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리스본행 야간열차 세계문학의 천재들 1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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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다양성에 대해 그때 눈앞에서 펼쳐졌던 장면보다 더 확실하고 인상적으로 보여주는 경우를 나는 그 전에도, 그 후에도 보지 못했다

형태가 잡히지 않은 채 우리 앞에 놓여 있던 그 열린 시간에 우린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무엇을 해야 했을까. 자유로워 깃털처럼 가벼웠고, 불확실하여 납처럼 무거웠던 그 시간에.

그의 눈에서는 자신의 부끄러운 행동을 아무도 보지 못했기를 바라는 희망, 커가면서 경험으로 지워버린 유치한 생각 ? 자기 시선만 돌리면 아무도 자기를 볼 수 없다는 ? 이 배어나왔다.

과거는 우리에게서 떨어져 나갔으나 미래는 아직 시작되기 전이었던, 그 순간의 학교 운동장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이다.

지금의 내가 아닌,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던 그 시절로 다시 가고 싶은 ? 꿈과 같이 격정적인? 갈망인가.

낯선 사람의 삶을 산다는 게 어떤 것일까 생각하며 남의 뒤를 밟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

빛나는 광채는 지나간 모든 것을 아주 낯설고 거의 비현실적으로 보이게 했고, 과거의 그림자를 모두 지워버릴 정도로 눈부셨다

‘1890년 5월 28일에 태어나 1954년 6월 9일에 사망한 알렉산드르 오라시우 드 알메이다 프라두가 여기 잠들다’라는 문장

‘1899년 1월 12일에 태어나 1960년 10월 24일에 사망한 마리아 피에다드 헤이스 드 프라두가 여기 잠들다’라는 문장이 쓰여 있었다.

‘1920년 12월 20일에 태어나 1973년 6월 20일에 사망한 아마데우 이나시우 드 알메이다 프라두가 여기 잠들다’라고 적혀 있었다

‘독재가 하나의 현실이라면, 혁명은 하나의 의무다.

책에 대한 어머니의 이런 생각, 좋은 글이 지닌 마술과 같은 힘이나 광채를 아무리 이야기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어머니는 그를 슬프게 했다.

그는 이 세상에 두 종류의 사람, 즉 책을 읽는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했다.

어떤 사람이 독서를 하는지 하지 않는지는 금방 알 수 있으며, 사람 사이에 이보다 더 큰 구별은 없다고 주장했다

_내부 바깥의 안쪽

내게서 잠을 앗아간 것, 빛이 반사되는 진열창 앞까지 산책을 하면서 내가 쫓아버리려 한 것은 서로 움켜쥐었던 이 손의 모습이었다.

이런 의식이 불러오는 타인과의 거리는, 스스로의 눈에 비치는 우리의 외면이 다른 사람들이 보는 모습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더욱 커진다.

해석된 몸이 주는 이중 굴절이라는 보호벽이 없이 우리가 마주 선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 사이를 분리하거나 조작하는 것이 없어 서로 보는 즉시 와락 달려든다면?

이제 막 만난 이방인처럼 스스로를 바라보는 것……

사람들이 보는 외부세계의 한 부분은 내면세계의 한 부분이기도 하므로 모두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프라두의 인생에 결정적인, 어쩌면 치명적인 역할을 한 사람……

살라자르가 권력을 좇은 야심가이기는 하지만 끔찍한 잔인함과 무자비한 폭력으로 정권을 차지한 것도 아니고, 방종한 잔치에 차려진 호화로운 음식을 즐기지는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화려한 통치 뒷면에 있는 메마른 삶의 억압된 욕구와 충동은 냉정하고 강력한 명령으로 나타났고, 국가이성이라는 수사학을 빌려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왜곡되기도 했다.

스위스의 중립성과 관계가 있었을까, 아니면 오로지 단어에만 사로잡혀 있던 그만의 문제였을까. 아무리 부당하고 끔찍하며 피비린내 나는 일도 묻어버리던, 그를 현혹하던 단어들 때문일까? 어쩌면 그가 근시라는 사실과도…….

하사관밖에 되지 못한 아버지가 라인 강에 주둔했던 소속 중대 이야기를 할 때면 그레고리우스는 언제나 약간 우습다는 느낌, 아버지가 하는 말의 주된 의미는 천편일률적인 삶에서 약간 두드러져 보이는 무엇인가에 대한 기억일 뿐이라는 비현실적인 느낌을 받았다

이러한 갑작스러운 소멸을 더는 느끼지 못하게 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무서워한다면 이는 얼마나 비논리적인가.

