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을 파다보면 '삼중당 미스테리명작'과 자유시대사에서 나오는 '자유추리문고'의 명성을 피해갈 수 없다. 이 시리즈에 실렸던 작품들은 지금 많이 복간이 되어서 굳이 중고시장에서 '과한' 돈을 주고 살 필요는 없어졌지만, 콜렉터라면 복간 여부를 떠나 일단 모으기 시작한 시리즈는 끝장을 보고 싶은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나도 한때는 두 시리즈를 지구 끝까지 찾아다니겠다는 의지를 잠시 불태워보기도 했지만 깨끗하게 포기했다. 장르소설이라면 뭐든 좋아하는 건 아닌 편협한 취향이라 스파이물이나 하드보일드 탐정이 나오는 작품은 흥미가 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갖고 싶은 작품들을 얼추 다 모았기 때문에 삼중당과 자유추리는 이만 졸업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아이들은 내 최고의 보물이다. 물론 표지나 번역이나 책의 상태도 좋지 않고 삼중당의 경우 세로쓰기이기도 하지만 나름 운치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삼중당문고로 나왔으나 아직 복간되지 않은 명작 중의 명작이 이번에 나왔다. 이름하여 <파계재판>! 제목에 들어간 '파계'라는 단어 때문에 재판이란 비유적인 의미가 아닌가.. 스님께옵서(?) 파계되는 과정을 그린 추리소설인가...라며 집어든 기억이 난다. 그런데 어엿한 법정소설이었다. 누군가 살인죄로 기소가 되고 검사는 철벽같은 증거를 제시한다. 이대로라면 사형! 이에 맞서 전도유망한 변호사가 틈이 보이지 않는 철벽 알리바이를 깨려고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인데(오래 전에 읽어 기억이 가물가물.. 아마도?!), 처음부터 끝까지 법정을 거의 떠나지 않고 등장인물도 극히 제한적이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판결이 내려지기까지 (이런 클리셰는 쓰고 싶지 않지만) 책장을 덮을 수가 없다. 이런 작품이 다시 나오다니, 햄볶하다.

 

저자인 다카기 아키미스의 작품으로는 얼마 전에 나온 아래 왼쪽 책과 아마도 한국 출판계의 괴랄 표지로 기리 남을(개인적으로 이 표지를 뛰어넘을 괴랄은 없을 것 같다.) 아래 오른쪽 책이 있다. 물론 헌책방에 가면 무슨 검사 시리즈(일본 사람들 이름은 정말 모르겠다.ㅠ.ㅜ)도 아직은 구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세 권만 읽어도 다카기 아키미스라는 작가의 매력에 흠뻑 취할 수 있지 않을까.

 

 

 

 

 

 

 

 

 

 

 

나만의 감상이지만 <문신살인사건>의 표지에 나오는 아저씨를 보면 일본 배우인 나카이 키이치 아저씨가 떠오르는데... (아저씨,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저 단정한 포마드 바른 듯한 0:10 가르마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영화배우 나카이 키이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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