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즈가 두려운 건 바로 절망감이었다. 백화점에서 일하는 로비체크 부인의 지친 몸이 뿜어내는 절망감. 트렁크 안에 잔뜩 쑤셔 넣은 드레스에서 흘러나오는 절망감. 로비체크의 못생긴 외모에 찌든 절망감.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보잘것없는 처지일 수밖에 없는 부인의 절망감. 이뿐 아니었다. 테레즈의 절망감까지 보였다.
"사라진다! 그거 좋네. 그럴 수 있으니 얼마나 행운이야. 자유로우니까. 그건 알지?"
조용히 사라졌죠. 그렇게 해야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었나 봐요.
뇌로 술기운이 퍼지면 늘 그렇듯 음악과 시, 그리고 진실이 떠오른다. 그런데 테레즈는 그 경계에 붙들렸다.
부자, 부르주아를 혐오하는 리처드가 자동으로 반응했다.
난 희망을 갖고 있어요. 운명도 믿고요. 친밀함이라는 건 친구 사이는 물론 거리를 스쳐지나가는 누군가에게도 적용이 되거든요. 어디든 그럴 만한 명확한 이유가 있는 법이죠. 시인들도 내 말에 동의할 겁니다."
찬란한 밤이었다. 눈이 부실 만큼 근사한 밤이었다.
치밀어 올랐던 화가 가라앉더니 나약하고, 쉽게 상처 받고, 무방비한 테레즈만 덩그러니 남았다.
특정 원자끼리는 결합하지만 어떤 원자는 서로 결합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는 것과 비슷하죠. 한쪽에 결여된 요소가 다른 쪽에 있는 거죠. 우정이란 것도 양쪽이 서로 완벽하게 감추거나, 때론 영영 숨기는 특정 욕구에 의한 결과물인 것 같아요."
내가 아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내 삶은 생리적 부패의 속도에 맞추어 파괴되고 있다.
인식은 불완전하다거나 기억은 그보다 더 불완전하다는 말은 신경 쓰지 않는다. 다만 내가 기억하는 것을 왜 기억하기로 했는지, 혹은 왜 기억한다고 생각했는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은 신경 쓰인다.†
행운을 빌어요, 라고 죽은 자가 속삭였다
그 순간이 지나면 나는 다시 평소처럼 잃어버린 기억들에 골몰했다
생명은 다할지언정 삶은 계속된다.
그릇은 깨진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친구가 말했다.깨지면 다시 이어 붙일 수 있잖아.
사실 금붕어는 정보?가령 특정한 소리?를 최대 5개월 동안 기억할 수 있다. 한 보고서의 주장에 따르면 그렇다.
이 새로운 ‘아무것’에는 주관적인 경험이 결여되어 있었다. 나는 늘 잠들어 있거나 거의 잠든 상태였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펜을 잡지 않게 된거 같다오늘부터 매일은 아니더라도기억을 기록하기 위해서라도 펜을 좀 들어야지읽다가 좋은 문구가 있길래 사진첩에 있는걸로다가끄적여봄한장은 우리 찰스가 신나서 뒹굴하는거고한장는 남집사 얼굴 시릴까 엉덩이로 덮어주는 배려까지 아낌없이 주는 버려져 아팠던 유기묘 냥이들마지막은 키우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가족들이 내버린 고양이 시루
십년전엔가 그 이전엔가 책을 샀다.열린책은 아니였고 다른 제작사였는데 그때도 긴 이름에밝지 않은 내용에 읽다 덮은 기억이 있는 책이다.그저 모성애에 관한 얘기겠거니 하고 읽다아니였던 내용에 다음에~!! 라고 덮었던 듯 싶다.나이가 들어 읽어보면 어떨까 했는데..나이가 드는건 이해심도 달라지나 책이 잘 읽힌다.이름이야 아직도 길어 안 익숙하지만..아들의 혁명 운동을 모성애적으로 응원하고 도와주면서스스로 참여하게 되는 어머니의 성장 소설 같은 책이다.우리나라에서는 한때 빨갱이 책으로 낙인찍혀 금서였다고 한다.아무래도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책이니..줄칠 좋은 글들도 드문드문 나오고술술 읽히는 어머니의 성장이 궁금하다면 읽기 추천한다.
아무것도 잃고 싶지 않았다. 그게 내가 가진 가장 큰 문제였다.
나는 내가 진심으로 삶에 열중하고 있었다고 말하고 싶어서 썼다
나는 너무나도 많은 무(無)의 시간을, 언뜻 보기에 아무것도 아닌 시간을, 기억할 만한 순간들 사이에 존재하는 텅 빈 시간으로 취급했다.
쓰지 않고는 시간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 방법을 단 한 가지도 떠올릴 수 없었다.†
서술 기억은 과학자들이의미 기억이라고 칭하는 기억, 즉 맥락과는 무관한 사실과 관련된 기억과일화 기억, 즉 특정 시간과 상황에 겪은 개인적인 경험과 관련된 기억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
결혼은 고정적인 경험이 아니다. 결혼은 지속적인 경험이다
자전적 기억은 일반적으로 일화 기억에 해당한다고 간주된다.
금이 헬륨과 비슷하면서도 헬륨 이상의 무언가이듯, 결혼은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가 생기는 것과 비슷하면서도 그 이상의 무언가다.전자(電子)의 내부 껍질이 꽉 차면 다음 전자가 다음 껍질을 채우면서 결국 원소의 성질 자체를 바꿔버린다.
시간은 순간을 포함하고 있다. 시간은 순간 말고도 많은 것을 담고 있다.
과거의 교훈을 기억하라. 미래의 가능성을 상상하라. 그리고 현재에, 기억을 동원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시간인 현재에 몰두하라
진짜 하루하루 사이에 여분의 하루하루가, 완충 역할을 하는 하루하루가 필요하다.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일만 기억하고, 그 일이 전부였다는 확신을 품고 싶다
일기 쓰기는 무엇을 생략할지, 무엇을 잊을지를 솎아내는 선택의 연속이다.
감각 기억은 감각을 인식한 순간부터 0.2초에서 0.5초 까지 유지되다가 서서히 희미해진다.
기억할 만한 샌드위치 하나, 기억할 만하지 않은 층층의 계단. 아무도 기록하지 않는 수다스러운 말소리로 가득한, 기억할 만한 잠깐의 대화.
아무도 쓴 적 없는 문장을 쓰고 싶어
향수에 젖은 채 과거 속에서만 살아가는 것 또한 성격적 결함으로 간주된다.
날씨는 여전히 좋음.고양이는 여전히 사랑스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