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 문학동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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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가 있었는지 (전자책이므로) 처음 열린 패이지가 세번째 단편부터였다.
읽으면서 운동회 이야기가 나오기에 얼마나 놀랬던지..
가게를 했던 부모님 대신 나는 할머니애게서 자랐더랬다.
그 운동회.. 태풍이 몰아치기를 차라리 종말하기를 빌고 빌만큼 싫었던 그 운동회
타지역에서 바삐 가게하시던 두분은 당연히 못오셨고
할머니께서 김밥과 밤 땅콩등을 삶고서 보따리에 담아
머리위에 얹어 나를 찾으시던 모습을
화장실에 숨어 창문으로 지켜보면서 애들이 고아라 생각할까
할머니가 엄마라 생각할까 창피해 점심시간 그 한시간을
안에 숨어 죄송해 하면서도 나가지 못했던 그날이 생각나 읽으며 공감했다.
30년도 지나서야 2018년 할머니의 임종 그쯤에
할머니 귀에 그날의 내 잘못을 울면서 사죄했다.
뇌출혈로 의식도 없으셨던 할머니의 눈에서 흐르던 눈물로 들으셨구나 알았더랬다.
그 마지막 잡은 손을 내몸에 새겼더랬는데..
할머니이자 엄마이자 아뻐셨던 그 기억이 새삼 떠올라서 읽으면서 얼마나 울었던지..

나는 주인공들의 외로움이 너무 공감가고 이해했다..
사랑을 못받아서가 아니라 내가 부족해서.. 어려서
이해하지 못해서

그리고 유니텔 나우누리 하이텔 서태지와아이들..
그때의 그 시간이 떠올라서 익숙해서 그리워서 좋았던 책이다.
이작가 나와 비슷한 연배인것 같아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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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리스본행 야간열차 세계문학의 천재들 1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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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재판 때와 현재의 고문 기술자들은 알고 있다. "내부로 후퇴할 길을 차단하라, 불을 절대 끄지 마라, 절대 혼자 두지 마라, 그에게서 잠과 평온함을 빼앗으라, 그러면 곧 자백할 것이다!" 우리의 영혼을 훔쳐가는 고문은 호흡하는 데 필요한 공기와도 같은 외로움, 우리가 스스로와 마주 설 수 있는 그 외로움을 파괴한다.

우리의 구주, 우리의 신은 자신의 방종한 호기심과 반감을 일으키는 그 궁금증으로 불멸이어야 할 우리의 영혼을 훔치고 있다는 생각은 왜 하지 않는가?

욕망과 만족, 편안함. 프라두는 이 모두가 헛된 것이라고 했다.

제일 허무한 건 욕망이고 그다음이 만족이며, 누군가에게서 보호를 받는다는 편안한 느낌도 언젠가는 결국 부서지는 것이라고

그래서 감정의 저편에 있는, 영혼의 견해 표명인 신의가 중요하다고 했다

아빠를 죽음으로 몰아간 것이 고통이었다면 그건 나도 어쩔 수 없었어. 고통을 당할 때 말의 힘이란 금방 고갈되고 마니까

신은 파라오가 고집을 부린다는 이유로 이집트에 재앙을 내려 고통을 주었어. 프라두가 조르즈에게 한 말이었다.

파라오가 그렇게 행동하도록 한 건 바로 신이 아닌가! 그것도 자기 힘을 과시하기 위해 파라오를 그렇게 만들었어! 이 얼마나 허영심 강하고 자만심에 가득 찬 신인가! 이 얼마나 지독한 허풍쟁이인가! 그레고리우스는 성서에서 이 부분을 찾아 읽었다. 프라두가 옳았다.

신과 신의 거만한 잔인함, 십자가와 단두대와 교수형틀, 다른 뺨도 돌려 대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 정의와 복수에 대해…….

