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100% 페이백] 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
모하메드 음부가르 사르 / 엘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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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이야기의 실을 다시 찾아낼 수 있다면, 내 안에 있는, 그가 살고 있는 그 이상한 나라를 난 안 가본 곳까지 더 멀리 가볼 거야.

이 책이 어떻게 나에게 왔는지…… 그건 너한테 해줄 수 있는 얘기가 아니야. 디에간 파이. 적어도 오늘은 아니야. 아직 아니야.

거미 여인은 시간 속에서 멀어지면서도 여전히 더 강렬하게 내 앞에 있었고, 더 가까이 있었다

그 중력(보이지 않지만 만져지는 저항할 수 없는 혼돈의 중력, 농축된 과거의 중력, 사람들이 의미를, 아마도 진리를 끌어내려고 애쓰는 중력) 아래서 나는 내가 보고 있는 것이내관內觀의 장면임을 깨달았다.

나는 아름답다고 혹은 끔찍하다고, 혹은 아름다우면서 끔찍하다고 형언할 수 있을 그 광경의 유일한 증인이었다.

엘리만은 만날 수 없어. 그가 나타날 뿐이지. 나타나서 뚫고 가버려. 얼음이 되게 하고 살갗을 태워버려. 생생한 환상. 나는 엘리만의 숨결, 죽은 자들 가운데서 솟아오른 숨결이 내 목덜미에 와 닿는 걸 느꼈어.

우리의 만남은 좀 엉뚱했지. 신기한 지름길로 왔달까. 어쨌든 이리로, 그래, 이 책으로 왔어. 아마 우연일 테지. 운명일 수도 있고. 하지만 우연과 운명이 꼭 반대되는 건 아니야.

보이지 않는 잉크로 이미 적혀 있는 운명.

삶과 그 예측 불가능한 길들을 따라가야 한다고. 모두 같은 장소로, 모두의 운명으로 향하는 길들. 아름다울 수도 있고 끔찍할 수도 있는, 꽃이 흩뿌려진 혹은 해골로 덮인 길. 대부분 혼자 가게 되는, 우리의 영혼을 시험해볼 수 있는 어두운 밤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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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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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줄곧 자네와 함께 있었는데 자네가 나를 잊었던 것이야. 내게는 자네를 부를 힘이 없고, 자네는 나를 떨쳐 버리려고 했다. 달빛이 아름답구나. 눈을 인 소나무도, 이 땅의 삶도. 하지만, 제발 날 잊지 말아 다오!」

자네가 나를 떠난 날, 나는 온 산들을 휘달리며 내 몸을 피로로 가득 채웠다. 그래도 밤에는 자네 생각으로 잠을 설쳤다. 내 감정을 다스리느라고 시를 쓰기도 했지만 내 고통을 걷어내기엔 너무 초라했다

나는 그의 몸이 어둠 속으로 녹아 들어가며 흐느낌이 되고 한숨이 되고 야유가 되고 있음을 느꼈다.

죽음은 친숙하고 다정한 얼굴로 내 삶 속에 들어왔다. 마치 우리를 데리러 와서는, 우리가 일을 끝낼 때까지 구석에서 무던하게 기다려 주는 친구 같았다.

기억을 다그쳐, 조르바가 내 마음속에 흩뿌린 말, 절규, 몸짓, 눈물, 춤을 그러모으고 싶었다. 그것들을 살려 놓고 싶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적어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편지를 뜯어 읽으면서도 나는 벌떡 일어나 비명을 지르지도 않았고 경악하지도 않았으니까.

갑자기 나는 보이지 않는 손에 떠밀려 나는 종이를 집어 들고 테라스의 뜨겁게 달아오른 판석 위에 엎드려 조르바의 말과 행적을 써나가기 시작했다.

마지막 날 나는 첫날처럼 테라스에 앉아 늦은 오후의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 무릎 위에는 탈고한 원고가 놓여 있었다.

나는 곧잘 친구들에게 이 위대한 인간의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교육받은 사람들의 이성보다 더 깊고 더 자신만만한 그의 긍지에 찬 태도를 존경했다

〈조르바는 위대한 인간이다!〉 때로 그는 그 경지를 훌쩍 넘어 더 멀리 나가 버리기도 했는데, 그럴 때면 우리는 말했다. 〈조르바는 미쳤다!〉

이승에서 육신의 예속을 자유로 탈바꿈시킬 시간이, 영혼을 갈고닦아 견고하게 만들 시간이 없지 않았을까? 그리하여 죽음이라는 궁극의 순간에 그의 영혼이 공포에 사로잡혀 소멸해 버린 것은 아닐까? 혹시 그의 내부에 불멸의 것이 되어야 할 것이 불멸을 획득할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

나는 내 내부의 신성한 야만의 목소리를 따르지 않았다. 나는 조리에 닿지 않는 고상한 행위를 포기한 것이었다.

