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그 여자를 사랑하지 않는데, 어떻게 그 여자가 너에게 동의를 할 수 있으며, 자기의 사진까지 선사할 수 있는 거냐? 설마 네가 그런…… 그런…… 여자를…….」
「어머니, 이 문제에 푹 빠지셨군요. 또다시 참지 못하시다니. 우리 집에서는 모든 게 언제나 이런 식으로 시작되어 폭발되곤 하지요. 어머닌 꼬치꼬치 캐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다고 하셨잖아요.
몇 분 후 그는 거실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통해, 자신이 나온 뒤 대화가 더욱 소란스러워지고 노골적으로 진행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초인종을 제때 고치지 못할 만큼 게으르면 사람이 문을 두드릴 때 현관에 앉아 있기라도 할 것이지. 아니 거기다 코트까지 떨어뜨리다니, 팔푼이 같으니라고!」
니나 알렉산드로브나는 〈모든 것에 동의한다〉고 한 자신의 말을 완전히 망각한 채 바르바라 편을 들고 있었다.
그는 나스따시야가 자기 가족에게 조소와 독설을 퍼붓는 데 그칠 것이라고 생각했지, 직접 집으로 찾아오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자존심이 강하고, 의구심과 우울증에 시달릴 정도로 허영심이 많은 가브릴라는, 최근 두 달 동안 약간이라도 자신을 고상하고 귀한 존재처럼 보이게 할 구실을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녀가 자기를 두고 〈참을성 없는 거렁뱅이〉라고 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 훗날 그 말에 대한 대가를 치러 주겠다고 온갖 맹세를 다 했지만, 만사를 원만하게 해결해야 된다는 공상을 이따금 홀로 해보곤 했다
무얼 위해서, 무얼 얻으려고 내가 그에게 충격을 주었던가? 차라리 내가 그 부인을 사랑했다면 몰라도, 나는 그저 가벼운 장난으로 뾰뜨르를 곯려 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내가 그에게서 꽃다발을 가로채지만 않았던들 그 사람이 지금까지 행복하게 살아 있을지 누가 압니까
소(小) 뒤마의 『춘희』가 대유행을 해서 상류 사회를 휩쓸고 있었습니다. 내 의견이지만 그 소설은 불후의 명작으로 남을 겁니다. 이 소설을 적어도 한번쯤 읽어 본 지방의 부인들은 그야말로 열광적이다시피 했습니다. 매력적인 소설 내용, 주인공 설정의 독창성, 미묘한 부분까지 묘사된 황홀한 세계, 소설 곳곳에 깔린 이 모든 매혹적 요소들(예를 들어 하얗고 핑크빛 나는 동백꽃 다발을 번갈아 사용하는 배경)[49]은 한마디로 환상적인 디테일이었습니다
「나에게 있어서 공작은 일생에서 최초로 내 마음을 맡길 만한, 진정으로 믿을 만한 분이에요. 그분은 첫눈에 나를 믿었고, 나 역시 마찬가지예요.」
대담한 데다 온갖 것을 다 겪어서 무슨 일이 있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다리야 알렉세예브나와 말이 없으면서도 아름다운 낯선 부인이었다.
마치 파티장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친지들 집에서 그림, 화병, 조각이나 병풍을 잠깐 빌려다 놓는 것처럼 그림을 걸어 두듯 이 여자를 앉혀 두곤 했던 것이다.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날뛰는 페르디쉬첸꼬가 있었다. 가브릴라는 여전히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으나,
오직 예빤친 장군 한 사람만이, 방금 자신의 선물을 체면이고 뭐고 상관치 않고 우스꽝스럽게 되돌려 받음으로써 수치를 감수해야 했던 그만이, 예기치 않은 기괴한 사건, 로고진의 출현 같은 일로 기분이 상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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