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심과 고결한 감정에 불타고 있고, 더 나아가서 신분도 있고, 관등도 있고, 괜찮은 지위도 차지하고 있습니다!
자기 수첩에다가 몇 자를 남겼는데, 자기는 온전한 정신으로 죽는 것이다, 그러니 자기 죽음에 대해서 어느 누구도 탓하지 말아 달라고 썼다더군요. 그 사람, 돈은 많았다고 해요
「〈바로 제가 그때 고리대금업자 노파와 그의 여동생 리자베따를 도끼로 살해하고 돈을 훔친 사람입니다.〉」
라스꼴리니꼬프는 자백을 되풀이했다.
살인을 결심한 것은 경솔하고 소심하며 쉽게 분노하는 자기 성격과 더 나아가 자신이 겪은 궁색한 삶과 좌절 때문이라고 말했다.
헛소리 중에 그녀의 입에서 간간이 튀어나온 말들로 미뤄 볼 때, 어머니는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하게 아들의 불행한 운명에 대해 의심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소냐의 편지는 가장 일상적인 현실, 라스꼴리니꼬프가 겪고 있는 수형 생활의 환경에 대한 가장 평범하고 정확한 묘사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서술과 묘사는 전혀 없었다
불행한 오빠의 형상이 자연스레 드러나서 정확하고 분명하게 그려지는 것이었다. 그것에는 어떠한 실수도 있을 수 없었는데, 그것은 모든 것이 확고한 사실들이기 때문이었다.
그가 겉으로 보기에는 자기 자신에만 몰두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닫아걸고 있지만, 새로운 삶에 대해서는 대단히 솔직하고 단순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녀가 아파서 며칠 동안 그를 방문하지 못하게 되자, 그가 굉장히 우울해 했다는 것이다.
바퀴벌레가 든 멀건 양배추 국물이나 음식이 그에게 무슨 의미가 있었으랴? 지난 학생 시절에는 그것마저도 먹지 못한 적이 자주 있었다
자기를 몰아붙이듯이 살았다는 것인지, 별다른 재미 없이 살았다는 것인지, 열심히 산다는 게 그녀에겐 올바르다는 가치의 문제라는 것인지, 삶의 조건이 그녀를 힘들게 했다는 것인지 말이다.
노는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기억났다
엉뚱하고 철딱서니 없는, 말도 안 되는 얘기로 모두를 웃게 하는 막내 랄도. 그런 역을 맡으려고 노력했던 내 모습이
따뜻한 온도에서 가슴이 무너지는 느낌을 나는 멀리서 웃고 있는 그녀를 보며 받아들였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투명하게 알아낼 수 있는 세상의 일이 얼마나 될까
삶이 자기가 원치 않았던 방향으로 흘러가버리고 말았을 때, 남은 것이라고는 자신에 대한 미움뿐일 때, 자기 마음을 위로조차 하지 못할 때의 속수무책을 나도 알고 있어서.
무거운 짐을 짊어질수록 박수 소리가 커진다는 것을 알아서,
무리를 해서, 열심히 해서, 착하게 굴어서, 그렇게 조그마한 칭찬이라도 받아서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경험하고 싶었다고.
타인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해줄 거라는 기대는 하나씩 버렸다고. 다른 사람에게 기대지 말자, 어린 시절부터 그렇게 다짐하며 살아왔다고. 그녀에게 삶이란 오로지 자기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것이었다.
거친 얼음과 다디단 팥의 맛, 작고 단단한 찹쌀떡의 맛, 마지막에 바닥에 남은 것을 마실 때의 시원함 같은 것들이.
넌 이름 없는 고양이들에게서 너를 봤을까.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배가 고파서 쓰레기봉투를 뜯는, 이름 없는 고양이라는 이유로 해코지를 당하기도 하는 그 길가의 애들에게서 너를 봤을까.
우린 서로의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었겠지
중력도 마찰력도 없는 조건에서 굴린 구는 영원히 굴러간다.
