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춥다. 겨울에는 추워야 제맛이라지만 이건 너무 춥다.  

카페인 없이 오전을 어떻게든 버텨보려다가 결국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 애를 들쳐 업고 밖으로 나갔다가 정말 죽는 줄 알았다. 바람이 불지 않으니 양지에서는 그다지 춥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한 10초 지났을까 '아무래도 큰 일을 저지른 것 같다'는 생각이 정수리를 딱 치고 지나갔다. 마치 외나무다리 한 가운데서 벌벌 떨며 서 있는 기분이랄까. 돌아가기에는 너무 많이 왔고, 던킨은 딱 온 만큼 더 가야 했다. 가는 길에 있는 편의점 앞에서 아저씨와 구미호가 선전하는 커피로 오늘의 카페인 섭취를 갈음할까 하는 유혹도 받았다. 하지만 그냥 가기로 했다. 하루 종일, 스위트 아메리카노는 너무 스위트해를 연발하며 참고 다녀올걸하는 후회를 하기 싫어서.... 

돌아오는 길에 손이 얼마나 곱았는지, 뜨거운 커피잔을 들고 있어도 별로 따뜻하지도 않았다. 어디선가 '공부를 그렇게 해 보지.'하며 혀를 끌끌 차는 소리가 들린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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