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가족이라 할지라도 그 마음을 다 내놓지 못할 때가 많다.
어쩌면 내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정도치를 스스로의 기준에 두고서
혼자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을 버겁게 짊어질 때가 나에겐 더 많았다.
그래서인지 연결된 관계 안에서도 감정의 공유가
모두 오픈 되지 않기에 적당히 선을 유지하며 지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서로에게 상처주지 않는 법이라 생각했었던 것이다.
하지만 책 속의 사연을 들여다보면 선택의 결과를
남은 사람들이 책임져 살아가야 함은 굉장히 큰 무게로 남는다는 것.
이들의 그 아픔은 또 다른 관계의 치유 속에서 일어나고
완전히 무너진 마음은 불편한 사실을 마주하게 되서야
풀어갈 해답을 찾게 되는 길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미로를 헤메이는 것처럼 암울한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주인공 도연.
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가족들에겐 큰 고통과 아픔이었다.
이로인한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되고, ‘가사조사관’이라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된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상처 속에 살아가는 이가
타인의 어려움을 대면해야 하는 매일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 짐작만으로도 힘겹다.
그러나 도연은 아픔 속에 매몰되지 않는다.
스스로 그 길 위로 깨어나오는 여정을 타인의 삶에서 비춰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