나는 다그치는 사람, 이해하지 않으려는 사람, 오해하고 단죄하는 사람, 자신이 사랑받을 수 없다고 믿는 사람, 누구보다도 모래에게 마음을 기댔던 사람, 이 모든 사실을 부정했던 사람……
고통을 겪는 당사자를 포함해서 어느 누구도 그 고통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판단할 권리가 없다는 것도
나는 무정하고 차갑고 방어적인 방법으로 모래를 사랑했고, 운이 좋게도 내 모습 그대로 사랑받았다
아무리 둘이 서로를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언제나 더 사랑하는 사람과 덜 사랑하는 사람이 존재한다고. 누군가가 비참해서도, 누군가가 비열해서도 아니라 사랑의 모양이 그래서.
자신을 담은 물빛만큼만 반짝이고 완전한 구를 이루지는 못하지만 둥그렇고 부드러운 진주.
미주의 행복은 진희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진희가 어떤 고통을 받고 있었는지 알지 못했으므로 미주는 그 착각의 크기만큼 행복할 수 있었다.
시간이 가기를, 시간이 흐르고 흘러 마음이 무뎌지기를 미주는 바랐다.
네가 이런 식으로 나에게 상처를 주다니. 이런 차가운 방식으로 네가 나를 버리다니, 나를 떠나다니. 아무 말도 없이, 유서 한 줄도 없이, 쓰고 또 써도 채울 수 없는 공백을 주다니. 나에게 너의 유서를 쓰게 하는 벌을 주다니. 가지 말라고, 한 번 붙잡을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니.
너의 이야기에 내가 슬픔을 느낀다는 사실이 너에게 또다른 수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은 채로.
다시 만날 수 없어 후회하게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여자와 여자의 친구들이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 테이프를 틀어놓고 춤을 추던 모습도 혜인은 기억한다.
엄마가 눈앞에서 웃고 있어도 그리웠다.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어, 의젓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 노력했던 기억은 난다.
엄마는 언제나 혜인에게 미안해하는 사람이었고, 그런 엄마 앞에서 혜인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겪어보지 못한 일을 상상할 수 없는 무능력으로, 그들은 자신들이 경험한 삶에 기대어 삼촌의 불행을 어림짐작했다.
삶이라는 마술은 그런 역행의 놀라움을 보여주지 않았다
울면서도 머릿속은 텅 빈 채로 오히려 고요했다
나는 심각하지 않은 사람이고, 나는 가벼운 사람이고, 그런 사람이어야지 버림받지 않고 관계를 맺어갈 수 있다고 배우며 자라왔는지도 모른다
그 시간들을 거치지 않은 인간으로서 그런 비판을 하는 것만큼 쉬운 일은 없을 테니까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물질은 아주 작은 부분도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존재한
이십대에도 두배의 나이가 된 지금에도참 익숙해지지 않는 너무나도 내겐 긴 이놈의 이름 이름들..달라진게 있다면 꾸역꾸역 읽었던 그때와지금은 한장한장이 쓱쓱 잘도 넘겨진다는거..나이가 들면 같은 내용도 달리 받아지는가부다.재독의 즐거움을 줘 감사한 200권 세트
「아냐, 정말로 눈에 띄던걸. 의자에 앉아 있는 것도 전과는 달리 왠지 의자 끝에만 앉아 있고, 몸도 계속해서 떨던데. 공연히 펄쩍 뛰면서 화를 내는가 하면, 갑자기 얼굴이 달콤한 알사탕처럼 변하기도 하고, 붉어지기도 하던데. 특히 식사 초대를 받았을 때는 홍당무가 되어 버리던걸
「꼭 봄날의 장미 같구나! 정말 잘 어울리는데. 1백82센티미터가 넘는 키의 로미오라! 오늘 세수도 말끔히 했구나, 손톱도 깨끗이 깎고, 응? 언제부터 이랬지! 세상에, 머리에는 포마드까지 발랐는걸! 어디 머리 좀 보자!」「이 돼지 같은 놈!」
〈잘 해냈을까? 자연스러웠을까? 과장되어 보이지는 않았을까?〉 라스꼴리니꼬프는 속으로 은근히 걱정했다
〈중요한 것은 숨기려 들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격식을 차리려고도 하지 않는다! 나를 전혀 모른다면서 무슨 일로 니꼬짐 포미치와 내
이야기를 했단 말인가? 이건 이들이 개떼처럼 내 뒤를 밟는다는 걸 숨기려고도 하지 않는다
고양이가 쥐를 데리고 놀듯 장난치지 말고. 이건 정말 무례하군, 뽀르피리 뻬뜨로비치. 나는 이런 걸 용납할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