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인가가 얼핏 눈에 띄었다. 무언가 조그맣고, 펄럭이는 흰 것이다. 나비였다.
수많은 태양과도 같은 불빛에 눈이 부셔 당황해하며 이 출입구 안으로, 커다란 문들이 가리고 있는 안전한 어둠 속으로 도망쳐 들어온 것이 분명하다.
그러다가 홀에서, 대리석 돌림띠나 창문 돌출부, 혹은 높다란 곳에서 빛을 발하는 여신의 어깨 위에서 피곤에 지쳐 잠들었다가 죽어 갈 것이다.
승리의 여신과 피난민 나비. 이것들은 싸구려 상징일 뿐이다. 하지만 싸구려 사물들, 싸구려 상징, 싸구려 느낌, 싸구려 감상보다 더 사람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게 무엇이 있단 말인가
그것들은 서로 얽혀 있어서, 무엇이 가시 돋친 가지인지, 무엇이 어른거리며 빛나는 베일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맥박 치는 구불구불한 회백색 덩어리 속에서는, 현실을 비현실로 비현실을 현실로 보이게 하는 그런 전투가 미친 듯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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