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아이를 재워놓고 신랑과 나는 집을 어떻게 꾸밀지 이런저런 계획을 세웠다. 

우리 집은 정말 휑하다. 벽에 못 치기를 극도로 싫어하는 나 때문에 벽은 안방에 걸린 우리 결혼사진을 제외하면 아무 것도 걸려 있지 않다. 신랑의 '간곡한' 설득으로 못 대신 본드로 붙이는 고리를 부엌에 붙여 놓은 것이 다다. 그래서 열심히 맞춘 퍼즐 액자 두 개 중 하나는 내 책상 맞은편 벽에 세워져 있고, 나머지 하나는 유리가 깨어지는 바람에 냉장고 위에 누워 지내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신랑은 집이 너무 심심해서 아이의 정서발달에 좋지 않다며 나를 공격하곤 한다. 뭐 나도 이런 집에서 살고 싶은 건 아니었다. 이사올 때 만삭이었고, 새 집에 새 식구도 들어오니 집을 새로 꾸며야 한다는 나의 야심찬 계획도 있었고, 그러나 늘 계획만 많고 실천은 못 하는 내 성격이 여전히 걸림돌이 되기도 했고, 그래서 지금의 사막 같은 집이 만들어진 거다. 

아이 돌이 다 되가는 지금까지 만삭 핑계 대기도 미안하고, 이제는 정말 집을 제대로 꾸며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 책이 방바닥에 그대로 쌓여 있는 일명 '서재방'부터 정리해야 한다. 신랑이 책장을 더 사야 한다고 했는데, 괜찮다고 근거없는 고집을 피운 덕분에 책은 이중, 삼중으로 꽂혀 있고 그나마 자리를 잡지 못한 책들은 상자에서 나오지도 못한 채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 책들을 다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책장을 더 사서 며칠 고생을 하면 정리가 될 것 같다. 거실에는 부엌에서 안방으로 이어지는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공간에 선반을 3층으로 달아 책장을 하기로 했다. 우리 집은 구조가 길쭉한 편이라 애매한 공간이 많다. 그런 공간에는 가구를 들이면 비좁고, 그냥 두면 왠지 여유 공간을 버리는 것 같아 어중간했는데, 니은자 구조로 선반을 여러 층 달면 꽤 많은 책을 수납할 수 있을 것 같다. 신랑은 거실 한쪽 벽을 책장으로 꾸미자고도 했는데, 나는 그런 서재가 싫다. 서재랍시고 한쪽 벽을 책장으로 꾸미고 그 중간에 TV를 넣어두는 건 또 뭔가. TV가 아니더라도 나는 그런 서재가 싫다. 나도 책은 어지간히 좋아하지만 그리 넓지도 않은 거실에 한쪽 혹은 양쪽 벽을 다 책으로 채운 모습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어지간히 넓은 거실이 아니고서야, 왠만한 집은 다 그렇지 않을까. 하지만 우리 집도 어른 책에 아이 책까지 더해지면 조만간 거실에도 책장을 놓아야 할 날이 올 것 같다.... 우리 집은 햇빛이 잘 들어 거실에 책을 두면 다 노랗게 변할 텐데,,, 그렇게 되기 전에 넓은 집으로 이사갈 수 있으려나. 

이렇게 잠자리에 누워서 이런저런 계획을 세웠는데, 과연 언제 실행에 옮길 지 모르겠다. 나도 신랑도 계속 바쁜 데다가, 2월은 너무 짧잖아... 그럼 3월로 넘어가야 하나? 이러다가 또 1년이 후딱 지나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번 만은 제발 책정리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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