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문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32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지음, 장희창 옮김 / 민음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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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가 얼핏 눈에 띄었다. 무언가 조그맣고, 펄럭이는 흰 것이다. 나비였다.

수많은 태양과도 같은 불빛에 눈이 부셔 당황해하며 이 출입구 안으로, 커다란 문들이 가리고 있는 안전한 어둠 속으로 도망쳐 들어온 것이 분명하다.

그러다가 홀에서, 대리석 돌림띠나 창문 돌출부, 혹은 높다란 곳에서 빛을 발하는 여신의 어깨 위에서 피곤에 지쳐 잠들었다가 죽어 갈 것이다.

승리의 여신과 피난민 나비. 이것들은 싸구려 상징일 뿐이다. 하지만 싸구려 사물들, 싸구려 상징, 싸구려 느낌, 싸구려 감상보다 더 사람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게 무엇이 있단 말인가

그것들은 서로 얽혀 있어서, 무엇이 가시 돋친 가지인지, 무엇이 어른거리며 빛나는 베일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맥박 치는 구불구불한 회백색 덩어리 속에서는, 현실을 비현실로 비현실을 현실로 보이게 하는 그런 전투가 미친 듯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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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문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31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지음, 장희창 옮김 / 민음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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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지나갔다. 어둠의 타락은 끝이 났다. 그는 며칠 동안 혼자 있기로 작정했다.

사기꾼들과 겁쟁이들의 끝없는 꽥꽥거림. 말의 눈사태로 인한 산만함. 혼란스러운 두뇌. 온갖 선동적인 배설물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인식의 단단한 빵을 씹는 버릇은 잊은 지 오래다. 이가 없는 두뇌. 멍청함

창백한 달빛이 살해된 순교자의 후광처럼 어두운 십자가 뒤에 걸려 있었다. 희끄무레하게 죽어 있는 달빛은 파리한 강철 색과도 같은 하늘에서 소리도 없이 울부짖었다

강제수용소의 공포로 가득한 꿈, 학살당한 친구들의 굳은 얼굴로 가득한 꿈, 살아남은 사람들의 눈물 없는 화석처럼 마비된 고통으로 가득한 꿈, 모든 비탄을 넘어선 참담한 이별과 고독으로 가득한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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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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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가게일로 바쁜 부모님은 나를 친할머니에게
맡겼었다.
최초의 기억의 순간부터 나는 할머니와 함께였던터라 부모님과는 어색하고 서먹했다면
그 마음을 어떤 이가 쉽게 이해할수 있을까
친조모의 애정이 크다한들
부모님의 자리가 메꿔지진 않았지만 함께있고 싶으면서도 함께있으면 불편한 사이가 되어버린
나역시 맡겨진 아이였다.

책속 소녀와는 다른 이유로 맡겨진 거긴 하지만
어쨌든
짧은 단편같은 이야기인 이책에서
나는 왠지 그 소녀의 커가는
모습이 그 뒤가 상상되는 거 같아 토닥여주고 싶은 맘이였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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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67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지음, 홍성광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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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거르는 부류가 있다.
에세이 그리고 전쟁관련 소설..전쟁영화
군대에서축구한 이야기등등등

순서데로 읽던 중이라 패스할까말까
또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읽어보자 싶어 읽는데 가슴이 먹먹하니
나이든 사람들이 일으킨 전쟁에 어린 소년들이 피흘리며
죽어간다.
무엇을 위한 전쟁이고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
지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어린 병사들도 이렇겠지 라는 마음에 눈물나게 하는 책이다.
왜 이제 봤를까 내 선입견이 한없이 후회스러웠던 책
푸틴이 꼭 읽어야할 책

어쨌든 카친스키는 죽었다.
나는 천천히 일어선다.
「그의 군대 수첩과 물건들을 가져가겠나?」 그 상병이 나에게 묻는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나에게 그것들을 준다.
위생병은 놀라워한다. 「너희들은 친척이 아닌가?」
아니다, 우린 친척이 아니다. 아니다, 우린 친척 관계가 아니다.

모든 것은 예전 그대로이다. 다만 국경 수비병 슈타니슬라우스 카친스키가 죽었을 뿐이다.
그 이상은 나는 아무것도 아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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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작품 을유세계문학전집 97
에밀 졸라 지음, 권유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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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보다도 더 생생한 모습의 이 그림으로 부활하여 마침내 그녀를 죽이기에 이른 것이다. 이제 남아 있는 것은 그림밖에 없었다. 누워 있던 여자는 이제 새로 그리는 그림 속의 서 있는 여자로 옮겨 왔다.

그녀는 자기 몸에 대해 수치스러움과 모욕을 느꼈다. 그리고 정열적인 여자로서, 아름다움이 사라지면서 사랑이 떠나는 것을 보면서 말할 수 없는 절망감에 시달렸다

그녀는 판단력을 잃었고, 무기력해져서 캐미솔과 지저분한 스커트 차림으로 지내며, 늙었다는 사실에 자포자기하여 여자로서의 우아함을 잃고 말았다.

그녀는 벌써 아이의 아버지를 변호하면서, 한 번도 모성애가 싹터 본 적 없는 이 가련한 아이를 향해 말없는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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