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망각 일기 세라 망구소 에세이 2부작
세라 망구소 지음, 양미래 옮김 / 필로우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무것도 잃고 싶지 않았다. 그게 내가 가진 가장 큰 문제였다.

나는 내가 진심으로 삶에 열중하고 있었다고 말하고 싶어서 썼다

나는 너무나도 많은 무(無)의 시간을, 언뜻 보기에 아무것도 아닌 시간을, 기억할 만한 순간들 사이에 존재하는 텅 빈 시간으로 취급했다.

쓰지 않고는 시간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 방법을 단 한 가지도 떠올릴 수 없었다.†

서술 기억은 과학자들이의미 기억이라고 칭하는 기억, 즉 맥락과는 무관한 사실과 관련된 기억과일화 기억, 즉 특정 시간과 상황에 겪은 개인적인 경험과 관련된 기억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

결혼은 고정적인 경험이 아니다. 결혼은 지속적인 경험이다

자전적 기억은 일반적으로 일화 기억에 해당한다고 간주된다.

금이 헬륨과 비슷하면서도 헬륨 이상의 무언가이듯, 결혼은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가 생기는 것과 비슷하면서도 그 이상의 무언가다.전자(電子)의 내부 껍질이 꽉 차면 다음 전자가 다음 껍질을 채우면서 결국 원소의 성질 자체를 바꿔버린다.

시간은 순간을 포함하고 있다. 시간은 순간 말고도 많은 것을 담고 있다.

과거의 교훈을 기억하라. 미래의 가능성을 상상하라. 그리고 현재에, 기억을 동원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시간인 현재에 몰두하라

진짜 하루하루 사이에 여분의 하루하루가, 완충 역할을 하는 하루하루가 필요하다.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일만 기억하고, 그 일이 전부였다는 확신을 품고 싶다

일기 쓰기는 무엇을 생략할지, 무엇을 잊을지를 솎아내는 선택의 연속이다.

감각 기억은 감각을 인식한 순간부터 0.2초에서 0.5초 까지 유지되다가 서서히 희미해진다.

기억할 만한 샌드위치 하나, 기억할 만하지 않은 층층의 계단. 아무도 기록하지 않는 수다스러운 말소리로 가득한, 기억할 만한 잠깐의 대화.

아무도 쓴 적 없는 문장을 쓰고 싶어

향수에 젖은 채 과거 속에서만 살아가는 것 또한 성격적 결함으로 간주된다.

날씨는 여전히 좋음.고양이는 여전히 사랑스러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어머니 열린책들 세계문학 9
막심 고리키 지음, 최윤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차디찬 바람은 점점 거세어지더니만 한껏 적의를 품고 거리의 먼지와 쓰레기를 사람들의 정면으로 날렸고, 외투와 머리카락을 흩날리게 하는가 하면 눈도 뜨지 못하고 가슴에 부딪치면서 발밑으로 나뒹굴었다.

사제도 없고 가슴을 저미는 노래도 없는 이 무언의 장례식, 생각에 깊이 잠긴 얼굴들, 그리고 찌푸린 눈썹들은 어머니의 가슴에 무서운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가을비가 야윈 손바닥으로 지붕을 더듬듯 그렇게 초가 지붕을 때리고 커다란 물방울들이 땅바닥에 떨어지며 음산한 소리를 내 깊어 가는 가을밤의 정취를 더해 주었다.

사람의 가치란 자신이 부여하는 것이라고

새로 발흥하는 생각의 요람은 바로 창조의 에너지가 넘치는 젊은 얼굴이라는 걸 말입니다

젊고 굳건한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한다면 자연 삶이라는 것을 풍요롭게 살게 되는 법입니다.」

국제적인 살육전, 전 민중적 사기와 타락, 그리고 인간성의 황폐화, 바로 이런 것들이 당신들의 문화인 것입니다

자신의 인간적 가치를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그렇게 타락하고, 폭력에 의지하지 않고는 배겨 내지 못할 정도로 그렇게 비굴해진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는 치미는 분노와 슬픔을 억제할 길이 없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어머니 열린책들 세계문학 9
막심 고리키 지음, 최윤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쇠스랑 하나로 퍼올리기에는 퇴비 양이 너무 많아…….」

한쪽 놈들이 민중의 젖을 짜낼 때 또 다른 쪽 놈들은 뿔로 민중을 들이받고 있는 거요…….」

「제 일에 눈이 먼 사람은 남의 어려움을 보지 못하는 법이야!」 두 눈을 넌지시 내리깔며 그녀가 말했다.