현재를 산다는 것, 이 말은 옳고 훌륭하게 들린다. 짧은 글에서 프라두는 이런 말을 했다.그러나 내가 원하면 원할수록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지나치게 큰 이 집의 정적 속에서 느끼는 감정은 지루함과 달랐다. 시간이 멈추어 있었다. 아니, 멈추지는 않았지만 그와 함께 흘러가지도 않았다.

시간은 그를 미래로 데리고 가지 않았다. 그와 상관없이, 그에게 닿지 않은 채 지나갔다.

햇빛이 드는 카페에서 쥐었던 컵 손잡이가 뜨거워 움찔 놀랐던 그날 이후로 난 뭘 했던가? 그때 이후로 흐른 시간은 얼마나 긴가, 아니면 얼마나 짧은가? 일곱 달, 그건 얼마나 되는 시간인가?

나에게 정말 중요한 주제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왜 난 항상 다른 사람들의 말에 무뚝뚝하고 거칠게 굴며 감사할 줄 모를까? 중요한 것을 다른 사람들로부터?그 사람들이 내게서 그걸 빼앗을 의도가 전혀 없음에도? 온 힘을 다해 지켜야 한다는 욕구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내가 알고 싶었던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한 달의 길이는 얼마일까라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내가 알려던 건 무엇인가?

우리 곁을 지나 흘러가거나 감수해야만 하거나 손가락 사이로 모두 빠져나가서 잃어버리고 놓쳤다고 생각되는 시간, 그 시간이 지나가서 슬픈 게 아니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슬픈, 그런 시간에 관한 게 아니었다.

나는 한 달이란 시간을 충만한 것으로, 직접 경험한 것으로 말할 수 있는 근거에 대해 묻고 싶었다. 그러므로 내가 하려던 질문은 한 달의 길이가 아니라 한 달이라는 시간을 자기 자신을 위해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였다.

‘나도 이유는 모르겠다만, 그 사람에게는 내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다. 그런다고 고통의 기억이 사라지지는 않지만, 몇 시간 동안은 편해지거든.’ 이런 이야기였어요."

"오빠는 누군가 지나가다, 흘러가다, 흘러가 없어지다 등과 관련이 있는 단어를 말할 때마다 깜짝 놀랐어요.

어머니와의 이별에 실패했어요. 어머니는 이제 여기 계시지 않아요. 진실한 이별은 만남이어야 했는데. 저는 너무 오래 기다렸어요.

부조화의 고통을 견딜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고, 불가능했던 것을 인정하는 것도 속하지요. 이별은 자기 자신과도 관계가 있어요

저항할 수 없는 아이에게 매일 한 방울 한 방울씩 떨어뜨리는 인식, 아이가 전혀 깨닫지도 못하는 사이에 소리 없이 자라는 인식도 있으니까요.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인식은 음험한 독처럼 아이에게 퍼져 육체와 영혼의 조직에 스며들고, 아이 인생의 색깔과 명암을 결정해요.

불안한 공명심을 지닌 잔인한 거미가, 저 자신을 향한 완고하고도 무자비한 기대라는 유령이.

숨어 있는 실존감, 반대되는 가면을 쓴 채 내 인생을 결정한 부모의 실존감이 나에게도 있었을까? 조용한 벨렝 거리를 걸으며 그레고리우스는 생각에 잠겼다.

‘감정 교육’이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감정을 드러내는 기술, 말을 통해 감정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경험을 우리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말하곤 했어요. 그런데 정작 본인은 아버지에게 왜 그렇게도 표현을 못했는지!"

저 너머에는 바닷물뿐, 그 끝은 신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외로움이라고 말하는 그게 도대체 뭐지? 단순하게 다른 사람의 부재를 의미하지는 않아. 혼자 있으면서도 전혀 외롭지 않을 수도 있고,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서도 외로울 때가 있으니까

다른 사람들이 존경과 인정을 거두어가면, 왜 우린 그들에게 ‘그런 건 필요 없소.

신뢰에서 오는 협박.

인내라는 위험한 덕목.