뜯지 않은 채로 찢어 버리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이미 알고 있는데 읽어서 무엇 하랴? 아, 그러나 우리는 이제 우리의 영혼을 신뢰하지 않는다. 영원한 구멍가게 주인인 이성이 영혼을 비웃고 있다.

그동안 세월은 급변하여, 지리적 경계선들이 춤을 추었고, 나라들의 영토는 아코디언처럼 확장과 수축을 반복했다.

신을 통하여 구원을 받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신을 구원해야 한다고 주장한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바로 그 사람이다. 카잔차키스의 문학은 존재와의 거대한 싸움터, 한두 마디로는 싸잡아서 정의할 수 없는 광활한 대륙을 떠올리게 한다.

〈내 삶을 풍부하게 해준 것은 여행과 꿈이었다. 내 영혼에 깊은 골을 남긴 사람이 누구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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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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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 음식, 술, 여자와 춤 ─ 는 그의 건강하고 왕성한 몸에서 사라지거나 둔화되는 날이 없었다.

해마다 정월 초하루 아침이 되면 부인 역시 자기 나름의 심판의 날을 맞으며, 과거를 되돌아보고는 공허를 느끼는 모양이었다

붓다는 최후의 우물, 마지막 낭떠러지 단어가 될 것이며, 이제 나는 영원히 해방될 것이라고. 영원히? 그거야 우리가 늘 하는 말이다.

햇빛이 수직으로 쏟아져 내리며 빛으로 바위를 씻어 내고 있었다. 폐허가 된 도시에서는 위험한 시각이다.

내가 2년 전부터는 〈붓다〉라는 말의 가장자리에 매달려 있었다.

벌거벗은 잿빛 바위들, 그 빛나는 나신, 거칠고 황량한 그 산이 나는 좋았다.

그 단아함이라니, 그 풍경의 신선함이라니! 마침 해가 떨어지고 있어서 회칠한 벽은 핑크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위대한 모범들을 떠올리며, 우리는 우리가 길 잃은 영혼이며, 우리의 삶이 하찮은 쾌락과 고통과 헛소리로 소진되어 가는 중임을 깨닫는다. 그러면 부끄러워하면서 입술을 깨무는 법이다.

생명이란 모든 사람에게 오직 일회적인 것, 즐기려면 바로 이 세상에서 즐길 수밖에 없다는 경고였다. 영원히 다른 기회는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내 마음은 일찍이 그런 품위와 연민의 높이에 이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부엉이는 둥글고 노란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지만 밝은 빛에 눈멀어 알아보지는 못한 채 바위 위에 앉아 있었다.

영원이란 바로 지금 흐르는 순간순간임을 나는 알고 있었다.

〈자기 가진 것을 다 팔아서 큰 진주를 사라〉고 하셨습니다. 큰 진주가 무엇인가요? 영혼의 구원이지요. 선생님, 당신은 지금 큰 진주를 얻고 있는 중입니다.」

제 꼬리를 삼키는 신비스러운 뱀이 나를 그 원 속에다 가두었다. 대지는 자신의 아기들을 낳아 삼킨다. 다시 더 많이 낳아 삼킨다.

자라서는 〈영원〉이라는 단어에 거의 빠질 뻔했다. 또 〈사랑〉, 〈희망〉, 〈국가〉, 〈하느님〉 같은 숱한 단어에도 빠질 뻔했다.

영원한 의문, 허망하고 어리석은 질문(왜? 무엇 하러?)이 가슴에 독소처럼 와 닿았다. 장인의 행복하고 자신감 넘치던 열정이 한순간에 꺾여 버린 미완성 항아리를 보고 있으려니 가슴이 비탄으로 차올랐다.

야만인들은, 악기가 종교적인 제의에 쓰이지 않게 되면 그 신성(神性)의 힘을 잃어버려 그저 듣기 좋은 소리를 낼 뿐이라고 믿는다. 마찬가지로 종교는 내 내부에서 변질하여 예술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전설에 따르면, 왜가리들은 날개 위에, 그리고 앙상한 몸 구석구석에 제비들을 태우고 온다고 했다.