이 모호한 요구가 너무 커지면, 모든 것과 거리를 유지하게 하고 단어와 글 저편에 과연 외부세계가 있기나 할까라는 의심

우리 인생의 진정한 감독은 우연이다. 잔인함과 자비심,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으로 가득한 감독

사람들이 서로 연관이 없고 모순된 말을 한다고, 그리고 말한 것도 금방 잊어버린다고 불평했을 때 한 대답이었다

닳고 닳은 언어에 구역질을 느껴 포르투갈어를 새로 만들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한 이야기였다

그는 베른에 없었지만 베른에 있었고, 리스본에 있으면서도 리스본에 있지 않았다

그의 의지가 멈추었기 때문에 시간이 멈추었고, 이 세상도 멈추어 섰다

사람들이 어떤 한 사람에 대해 하는 말과, 한 사람이 자기 자신에 대해 하는 말 가운데 어떤 말이 더 진실에 가까울까? 다른 사람에 대해 하는 말이 스스로에 대해 하는 말처럼 확실한가? 스스로의 말이라는 것이 맞기는 할까?

다른 사람의 내면을 이해하기 위해 길을 떠날 때는? 이 여행이 언젠가 끝이 나기는 할까? 영혼은 사실이 있는 장소인가, 아니면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우리 이야기의 거짓 그림자에 불과한가?

……지금의 내가 아닌,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던 그 시절로 다시 가고 싶은 ? 꿈과 같이 격정적인? 갈망……

시간으로 다시 돌아가길 원하면서 그사이에 일어난 일들을 겪은 나를 이 여행에 끌고 가려고 하는 것, 이는 모순되는 갈망이 아닌가.

자신이 학교와 학생들, 수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그리워할 것인지를 깨닫게 된, 미처 상상도 하지 못한 격렬한 감정……. 그때와 같으면서도 동일하지 않으므로, 같지는 않은 감정이었다. 같지 않다는 것

이 방의 적막감은 모든 것을 과거로 만들었고, 그레고리우스는 완벽한 무공간성 속에 앉아 있었다

아마데우의 죽음이 아드리아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시간이 멈춰버리고 감정은 굳은 영혼의 용암이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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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3-01-02 0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밑줄 칠 문장들이 가득, 가득 ^^

어쩌다냥장판 2023-01-02 03:50   좋아요 1 | URL
진짜 많더라고요 제목은 오래 들어 알았지만 내용은 몰랐는데 책 너무 좋네요
 
죄와 벌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2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홍대화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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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심과 고결한 감정에 불타고 있고, 더 나아가서 신분도 있고, 관등도 있고, 괜찮은 지위도 차지하고 있습니다!

자기 수첩에다가 몇 자를 남겼는데, 자기는 온전한 정신으로 죽는 것이다, 그러니 자기 죽음에 대해서 어느 누구도 탓하지 말아 달라고 썼다더군요. 그 사람, 돈은 많았다고 해요

「〈바로 제가 그때 고리대금업자 노파와 그의 여동생 리자베따를 도끼로 살해하고 돈을 훔친 사람입니다.〉」

라스꼴리니꼬프는 자백을 되풀이했다.

살인을 결심한 것은 경솔하고 소심하며 쉽게 분노하는 자기 성격과 더 나아가 자신이 겪은 궁색한 삶과 좌절 때문이라고 말했다.

헛소리 중에 그녀의 입에서 간간이 튀어나온 말들로 미뤄 볼 때, 어머니는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하게 아들의 불행한 운명에 대해 의심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소냐의 편지는 가장 일상적인 현실, 라스꼴리니꼬프가 겪고 있는 수형 생활의 환경에 대한 가장 평범하고 정확한 묘사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서술과 묘사는 전혀 없었다

불행한 오빠의 형상이 자연스레 드러나서 정확하고 분명하게 그려지는 것이었다. 그것에는 어떠한 실수도 있을 수 없었는데, 그것은 모든 것이 확고한 사실들이기 때문이었다.

그가 겉으로 보기에는 자기 자신에만 몰두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닫아걸고 있지만, 새로운 삶에 대해서는 대단히 솔직하고 단순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녀가 아파서 며칠 동안 그를 방문하지 못하게 되자, 그가 굉장히 우울해 했다는 것이다.

바퀴벌레가 든 멀건 양배추 국물이나 음식이 그에게 무슨 의미가 있었으랴? 지난 학생 시절에는 그것마저도 먹지 못한 적이 자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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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 문학동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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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몰아붙이듯이 살았다는 것인지, 별다른 재미 없이 살았다는 것인지, 열심히 산다는 게 그녀에겐 올바르다는 가치의 문제라는 것인지, 삶의 조건이 그녀를 힘들게 했다는 것인지 말이다.

노는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기억났다

엉뚱하고 철딱서니 없는, 말도 안 되는 얘기로 모두를 웃게 하는 막내 랄도. 그런 역을 맡으려고 노력했던 내 모습이

따뜻한 온도에서 가슴이 무너지는 느낌을 나는 멀리서 웃고 있는 그녀를 보며 받아들였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투명하게 알아낼 수 있는 세상의 일이 얼마나 될까

삶이 자기가 원치 않았던 방향으로 흘러가버리고 말았을 때, 남은 것이라고는 자신에 대한 미움뿐일 때, 자기 마음을 위로조차 하지 못할 때의 속수무책을 나도 알고 있어서.