원래 가슴 안에 불꽃이 희미하게 타오르고 있으면 그을음이 많이 쌓이는 법이에요.」

「그럼 망나니짓 하는 얼간이를 보고서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게 동지 된 도리란 말인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내 말 무슨 말인지나 알겠어?」

거기 영웅 양반 귀 막아! 전 빠벨을 좋아해요. 하지만 빠벨이 입고 다니는 조끼는 좋아하지 않아요. 어머니도 아시다시피 빠벨은 새 조끼를 떡하니 입고 꽤나 마음에 드는지 배는 쑥 내밀고서 사람들을 밀친단 말입니다. 마치 내가 어떤 조끼를 입고 있는지 좀 봐 달라고 말하듯이 말입니다. 정말 좋은 조끼라는 건 알지만 도대체 왜 사람들을 미느냔 말이에요. 그렇지 않아도 비좁은 데서.」

그는 어머니에게서 떨어졌다. 그러면서 내뱉은 매몰찬 말이 어머니의 가슴을 더욱 미어지게 만들었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방해가 되는 사랑도 있어요…….」

그들은 비록 몸은 두 개였지만 우정으로 뜨겁게 불타오른 하나의 영혼이었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야. 난 발에 족쇄를 채워 구속하려 드는 사랑이나 우정 따위는 원치 않아…….

그러나 어머니는 벙어리 냉가슴 앓듯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손을 흔들며 찌를 듯한 고통으로 활활 타오르는 두 눈으로 아들의 얼굴만 바라볼 뿐이었다.

「영웅 하나 나셨군! 가서 코나 닦아라. 가서 사쉔까에게도 죄다 얘기하지그래. 아니 벌써 얘기를 했어야만 했는지도 모르지…….」

그녀의 가슴에선 활활 타오르는 듯한 어떤 생각이 몸부림쳤고, 비애와 고난으로 가득 찬 기쁨의 감정이 불붙듯 치솟았다

밤마다 소음에 지치고 세월의 무상함에 절로 나오는 한숨을 뒤로하고 잠자리에 들면 늘 가슴을 조용히 짓누르는 그 무엇이 있었다.

마치 공명하는 짐승의 울부짖음에 놀란 새 떼가 잔뜩 무리 지어 날아가듯이. 어머니는 구름을 바라보며 자기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머리는 무겁기 그지없고, 꿈도 없는 밤을 태운 두 눈은 까칠까칠했다. 하지만 이상할 정도의 평정이 가슴에 자리하고 있었고 심장의 박동은 규칙적이었으며 예나 다를 바 없는 잡다한 생각으로 머리는 꽉 차 있었다.

그녀의 눈에선 어렴풋한 얼룩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 금방 투명한 초록빛으로 되었다가는 또 어둑한 잿빛으로 변하곤 하면서 가물거리는 것이었다.

「비록 죽음이 앞에 가로놓여 있다 해도 진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야만 하지요.」

창문에서, 집 대문에서 때로는 불안하고 욕지거리가 섞인 말들이, 또 때로는 신중하면서도 활기에 넘치는 목소리들이 땅 위를 기고 허공을 날아 어머니의 귀를 때리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반박하고, 감사하고, 설명하고 싶었고, 이날의 이상하게도 복잡한 삶 속으로 깊이 개입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어머니 열린책들 세계문학 9
막심 고리키 지음, 최윤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빠벨은 어머니의 입가에 흐르는 미소와 얼굴에서 엿보이는 관심, 그리고 두 눈에 가득 찬 사랑을 보았다.

그는 민중의 행복을 희구하면서 그들 안에 진리의 씨앗을 뿌리고 다니는 사람들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이런 일을 한다는 이유로 삶의 적들이 사나운 짐승처럼 그들을 붙잡아 감옥에 처넣거나 멀리 강제 노동을 보내고 있다는 것까지도 어머니에게 이야기했다.

겁 없이 아무 데서나 사람들과 이야기하지 마라! 사람들을 조심해야 돼. 모두들 서로서로를 미워하고 있어. 탐욕과 질투로 살아가는 사람들이야.

어렸을 땐 사람들을 무서워했고, 조금 커서는 사람들을 증오하기 시작했어요. 어떤 사람들은 잔인했기 때문이고, 또 어떤 사람들은

「우리 모두는 두려움 때문에 파멸하는 거예요!

우리들을 지배하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그런 우리의 두려움을 이용해서 우리를 더욱더 겁에 질리게 하는 겁니다.」
어머니가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현관에서 누군가의 신발 끄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는 두려움에 몸을 벌벌 떨며 바짝 긴장하여 두 눈썹을 곧추세우고 벌떡 일어섰다.

외투를 벗고서 그녀는 추위에 빨개진 조그마한 두 손으로 불그레한 뺨을 세차게 비벼 대면서 빠른 걸음으로 방 안쪽으로 들어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댈러웨이 부인 열린책들 세계문학 8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찌 보면 그것은 그녀의 재난이고 불명예였다.

그래서 이 깊은 어둠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야회복을 입고 선 채로, 여기서 한 남자, 저기서 한 여자가 가라앉아 사라져 가는 것을 보아야만 한다는 벌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상하고,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렇게 행복해 본 적이 없었다.

이제 좀 더 성숙해지고 보니, 하고 피터가 말을 이었다. 바라보고 이해하면서도 느끼는 힘은 줄지 않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