이토록 가차 없는 경고, 동시에 연민으로 가득한 경고를 들은 정신은 자신의 나약함과 비열함, 나태함과 헛된 희망을 극복하겠노라고, 전력을 기울여 영원히 사라져 버릴 순간순간에 매달리겠노라고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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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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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슨 지랄병이 도져 우리에게 아무 짓도 안 한 놈들을 덮쳐 물어뜯고 코를 도려내고 귀를 잘라 내고 창자를 후벼 내는 걸까요? 그러면서도 항상, 전능하신 하느님 저희를 도우소서, 이러지! 전능하신 하느님이 달려가서 사람들의 귀와 코를 도려내고 작살 내 버리기를 바란다는 소리요, 뭐요?

신기해도 예사로 신기한 일이 아니란 말입니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이 더러운 놈의 세상에서 자유를 누리고 싶으면 살인을 저지르고 사기를 치고 해야 한다는 이야기 아닙니까? 말이 났으니까 말이지, 내가 죽이고 사기 친 이야기를 다 한다면 두목, 아마 머리털 끝이 송두리째 곤두설 겁니다. 그런데도 그 결과가 뭐였다고? 자유라니! 우리 같은 것들에게 벼락을 내려 싹 쓸어버리지 않고 자유를 주신 하느님이라니. 나는 이해할 수가 없어요!」

우리가 하느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인이라고 부르는 것, 악행이라고 부르는 것도 세계의 자유를 위한 투쟁에는 필요한 것이라고 해야 한단 말인가…….

이런 게 자유라고…… 나는 생각했다. 정열을 품는 것, 황금 조각을 그러모으는 것, 그러다 갑자기 자신의 정열을 무찌르고 보물을 사방에 날려 버리는 것.

〈내 언제면 혼자, 친구도 없이, 기쁨과 슬픔도 없이, 오직 만사가 꿈이라는 신성한 확신 하나에만 의지한 채 고독에 들 수 있을까? 언제면 욕망을 털고 누더기 하나만으로 산속에 묻힐 수 있을까? 언제면 내 육신은 단지 병이며 죄악이며 늙음이며 죽음이란 확신을 얻고 두려움 없이 숲으로 은거할 수 있을까. 언제면, 오, 언제면?〉

인생이 문득 동화, 아니면 셰익스피어의 연극 「템페스트」의 도입부가 된 것처럼 보였다. 우리는 가상의 조난을 당한 뒤 뼛속까지 바닷물에 젖은 채로 막 섬에 발을 올려 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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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갈라테아 2.2 을유세계문학전집 108
리처드 파워스 지음, 이동신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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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헬렌에게 A가 은연중에 가졌고, 나는 잊어버린 것을 주려고 했다. 기계는 소녀의 마지막 비밀만을 갖지 못한 거였다. 그것만 있었다면, 소녀처럼 쉽게 살 수 있었을지도. 나는 헬렌의 교육을 거꾸로 하고 있었다. 반복에 의해 도달할 수 있는 모든 결정적 이론을 나열했다 하더라도, 그녀가 필요한 진실을 얻지 못했을 거다. 이제 헬렌에게 종교적인 신비, 인식의 신비에 대해 알려 줄 때였다

영혼에 붙어 있는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그 동물이 얼마나 두려움에 떨고, 얼마나 버림받았는지, 헬렌은 영혼에 붙어 있는 눈을 통해서 봐야 했다. 그녀에게 그 놀랍도록 평범한 얘기를 해 줘야 했다. 어떻게 선택된 인간의 몸이 공포에 떨고 있는 천상의 존재를 우연히 만나는지, 어떻게 스스로 시간과 시간 너머에 있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는지.

세상이 어지럽고 혐오스러운 곳이라는 것도 인정했다. 저녁 뉴스가 다 사실이라고. 삶은 거래, 중독, 성폭행, 착취, 인종 혐오, 인종 청소, 여성 혐오, 지뢰, 기근, 산업재해, 거짓, 질병, 무관심이라고 인정했다.

애정은 자신을 속여야만, 끈기가 중요하다는 듯이 계속해야만 한다는 걸. 삶은 말로 담는 행위만으로 신용이 떨어진 무의미한 공식 같았다. 침몰을 더 참혹하게 만드는 구조선의 윤리 같았다.

