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방금 내가 작업한 책에 다른 사람 이름이 올라간 있는 걸 봤다. 두 권짜리라 1권 역자 이름이 2권에도 따라 들어갔나 보다. 책에는 내 이름이 나와 있으니 상관없지만, 불쾌하다.  

작년 이맘 때는 정반대의 경우 때문에 분통이 터졌었는데... 그 때는 인터넷 서점에는 내 이름이 올라 있고, 책에는 시리즈의 이전 책을 번역한 역자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 출판사에 전화해서 이야기를 해서 수정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수정한 책을 한 권이라도 보내줄 줄 알았는데, 꿩 구어먹은 소식이다. 할 수 없이 증정본들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도판에도 불구하고 방구석에서 썩고 있다.  

2. 새해 들어 영성 관련 서적을 몇 권이나 검토를 하게 되었다. 전에는 이런 책 다 허접하다고 싫어했는데, 작년 한 해 이런저런 일들을 워낙 폭풍처럼 겪다보니 달리 보인다. 그래서 사람은 장담을 하면 안 되는 건가 보다. 내가 이런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좋은 구절을 옮겨 적고 할 날이 올 줄이야. 

지금 디팍 초프라의 책을 보고 있다. 행복에 관한 책인데, 그 책에는 인간이 기억하고 상상할 수 있어서 더 고통스럽다는 구절이 나온다. 어떤 개를 발로 차고 10년 후에 그 개를 다시 만난다고 하자. 개는 내게 차인 기억을 떠올리며 으르렁거릴 수 있다. 하지만 사람과 달리 개는 10년 동안 그 기억을 곱씹으며 복수를 다짐하지는 않는다. 지금 내 상황을 알고서 쓴 것 같다. 지금 서럽고 분하고 억울한 기억 때문에 많이 힘든데, 이 구절을 본 순간 그 기억을 날려 버릴 수는 없지만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과연 이 기억을 훌훌 털어버리고 그 사람들을 용서하고 나도 용서를 구할 수 있을 날이 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내 행복을 위해서. 그리고 내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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