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즈가 두려운 건 바로 절망감이었다. 백화점에서 일하는 로비체크 부인의 지친 몸이 뿜어내는 절망감. 트렁크 안에 잔뜩 쑤셔 넣은 드레스에서 흘러나오는 절망감. 로비체크의 못생긴 외모에 찌든 절망감.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보잘것없는 처지일 수밖에 없는 부인의 절망감. 이뿐 아니었다. 테레즈의 절망감까지 보였다.
"사라진다! 그거 좋네. 그럴 수 있으니 얼마나 행운이야. 자유로우니까. 그건 알지?"
조용히 사라졌죠. 그렇게 해야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었나 봐요.
뇌로 술기운이 퍼지면 늘 그렇듯 음악과 시, 그리고 진실이 떠오른다. 그런데 테레즈는 그 경계에 붙들렸다.
부자, 부르주아를 혐오하는 리처드가 자동으로 반응했다.
난 희망을 갖고 있어요. 운명도 믿고요. 친밀함이라는 건 친구 사이는 물론 거리를 스쳐지나가는 누군가에게도 적용이 되거든요. 어디든 그럴 만한 명확한 이유가 있는 법이죠. 시인들도 내 말에 동의할 겁니다."
찬란한 밤이었다. 눈이 부실 만큼 근사한 밤이었다.
치밀어 올랐던 화가 가라앉더니 나약하고, 쉽게 상처 받고, 무방비한 테레즈만 덩그러니 남았다.
특정 원자끼리는 결합하지만 어떤 원자는 서로 결합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는 것과 비슷하죠. 한쪽에 결여된 요소가 다른 쪽에 있는 거죠. 우정이란 것도 양쪽이 서로 완벽하게 감추거나, 때론 영영 숨기는 특정 욕구에 의한 결과물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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