적용하고 보정하기
PART 4. 레이어 채널을 이용한 이미지 합성하기
PART 5. 드로잉 도구를 사용하여 드로잉 하기
PART 6. 패스와 문자 사용하기
PART 7. 필터로 특수 효과 적용하기 


【일러스트레이터 편】
PART 1. 일러스트레이터 CC 2020 시작하기
PART 2. 드로잉의 기본, 그리기 도구 익히기
PART 3. 다양한 방법으로 채색하고 편집하기
PART 4. 효율적으로 문자 디자인하기
PART 5. 스타일이 살아 있는 그래픽 디자인하기


<포토샵&일러스트레이터 CC2020 무작정 따라하기> 에서는 처음 배우는 경우와 심화과정이 필요한 경우에 대한 학습 계획을 세우는 방법을 알려주고, 현재 설치된 프로그램이 최신이 아니더라도 비교하며 팁을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무엇보다 길벗 출판사 홈페이지에서 실습 예제를 다운로드할 수 있어서 몇 번이고 복습을 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스마트하게 업그레이드된 추가 기능을 적용해서 포토샵의 장점인 이미지를 이용한 보정과 디자인 작업을 학습할 수 있고, 벡터 형태의 다양한 일러스트레이션을 친절한 설명과 예제를 통해 쉽게 배울 수 있다.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를 배우자고 한다면 초보자도 최신 버전이 설치되지 않은 경우라도 해당 도서 하나로 한두 달이면 마스터할 수 있다고 하니 도전할 만하다. 올해는 좀 더 효율적이며 고급스러운 작업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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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성적으로 살기로 했다
서이랑 지음 / 푸른영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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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향적인 사람이고 싶었다. 그리고 그들이 부러웠다. 의미 없이 던진 말에 며칠을 고민하기도 하고, 내가 했던 말과 행동을 곱씹으며 실수한 것 없는지 기준도 없는 검수를 하며 나 자신을 피곤하게 했다. 내적 에너지 소비를 많이 하지만 외부 활동을 하면서도 에너지를 얻는 타입이라 꼭 완벽하게 내성적인 성격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피터 홀린스는 성격을 구분 짓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게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바라보고 인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그러면 내성적인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나는 내성적으로 살기로 했다>에서 저자의 고백을 읽으며 찾아보기로 했다.



물구나무를 서느라 온갖 신경과 에너지가 집중되어
내가 걷고 있는 풍경을 제대로 볼 수조차 없다면,
나는 차라리 물구나무서기를 못하고 싶다.
p87



저자는 본인을 지독한 내성적인 사람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외향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불행하게 살았다고 한다. 시부모님께 싹싹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까지 하는 모습이 안타까우면서 동질감을 자아냈다. 나처럼 같은 고민을 하며, 같은 것에 예민해하는 저자라서인지 과거의 저자에게 힘내시라고 응원하고 싶었다.



누가 어떤 칭찬을 듣는지 보고 들으면서 우리는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가치관을 형성한다. 그러니까 칭찬이 문제다. 그놈의 칭찬 때문에 우리는 모두 같은 것을 바라고 같은 것을 부러워한다. 우리는 모두 같은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같은 길을 간다. 우리가 이토록 재미 없어진 이유가 그 마약 같은 칭찬 때문인 것이다. / p24



모든 '처음'에 설렘을 느끼기보다 두려움을 느끼는 탓에 무엇이든 지레 겁부터 먹고 망설이는 나를 덜 다그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나를 들킬까 봐, 남들은 다 큰 어려움 없이 해나가는 듯한 일상조차 나에게는 신경이 곤두서고 힘겨운 과제가 되고 만다는 사실을 들킬까 봐, 못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척하며 매일매일 무리하던 일들도 그만두었다. 내가 지독하게 내성적인 인간이라는 사실을 뒤집기 위한 발버둥을 그만두고 어쩔 수 없는 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니까 나는 그냥 내성적으로 살기로 했다. /p.82



잘못된 건 '눈치를 보는 나'가 아니라고. 나라는 존재가 없어진 건 내가 눈치를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눈치 보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싫어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눈치를 보면서도 눈치 보지 않은 척하다 보니 도대체 내가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없어졌는지도 모르겠다. /p212



못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척하며 무리하며 관계를 이어가는 저자는 결국은 자신을 받아들이고 더 이상 발버둥 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하긴 모든 사람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면서 살기란 여간 피곤할 일이 아니다. 그러다 무심코 드러난 진짜 나의 성격을 사람들이 떠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느니 나의 이런 성격마저도 좋아하는 사람이 소수라도 있다면 그걸로 인생은 괜찮은 게 아닐까 싶다.



