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을 빌려드립니다 - 복합문화공간
문하연 지음 / 알파미디어 / 202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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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함께 연대해 살아간다는 것이 너무도 소중하고 다행이다 싶은

슬픈 한숨을 돌릴 수 있었던 힐링 소설을 만나볼 수 있어 행복했다.

저마다의 사연과 아픔을 가진 이들이 모인 공간 ‘소풍’.

호숫가에 위치한 펜션을 매입해 복합문화공간 ‘소풍’을 탄생시킨 연재.

다양한 취미 모임을 할 수 있게 공간을 대여하는 이곳에 모인

이방인들의 숨은 사연을 책 속에서 살펴보며

‘소풍’ 안에서 그들이 토해내는 아픔과 상처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연재 자신 또한 끌어안고 있는 문제들이 있었고

아기 엄마 혜진, 작곡가 수찬, 요가 수업의 제하, 묵묵히 돕는 손길의 강훈,

좋은 사업 아이디어를 기획 추진하는 현..

모두가 자신이 끌어안고 사는 상처를 회복할 숨구멍이 필요했다.

다행히 이 곳에서 이들은 조금씩 자신의 울분을 토해낸다.




이 작은 도시에서 아기를 키우며 단절된다는 것은 심각한 우울증을 불러올 예상 ‘뱃 퍼센트’임을 다들 아는 까닭이다. 아기를 키우는 시간은 고립되지 않기 위해 자신을 소외시키는 시간이기도 하다. 고립, 소외, 노동, 불면, 돈 부족, 호르몬 불균형, 이 모든 것과 몸부림치는 동안 아이가 자란다.

p19

이 유모차 부대의 엄마들이 같은 공간에서 숨쉬며

자신의 곁을 조금씩 내어주며 위로를 토했을 그 모습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이들에겐 너무도 지극히 간절하게 필요한 숨구멍이었을 이 시간을

나또한 경험해 본 바가 있기에 공감한다.

단절된 자아를 되찾아가는 시름을 내놓고 분출할 수 있는

엄마라는 여성들이 표류하는 삶이 얼마나 굉장한지를 말이다.

고립을 벗어나기 위한 아우성이었을 이들을 위로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지금도 앞으로도 더 많아지길 바라는 바이기에

‘소풍’은 그런 몫을 잘 해나가고 있는 것만 같아 안도감이 든다.

‘내가 겪은 일은 특별하다는 환상, 아무도 나만큼 아픈 사람은 없다는 착각’ 속에 빠져 내 상처를 키우고 확대하고 심지어 극진히 보관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패딩에 묻은 흙처럼 털어버리거나 정 안되면 둘둘 말아 쓰레기통에 버리면 되는 것을 마음 깊은 곳에 고이 모셔 두었다는 것을. 그 무슨 대단한 보물이라고 끌어안고 끙끙대고 있었다는 것을.

p167-168

한 사람이 한 사람을 구원하는 일은 가능한가? 물론 나를 이해해 줄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인생이 극단적으로 외로울 확률은 줄겠지만, 이해와 구원은 다를 뿐더러 나 하나도 구제하기 힘든 세상에 타인을 구한다는 건 때때로 나를 버려야 가능하다. 그런데 세상에 나를 버려가며 지켜야 할 것은 없다. 나를 버리지 않고도 ‘함께’할 수 있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그런 방법은 현재로선 요원해 보였다. 연재는 제하의 깊은 눈 속에서 이저리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한 고통을 느꼈다.

p227

자신의 우울한 감정이 시우에게 전염될까 봐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연재는 혜진의 이 말을 듣고 애초에 왜 퀼트 자릴 만들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자신의 우울한 감정이 시우에게 전염되지 않도록 노력한거였구나. 억지로라도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자신의 우울한 감정에 매몰되지 않도록 환기하고 싶었던 거다. 혜진은 예전보다 밝아 보였다. 밝게 살려고 애쓰는 중인지로 모르나. 그런 혜진을 보며 연재는 생각했다. 어떤 날은 그렇게 살아질 것이고, 또 어떤 날은 무너지기도 하면서 점점 단단해질 거라고. 연재가 그런 것처럼.

p264

현의 일탈을 가까이서 들어다보다 알게 된 조울증이란 정신적 질병이

따나보내지 못한 죄책감 속에서 살아가는 불행과

사람과의 관계 속 어려움이 너무나 극명하게 드러나 보였다.

서로 돌보는 마음으로 마음의 상처에 조금씩 딱지가 지고

작은 관심이 모여 한 사람을 일으켜 세워주는

타인의 낯선 친절과 베푸는 사랑이 눈물나게 고마웠을 것이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깊은 아픔을 혼자 끌어안고서 살아가기 힘든 법이다.

문득 문득 나를 괴롭히는 변화무쌍한 날씨처럼

마음의 먹구름과 그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매번 울고 웃게 할테지만

그럼에도 곁을 지키고 있는 이들의 작은 소리가 이들을 힘나게

살아볼만 하게 만들 것을 안다.

아무렇지 않은 듯 보이지만 껍데기뿐인 내 모습 뒤로

진짜 나를 비춰내 보일 수 있는 진실한 관계 안에 놓일 수 있는

좋은 만남을 간절히 바라고 소망한다.

그렇게 강하지 않은 나를 드러낼 용기가 필요하니까.

거기서부터 마음의 치유가 시작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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