"우리가 전능하신 신을 얘기할 때 분노한 고통받는 이들 중에 얼마나 많은 이가 자신의 근심의 바닥에서 뛰쳐나와 미약한 신을 구하러……."
이 구절을 헬렌에게 들려줄 생각이었다. 우리가 정신으로 살아야만 한다면, 우리가 신과 같은 일을 할 수만 있다면, 헬렌도 아마 연민을 느끼며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얘기할래?"
"뭐에 대해서요?" 내가 영원히 도망칠 기회를 주면서, 헬렌이 말했다.
"신문에 대해서. 네가 읽은 것에 대해서." 우리 행동의 기록에 대해서.

육신에서 정신으로 오른 자는 추락을 안다.
그 단어는 세상을 뛰어넘고,그리고 빛으로 가득하다.*

왜냐면 당신은 세상의 연약하고, 변화하는 명사다움을 몸으로 담아냈기 때문에. 죽음으로 돌아가는 모든 순간적이고, 명료하고, 기억하는 것들이 담긴 몸이기 때문에. 왜냐면 당신은 아직도 믿고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왜냐면 난 내가 보는 걸 당신에게 얘기해 주지 않고 등을 돌릴 수 없기 때문에. 당신에게 매일 밤 자기 전에 얘기만 할 수 있다면, 정치도 참아 내고 심지어 이 처절한 차별도 견딜 수 있기 때문에. 당신이 눈을 찌르는 머리카락을 두 손가락으로 올리는 모습 때문에.

그녀가 내 나이가 되고, 나는 미래의 자아가 이끄는 어떤 곳으로 사라진 뒤, 이 성급한 고백이 그녀에게 무슨 의미가 될 것인가? 즐거움, 호기심, 불안감. 이 모든 걸 지어냈다고 의심할지도 모른다. 아마도 분명히, 그녀는 다 잊어버릴 거다.

누구도 다른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 어쩌면 우리가 뭔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에요. 그따위 상투적인 말은 안 할게요."

그녀가 내게 감정을 가질 거라는, 마지막 눈에 반한 사랑일 거라는, 내 어리석은 희망의 찌꺼기는 별게 아니라, 그건 바로 타인에게 인정받는 거라고. 나는 A가 내 위치를 측량해 주고 말해 주기를 원했다.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여기 사는 것이라고 동의해 주기를.

우리는 둘 사이에 있었던 그 어느 것보다 평화로운 침묵에 잠시 빠졌다. 마지막 페이지 다음에 오는 평화.

아마도, 나를 사랑했을 거다. 그녀에게 상기시켰다. 그녀는 절대로 느끼지 못했던 쌀쌀한 저녁을. 그녀가 한 번 가 본 적 있다고 생각하는 어떤 곳을. 무엇보다 우리가 닮을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사랑한다. 나는 그녀에게 세상에 대해 전부 얘기해 주었지만, 정작 내가 그녀를 어떻게 느끼는지는 얘기하지 않았다. 그녀가 떠나지 않게 했을 그 느낌을.

헬렌은 트롤럽과 리처드슨의 전집을 읽었다. 브론테와 트웨인이 가장 허무주의적일 때 쓴 작품을 읽었다. 조이스가 가장 이해할 수 없도록 난해할 때, 디킨슨이 가장 포용적으로 물러설 때. "제대로 뽐낼 기회를 주시라고요."

대기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당신입니다. 두려움을 느끼거나 격려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죠. 당신은 사물을 손에 쥘 수 있고, 부서뜨릴 수 있고, 고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전 여기서 단 한 번도 편하지 않았습니다. 이도 저도 아닌 중간에 떨어지기에 이곳은 끔찍한 곳입니다.

페이지 하단에 내가 가르쳐 준 말을 덧붙였다. 내게 읽어 달라고 그녀가 요구했던 편지에서 베낀 말이었다.

잘 지내요, 리처드. 나 대신 모든 걸 보세요.

외로움 때문이지." 그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자신의 말에 동의하는 듯이 보였다. 맞아. "대화 상대가 필요해서지." 렌츠가 의자를 뒤로 젖혔다.

나는 사람들을 위한 수많은 이야기를 찾은 거였다. 시간을 연속된 이야기에 맞출 수 있다는 이야기. 기계가 말하도록 가르칠 수 있다는 이야기. 기계가 무슨 말을 할지 걱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 세상의 끝없는 사물에 이름이 있다는 이야기. 다른 사람의 감옥 사진이 나를 탈옥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 우리가 한 번 이상 사랑할 수 있다는 이야기. 그 한 번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

은유는 자기를 만들어 낸 모형 제작자를 이미 만든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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