행복이 무엇인지 따위는 알 필요가 없다. 대신 자신이 원하는 행복이 어느 쪽인지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따끈하고 얼큰한 국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매일 크림 스파게티만 먹으면서 느끼하다고 불평하는 것만큼 웃긴 일은 없을 테니까./p169


책을 읽다가 남편에게 나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물어봤다. 대답은 "당신은 당신이라 장점이고, 당신은 당신이라 단점이야"였다. 듣고 나서는 한 대 때릴까? 하고 기분이 나빴지만 한편으로는 이 사람이 온전하게 나를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착각일 수도 있다. ^^ 자신의 부족함을 들어내고 그 모습마저도 좋게 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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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문자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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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로 우리나라에도 엄청난 팬덤이 형성된 작가지만 소설을 즐겨 읽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나는 최근 [분신]으로 그의 진가를 알아보게 되었다. 93년도에 발표한 [분신]은 클론이라는 그 시대에 생소한 주제였을 텐데 지금 읽어도 대단히 흥미 있었다. 설 연휴를 앞두고 도서관에 책을 반납만 하려 했으나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름이 보이는 순간 본능적으로 [11문자 살인사건]에 손이 나갔고 결국 집으로 데리고 왔다. 그리고 어제야 마침 한 권의 책을 완독해서 이 책을 집었는데 너무나 집중하며 읽어내려갔고 하루가 가기 전에 완독했다. 먼저 끝낸 책은 서평을 미루고 <11문자 살인사건>을 쓰게 될 줄이야 ㅋㅋ 정말 믿고 보는 게이고라는 말은 틀림없었다.


▶"나" _ 여성 추리소설가
▶가와즈 마사유키 _ "나'의 애인. 프리랜서 작가
▶하기오 후유코 _'나'의 담당 편집자이자 친구
▶니자토 미유키 _여성 카메라맨
▶야마모리 다쿠야 _ '야마모리 스포츠플라자'의 사장
▶야마모리 마사에 _ 다쿠야의 부인
▶야마모리 유리 _ 다쿠야의 시각장애가 있는 딸
▶무리야마 노리코 _ 다쿠야의 비서
▶하루무라 시즈코 _ '야마모리 스포츠플라자'의 직원
▶가네이 사부로 _ '야마모리 스포츠플라자'의 직원, 시즈코의 애인
▶후루사와 야스코 _ 직장인
▶다케모토 유키히로 _ 르포작가. 요트 여행 사고에서의 유일한 희생자
▶다케모토 마사히코 _ 직장인, 유카히로의 동생


도입부부터 주요인물 소개를 친절하게 작성된 소설을 최근에 처음 보는 것 같다. 인물 파악을 하기 위한 노력을 책을 째려보며 노트에 끄적일 필요가 없어서인지 막힘없이 읽을 수 있었다.
"누군가 나를 노리고 있어."
나의 애인 가와즈가 버번 잔 속의 얼음을 흔들며 말했다. 그리고 어느 날 형사가 찾아와 그의 살해 소식을 알렸다. 둔기로 뒷머리를 내리친 뒤 항구에 버려졌다고 한다. 주인공은 친구이자 편집장인 후유코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사실 가와즈는 후유코가 소개해준 남자였다. 이틀 뒤, 그의 장례식에서 그의 여동생과 같이 일했다던 어깨가 다 무진 여성 카메라맨 니자토 미유키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틀 뒤 오빠의 유품을 정리하던 가와즈의 동생이 주인공에게 전화해 책과 자료들이 필요하면 보내드리겠다고 연락이 와서 택배로 받기로 했다. 마침 주인공도 그 집 열쇠를 돌려줘야 해서 방문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가와즈의 스케줄표를 보게 되었고 죽은 당일 야모모리 사장을 만난 것을 알게 된다.


추리소설 작가인 주인공은 이번 사건은 보통으로 보이지 않았고 더구나 좋아하던 사람이라 진실을 파헤치고 싶었다. 물론 차후 소설의 소재로도 사용할 의향도 있었던 것 같다. 예전에 보트 사고로 살아남은 사람이 차례대로 제거되고 있을 것이다고 생각하게 된다. 유일한 사망자였던 다케모토의 관계자의 복수일까.
며칠 뒤 니자토는 가와즈처럼 후두부에 가격을 당한 시체로 그녀의 아파트에서 발견된다. 그날은 주인공과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그 뒤로도 요트의 생존자인 극단의 배우 사카가미 유타카도 동일한 방법으로 살해된다. 역시 주인공과 만나기로 하루 전에 일어난 사고다. 범인은 항상 주인공보다 앞서간다.

범인은 누구이며, 무슨 이유로 생존자들을 위협하는 것일까를 보며 쉼 없이 추적하며 읽어내려갔고 다 읽은 후에는 작가는 어떤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를 생각했다. 가치를 선택하는 것.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일방적인 가치관이 그들이 어떤 수치심도 느끼지 못하게 했고 그때는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 후로도 범인을 알아낸 그들이 했던 행위도 추악했다. 누군가의 가치를 함부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인가. 나와 신념이 다르다고 하여 그 사람은 죽어마땅한 존재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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