영혼의 파도가 우리 자신보다 강하고 그 파도를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없다면, 칭찬과 비난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단순히 운이 좋았다거나 나빴다고 말하지 않는가? 이 파도는 우리보다 강하다. 그것도 언제나.

프라두의 불면증은 점점 더 심해졌다. 그는 현기증을 호소했고, 환자와 환자를 진찰하는 사이에 휴식을 취해야 했다.

‘경멸에서 오는 외로움.’ 프라두가 생의 마지막에 골몰하던 주제였다. 우리가 타인의 존경과 관심에 의지하고, 그것에 종속되어 있다는 사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고독에 대한 불안에서 나오는 행위인가? 이것이 우리가 생의 마지막에 후회하게 될 모든 일을 포기하는 이유인가?

우리가 겁을 내는 고독의 실체는 무엇인가? 비난의 부재에서 오는 평온함? 부부 사이의 거짓과 반쪽짜리 우정이라는 지뢰밭을 숨을 삼킨 채 기어가야 할 필요의 부재? 식탁 건너편에 아무도 없다는 자유로움? 연이은 약속의 부재가 가져오는 넉넉한 시간? 이는 모두 천국과도 같은 놀라운 상황이 아닌가? 그러니 불안해할 이유가 무엇인가

학생 시절에 이미 삶이 요구하는 것,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고 힘들어서 감정을 다치지 않고 그 일들을 견디어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것도 하필이면 조르즈에게 그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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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리스본행 야간열차 세계문학의 천재들 1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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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다양성에 대해 그때 눈앞에서 펼쳐졌던 장면보다 더 확실하고 인상적으로 보여주는 경우를 나는 그 전에도, 그 후에도 보지 못했다

형태가 잡히지 않은 채 우리 앞에 놓여 있던 그 열린 시간에 우린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무엇을 해야 했을까. 자유로워 깃털처럼 가벼웠고, 불확실하여 납처럼 무거웠던 그 시간에.

그의 눈에서는 자신의 부끄러운 행동을 아무도 보지 못했기를 바라는 희망, 커가면서 경험으로 지워버린 유치한 생각 ? 자기 시선만 돌리면 아무도 자기를 볼 수 없다는 ? 이 배어나왔다.

과거는 우리에게서 떨어져 나갔으나 미래는 아직 시작되기 전이었던, 그 순간의 학교 운동장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이다.

지금의 내가 아닌,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던 그 시절로 다시 가고 싶은 ? 꿈과 같이 격정적인? 갈망인가.

낯선 사람의 삶을 산다는 게 어떤 것일까 생각하며 남의 뒤를 밟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

빛나는 광채는 지나간 모든 것을 아주 낯설고 거의 비현실적으로 보이게 했고, 과거의 그림자를 모두 지워버릴 정도로 눈부셨다

‘1890년 5월 28일에 태어나 1954년 6월 9일에 사망한 알렉산드르 오라시우 드 알메이다 프라두가 여기 잠들다’라는 문장

‘1899년 1월 12일에 태어나 1960년 10월 24일에 사망한 마리아 피에다드 헤이스 드 프라두가 여기 잠들다’라는 문장이 쓰여 있었다.

‘1920년 12월 20일에 태어나 1973년 6월 20일에 사망한 아마데우 이나시우 드 알메이다 프라두가 여기 잠들다’라고 적혀 있었다

‘독재가 하나의 현실이라면, 혁명은 하나의 의무다.

책에 대한 어머니의 이런 생각, 좋은 글이 지닌 마술과 같은 힘이나 광채를 아무리 이야기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어머니는 그를 슬프게 했다.

그는 이 세상에 두 종류의 사람, 즉 책을 읽는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했다.

어떤 사람이 독서를 하는지 하지 않는지는 금방 알 수 있으며, 사람 사이에 이보다 더 큰 구별은 없다고 주장했다

_내부 바깥의 안쪽

내게서 잠을 앗아간 것, 빛이 반사되는 진열창 앞까지 산책을 하면서 내가 쫓아버리려 한 것은 서로 움켜쥐었던 이 손의 모습이었다.

