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리스본행 야간열차 세계문학의 천재들 1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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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재판 때와 현재의 고문 기술자들은 알고 있다. "내부로 후퇴할 길을 차단하라, 불을 절대 끄지 마라, 절대 혼자 두지 마라, 그에게서 잠과 평온함을 빼앗으라, 그러면 곧 자백할 것이다!" 우리의 영혼을 훔쳐가는 고문은 호흡하는 데 필요한 공기와도 같은 외로움, 우리가 스스로와 마주 설 수 있는 그 외로움을 파괴한다.

우리의 구주, 우리의 신은 자신의 방종한 호기심과 반감을 일으키는 그 궁금증으로 불멸이어야 할 우리의 영혼을 훔치고 있다는 생각은 왜 하지 않는가?

욕망과 만족, 편안함. 프라두는 이 모두가 헛된 것이라고 했다.

제일 허무한 건 욕망이고 그다음이 만족이며, 누군가에게서 보호를 받는다는 편안한 느낌도 언젠가는 결국 부서지는 것이라고

그래서 감정의 저편에 있는, 영혼의 견해 표명인 신의가 중요하다고 했다

아빠를 죽음으로 몰아간 것이 고통이었다면 그건 나도 어쩔 수 없었어. 고통을 당할 때 말의 힘이란 금방 고갈되고 마니까

신은 파라오가 고집을 부린다는 이유로 이집트에 재앙을 내려 고통을 주었어. 프라두가 조르즈에게 한 말이었다.

파라오가 그렇게 행동하도록 한 건 바로 신이 아닌가! 그것도 자기 힘을 과시하기 위해 파라오를 그렇게 만들었어! 이 얼마나 허영심 강하고 자만심에 가득 찬 신인가! 이 얼마나 지독한 허풍쟁이인가! 그레고리우스는 성서에서 이 부분을 찾아 읽었다. 프라두가 옳았다.

신과 신의 거만한 잔인함, 십자가와 단두대와 교수형틀, 다른 뺨도 돌려 대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 정의와 복수에 대해…….

현재를 산다는 것, 이 말은 옳고 훌륭하게 들린다. 짧은 글에서 프라두는 이런 말을 했다.그러나 내가 원하면 원할수록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지나치게 큰 이 집의 정적 속에서 느끼는 감정은 지루함과 달랐다. 시간이 멈추어 있었다. 아니, 멈추지는 않았지만 그와 함께 흘러가지도 않았다.

시간은 그를 미래로 데리고 가지 않았다. 그와 상관없이, 그에게 닿지 않은 채 지나갔다.

햇빛이 드는 카페에서 쥐었던 컵 손잡이가 뜨거워 움찔 놀랐던 그날 이후로 난 뭘 했던가? 그때 이후로 흐른 시간은 얼마나 긴가, 아니면 얼마나 짧은가? 일곱 달, 그건 얼마나 되는 시간인가?

나에게 정말 중요한 주제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왜 난 항상 다른 사람들의 말에 무뚝뚝하고 거칠게 굴며 감사할 줄 모를까? 중요한 것을 다른 사람들로부터?그 사람들이 내게서 그걸 빼앗을 의도가 전혀 없음에도? 온 힘을 다해 지켜야 한다는 욕구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내가 알고 싶었던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한 달의 길이는 얼마일까라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내가 알려던 건 무엇인가?

우리 곁을 지나 흘러가거나 감수해야만 하거나 손가락 사이로 모두 빠져나가서 잃어버리고 놓쳤다고 생각되는 시간, 그 시간이 지나가서 슬픈 게 아니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슬픈, 그런 시간에 관한 게 아니었다.

나는 한 달이란 시간을 충만한 것으로, 직접 경험한 것으로 말할 수 있는 근거에 대해 묻고 싶었다. 그러므로 내가 하려던 질문은 한 달의 길이가 아니라 한 달이라는 시간을 자기 자신을 위해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였다.

‘나도 이유는 모르겠다만, 그 사람에게는 내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다. 그런다고 고통의 기억이 사라지지는 않지만, 몇 시간 동안은 편해지거든.’ 이런 이야기였어요."

"오빠는 누군가 지나가다, 흘러가다, 흘러가 없어지다 등과 관련이 있는 단어를 말할 때마다 깜짝 놀랐어요.

어머니와의 이별에 실패했어요. 어머니는 이제 여기 계시지 않아요. 진실한 이별은 만남이어야 했는데. 저는 너무 오래 기다렸어요.

부조화의 고통을 견딜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고, 불가능했던 것을 인정하는 것도 속하지요. 이별은 자기 자신과도 관계가 있어요

저항할 수 없는 아이에게 매일 한 방울 한 방울씩 떨어뜨리는 인식, 아이가 전혀 깨닫지도 못하는 사이에 소리 없이 자라는 인식도 있으니까요.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인식은 음험한 독처럼 아이에게 퍼져 육체와 영혼의 조직에 스며들고, 아이 인생의 색깔과 명암을 결정해요.

불안한 공명심을 지닌 잔인한 거미가, 저 자신을 향한 완고하고도 무자비한 기대라는 유령이.

숨어 있는 실존감, 반대되는 가면을 쓴 채 내 인생을 결정한 부모의 실존감이 나에게도 있었을까? 조용한 벨렝 거리를 걸으며 그레고리우스는 생각에 잠겼다.

‘감정 교육’이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감정을 드러내는 기술, 말을 통해 감정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경험을 우리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말하곤 했어요. 그런데 정작 본인은 아버지에게 왜 그렇게도 표현을 못했는지!"

저 너머에는 바닷물뿐, 그 끝은 신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외로움이라고 말하는 그게 도대체 뭐지? 단순하게 다른 사람의 부재를 의미하지는 않아. 혼자 있으면서도 전혀 외롭지 않을 수도 있고,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서도 외로울 때가 있으니까

다른 사람들이 존경과 인정을 거두어가면, 왜 우린 그들에게 ‘그런 건 필요 없소.

신뢰에서 오는 협박.

인내라는 위험한 덕목.

영혼의 파도가 우리 자신보다 강하고 그 파도를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없다면, 칭찬과 비난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단순히 운이 좋았다거나 나빴다고 말하지 않는가? 이 파도는 우리보다 강하다. 그것도 언제나.

프라두의 불면증은 점점 더 심해졌다. 그는 현기증을 호소했고, 환자와 환자를 진찰하는 사이에 휴식을 취해야 했다.

‘경멸에서 오는 외로움.’ 프라두가 생의 마지막에 골몰하던 주제였다. 우리가 타인의 존경과 관심에 의지하고, 그것에 종속되어 있다는 사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고독에 대한 불안에서 나오는 행위인가? 이것이 우리가 생의 마지막에 후회하게 될 모든 일을 포기하는 이유인가?

우리가 겁을 내는 고독의 실체는 무엇인가? 비난의 부재에서 오는 평온함? 부부 사이의 거짓과 반쪽짜리 우정이라는 지뢰밭을 숨을 삼킨 채 기어가야 할 필요의 부재? 식탁 건너편에 아무도 없다는 자유로움? 연이은 약속의 부재가 가져오는 넉넉한 시간? 이는 모두 천국과도 같은 놀라운 상황이 아닌가? 그러니 불안해할 이유가 무엇인가

학생 시절에 이미 삶이 요구하는 것,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고 힘들어서 감정을 다치지 않고 그 일들을 견디어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것도 하필이면 조르즈에게 그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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