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안녕
유월 지음 / 서사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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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가까운 가족이라 할지라도 그 마음을 다 내놓지 못할 때가 많다.

어쩌면 내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정도치를 스스로의 기준에 두고서

혼자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을 버겁게 짊어질 때가 나에겐 더 많았다.

그래서인지 연결된 관계 안에서도 감정의 공유가

모두 오픈 되지 않기에 적당히 선을 유지하며 지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서로에게 상처주지 않는 법이라 생각했었던 것이다.

하지만 책 속의 사연을 들여다보면 선택의 결과를

남은 사람들이 책임져 살아가야 함은 굉장히 큰 무게로 남는다는 것.

이들의 그 아픔은 또 다른 관계의 치유 속에서 일어나고

완전히 무너진 마음은 불편한 사실을 마주하게 되서야

풀어갈 해답을 찾게 되는 길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미로를 헤메이는 것처럼 암울한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주인공 도연.

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가족들에겐 큰 고통과 아픔이었다.

이로인한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되고, ‘가사조사관’이라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된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상처 속에 살아가는 이가

타인의 어려움을 대면해야 하는 매일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 짐작만으로도 힘겹다.

그러나 도연은 아픔 속에 매몰되지 않는다.

스스로 그 길 위로 깨어나오는 여정을 타인의 삶에서 비춰 발견하게 된다.




“나는 진짜 대충 살 거거든요. 절대로 열심히 살지 않을 거거든요. 이상한 사람들 말 듣지 않을 거거든요. 그런데 열심히 살지 않으려면 매일 이렇게 다짐해야 해요. 자꾸자꾸 나에게 말해줘야 해요. 잊어버리지 않게. 그래서 열심히 살지 않는 게 너무 힘들다.”

p54

강박적으로 열심히 살아왔던 성실성이 나에게 해가 되었던 적을 떠올려보게 된다.

엄마로서 살아온 세월이 나로 살아온 세월을 추월해 나갈 때

묘하게 두렵기도 공허하기도 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열심히였는지 모르겠는데

그런 희생 덕에 가족들은 안심하고 안전할 수 있었지만

나를 빠르게 잃어버리는 쪽을 선택한 책임으로 남은 나의 공허는

나이 든 나의 세월에 떠밀려 와있다.

좀 대충 살아도 괜찮았는데,

나를 지키는 법에 좀 무심했던 나날이 떠오른다.

구석구석 숨겨져 있던, 도연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내밀한 것들이 투명하게 보였다. 상처를 들키지 않기 위해 숨어 들어가던 시간들, 그 시간 안에서 살기 위해 발버둥치던 자신과 도연의 취약함을 이용하던 지원의 방식 같은 것들이. 도연은 발가벗고 있는 듯 부끄러웠지만 숨을 곳이 없었다. 몸과 마음이 함부로 비집고 들어온 침입자에게 짓밟힌 것 같았다. 선명하게 남겨진 구둣발은 어떻게 해도 지울 수 없는 낙인 같았다. 도연은 내팽개쳐진 자신을 그대로 둘 수 없었다. 해진 마음을 끌어안으며 다짐했다. 누군가의 말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겠다고, 일로 만난 사람에게 마음 따위 주지 않겠다고, 다른 사람에게 나의 어떤 것도 맡기지 않겠다고, 쉽지 않은 사람이 되겠다고, 참지 않겠다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지키겠다고.

p119

늘 배려하며서 챙기는게 언니의 보람인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켜켜이 쌓인 무게감이 언니를 납작하게 눌러 언니는 산산이 부서졌다. 언니는 무엇이 그렇게 두려웠을까. 힘들다는 말을 참으면서까지 언니에게 남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소중했던 건 아무것도 지키지 못했는데. 언니에게 가장 소중한 건 자기 자신이어야 했다는 것도 몰랐으니 어쩌면 언니는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었던 게 아닐까. 그러다 결국 다 의미가 없어져 버린 건 아닐까.

p197

묻어둔 마음의 상처를 들여다 볼 용기가 날 때

그 시점부터 삶이 다시 재생되는 듯하다.

예상치 못한 삶의 변수들이 참 많은 인생이지만

주인공 도연을 보면서 타인의 어려움을 대면해야하는 매일의 삶이 버겁지만

그 안에서 본인의 상처를 마주할 수 있는 계기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 참 아름답다.

작가의 섬세한 감정묘사를 가만히 따라가다보니

연결된 감정이 하나로 이어지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우린 따로 존재하는 듯 보이지만

하나로 연결된 연대 속에서 상처와 아픔, 치유와 회복을 반복한다.

비로소 안녕이라 말할 수 있는 완전한 회복을 찾아가는

조용한 여정을 이 책 속에서 찾아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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