이런 의식이 불러오는 타인과의 거리는, 스스로의 눈에 비치는 우리의 외면이 다른 사람들이 보는 모습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더욱 커진다.

해석된 몸이 주는 이중 굴절이라는 보호벽이 없이 우리가 마주 선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 사이를 분리하거나 조작하는 것이 없어 서로 보는 즉시 와락 달려든다면?

이제 막 만난 이방인처럼 스스로를 바라보는 것……

사람들이 보는 외부세계의 한 부분은 내면세계의 한 부분이기도 하므로 모두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프라두의 인생에 결정적인, 어쩌면 치명적인 역할을 한 사람……

살라자르가 권력을 좇은 야심가이기는 하지만 끔찍한 잔인함과 무자비한 폭력으로 정권을 차지한 것도 아니고, 방종한 잔치에 차려진 호화로운 음식을 즐기지는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화려한 통치 뒷면에 있는 메마른 삶의 억압된 욕구와 충동은 냉정하고 강력한 명령으로 나타났고, 국가이성이라는 수사학을 빌려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왜곡되기도 했다.

스위스의 중립성과 관계가 있었을까, 아니면 오로지 단어에만 사로잡혀 있던 그만의 문제였을까. 아무리 부당하고 끔찍하며 피비린내 나는 일도 묻어버리던, 그를 현혹하던 단어들 때문일까? 어쩌면 그가 근시라는 사실과도…….

하사관밖에 되지 못한 아버지가 라인 강에 주둔했던 소속 중대 이야기를 할 때면 그레고리우스는 언제나 약간 우습다는 느낌, 아버지가 하는 말의 주된 의미는 천편일률적인 삶에서 약간 두드러져 보이는 무엇인가에 대한 기억일 뿐이라는 비현실적인 느낌을 받았다

이러한 갑작스러운 소멸을 더는 느끼지 못하게 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무서워한다면 이는 얼마나 비논리적인가.

이 모호한 요구가 너무 커지면, 모든 것과 거리를 유지하게 하고 단어와 글 저편에 과연 외부세계가 있기나 할까라는 의심

우리 인생의 진정한 감독은 우연이다. 잔인함과 자비심,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으로 가득한 감독

사람들이 서로 연관이 없고 모순된 말을 한다고, 그리고 말한 것도 금방 잊어버린다고 불평했을 때 한 대답이었다

닳고 닳은 언어에 구역질을 느껴 포르투갈어를 새로 만들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한 이야기였다

그는 베른에 없었지만 베른에 있었고, 리스본에 있으면서도 리스본에 있지 않았다

그의 의지가 멈추었기 때문에 시간이 멈추었고, 이 세상도 멈추어 섰다

사람들이 어떤 한 사람에 대해 하는 말과, 한 사람이 자기 자신에 대해 하는 말 가운데 어떤 말이 더 진실에 가까울까? 다른 사람에 대해 하는 말이 스스로에 대해 하는 말처럼 확실한가? 스스로의 말이라는 것이 맞기는 할까?

다른 사람의 내면을 이해하기 위해 길을 떠날 때는? 이 여행이 언젠가 끝이 나기는 할까? 영혼은 사실이 있는 장소인가, 아니면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우리 이야기의 거짓 그림자에 불과한가?

……지금의 내가 아닌,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던 그 시절로 다시 가고 싶은 ? 꿈과 같이 격정적인? 갈망……

시간으로 다시 돌아가길 원하면서 그사이에 일어난 일들을 겪은 나를 이 여행에 끌고 가려고 하는 것, 이는 모순되는 갈망이 아닌가.