무거운 짐을 짊어질수록 박수 소리가 커진다는 것을 알아서,

무리를 해서, 열심히 해서, 착하게 굴어서, 그렇게 조그마한 칭찬이라도 받아서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경험하고 싶었다고.

타인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해줄 거라는 기대는 하나씩 버렸다고. 다른 사람에게 기대지 말자, 어린 시절부터 그렇게 다짐하며 살아왔다고. 그녀에게 삶이란 오로지 자기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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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 문학동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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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얼음과 다디단 팥의 맛, 작고 단단한 찹쌀떡의 맛, 마지막에 바닥에 남은 것을 마실 때의 시원함 같은 것들이.

넌 이름 없는 고양이들에게서 너를 봤을까.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배가 고파서 쓰레기봉투를 뜯는, 이름 없는 고양이라는 이유로 해코지를 당하기도 하는 그 길가의 애들에게서 너를 봤을까.

우린 서로의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었겠지

중력도 마찰력도 없는 조건에서 굴린 구는 영원히 굴러간다.

나는 다그치는 사람, 이해하지 않으려는 사람, 오해하고 단죄하는 사람, 자신이 사랑받을 수 없다고 믿는 사람, 누구보다도 모래에게 마음을 기댔던 사람, 이 모든 사실을 부정했던 사람……

고통을 겪는 당사자를 포함해서 어느 누구도 그 고통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판단할 권리가 없다는 것도

나는 무정하고 차갑고 방어적인 방법으로 모래를 사랑했고, 운이 좋게도 내 모습 그대로 사랑받았다

아무리 둘이 서로를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언제나 더 사랑하는 사람과 덜 사랑하는 사람이 존재한다고. 누군가가 비참해서도, 누군가가 비열해서도 아니라 사랑의 모양이 그래서.

자신을 담은 물빛만큼만 반짝이고 완전한 구를 이루지는 못하지만 둥그렇고 부드러운 진주.

미주의 행복은 진희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진희가 어떤 고통을 받고 있었는지 알지 못했으므로 미주는 그 착각의 크기만큼 행복할 수 있었다.

시간이 가기를, 시간이 흐르고 흘러 마음이 무뎌지기를 미주는 바랐다.

네가 이런 식으로 나에게 상처를 주다니. 이런 차가운 방식으로 네가 나를 버리다니, 나를 떠나다니. 아무 말도 없이, 유서 한 줄도 없이, 쓰고 또 써도 채울 수 없는 공백을 주다니. 나에게 너의 유서를 쓰게 하는 벌을 주다니. 가지 말라고, 한 번 붙잡을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니.

너의 이야기에 내가 슬픔을 느낀다는 사실이 너에게 또다른 수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은 채로.

다시 만날 수 없어 후회하게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여자와 여자의 친구들이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 테이프를 틀어놓고 춤을 추던 모습도 혜인은 기억한다.

엄마가 눈앞에서 웃고 있어도 그리웠다.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어, 의젓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 노력했던 기억은 난다.

엄마는 언제나 혜인에게 미안해하는 사람이었고, 그런 엄마 앞에서 혜인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겪어보지 못한 일을 상상할 수 없는 무능력으로, 그들은 자신들이 경험한 삶에 기대어 삼촌의 불행을 어림짐작했다.

삶이라는 마술은 그런 역행의 놀라움을 보여주지 않았다

울면서도 머릿속은 텅 빈 채로 오히려 고요했다

나는 심각하지 않은 사람이고, 나는 가벼운 사람이고, 그런 사람이어야지 버림받지 않고 관계를 맺어갈 수 있다고 배우며 자라왔는지도 모른다

그 시간들을 거치지 않은 인간으로서 그런 비판을 하는 것만큼 쉬운 일은 없을 테니까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물질은 아주 작은 부분도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존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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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31 1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31 14: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자책] 죄와 벌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1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홍대화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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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대에도 두배의 나이가 된 지금에도
참 익숙해지지 않는 너무나도 내겐 긴 이놈의 이름 이름들..
달라진게 있다면 꾸역꾸역 읽었던 그때와
지금은 한장한장이 쓱쓱 잘도 넘겨진다는거..
나이가 들면 같은 내용도 달리 받아지는가부다.
재독의 즐거움을 줘 감사한 200권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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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2-30 1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0권 세트 선물

냥이님에게 이천배 기쁨으로 ^^

어쩌다냥장판 2022-12-30 10:57   좋아요 1 | URL
읽을 책이 200권이나 되니 뭔가 배부른 기분이예요 ㅎㅎ
이천배 기쁨!! 골라 읽을 즐거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