자신이 학교와 학생들, 수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그리워할 것인지를 깨닫게 된, 미처 상상도 하지 못한 격렬한 감정……. 그때와 같으면서도 동일하지 않으므로, 같지는 않은 감정이었다. 같지 않다는 것

이 방의 적막감은 모든 것을 과거로 만들었고, 그레고리우스는 완벽한 무공간성 속에 앉아 있었다

아마데우의 죽음이 아드리아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시간이 멈춰버리고 감정은 굳은 영혼의 용암이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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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3-01-02 0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밑줄 칠 문장들이 가득, 가득 ^^

어쩌다냥장판 2023-01-02 03:50   좋아요 1 | URL
진짜 많더라고요 제목은 오래 들어 알았지만 내용은 몰랐는데 책 너무 좋네요
 
죄와 벌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2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홍대화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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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심과 고결한 감정에 불타고 있고, 더 나아가서 신분도 있고, 관등도 있고, 괜찮은 지위도 차지하고 있습니다!

자기 수첩에다가 몇 자를 남겼는데, 자기는 온전한 정신으로 죽는 것이다, 그러니 자기 죽음에 대해서 어느 누구도 탓하지 말아 달라고 썼다더군요. 그 사람, 돈은 많았다고 해요

「〈바로 제가 그때 고리대금업자 노파와 그의 여동생 리자베따를 도끼로 살해하고 돈을 훔친 사람입니다.〉」

라스꼴리니꼬프는 자백을 되풀이했다.

살인을 결심한 것은 경솔하고 소심하며 쉽게 분노하는 자기 성격과 더 나아가 자신이 겪은 궁색한 삶과 좌절 때문이라고 말했다.

헛소리 중에 그녀의 입에서 간간이 튀어나온 말들로 미뤄 볼 때, 어머니는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하게 아들의 불행한 운명에 대해 의심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소냐의 편지는 가장 일상적인 현실, 라스꼴리니꼬프가 겪고 있는 수형 생활의 환경에 대한 가장 평범하고 정확한 묘사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서술과 묘사는 전혀 없었다

불행한 오빠의 형상이 자연스레 드러나서 정확하고 분명하게 그려지는 것이었다. 그것에는 어떠한 실수도 있을 수 없었는데, 그것은 모든 것이 확고한 사실들이기 때문이었다.

그가 겉으로 보기에는 자기 자신에만 몰두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닫아걸고 있지만, 새로운 삶에 대해서는 대단히 솔직하고 단순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녀가 아파서 며칠 동안 그를 방문하지 못하게 되자, 그가 굉장히 우울해 했다는 것이다.

바퀴벌레가 든 멀건 양배추 국물이나 음식이 그에게 무슨 의미가 있었으랴? 지난 학생 시절에는 그것마저도 먹지 못한 적이 자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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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 문학동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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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몰아붙이듯이 살았다는 것인지, 별다른 재미 없이 살았다는 것인지, 열심히 산다는 게 그녀에겐 올바르다는 가치의 문제라는 것인지, 삶의 조건이 그녀를 힘들게 했다는 것인지 말이다.

노는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기억났다

엉뚱하고 철딱서니 없는, 말도 안 되는 얘기로 모두를 웃게 하는 막내 랄도. 그런 역을 맡으려고 노력했던 내 모습이

따뜻한 온도에서 가슴이 무너지는 느낌을 나는 멀리서 웃고 있는 그녀를 보며 받아들였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투명하게 알아낼 수 있는 세상의 일이 얼마나 될까

삶이 자기가 원치 않았던 방향으로 흘러가버리고 말았을 때, 남은 것이라고는 자신에 대한 미움뿐일 때, 자기 마음을 위로조차 하지 못할 때의 속수무책을 나도 알고 있어서.

무거운 짐을 짊어질수록 박수 소리가 커진다는 것을 알아서,

무리를 해서, 열심히 해서, 착하게 굴어서, 그렇게 조그마한 칭찬이라도 받아서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경험하고 싶었다고.

타인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해줄 거라는 기대는 하나씩 버렸다고. 다른 사람에게 기대지 말자, 어린 시절부터 그렇게 다짐하며 살아왔다고. 그녀에게 삶이란 오로지 자기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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