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황야의 이리 을유세계문학전집 104
헤르만 헤세 지음, 권혁준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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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세상 한가운데 있으면서 모든 감정과 사고에서는 이방인이었다.

처절한 경험을 할 때마다 내 자아는 산산조각 났고, 그때마다 심연의 힘들이 나의 자아를 뒤흔들고 파괴했다. 그럴 때면 각별한 애정을 쏟으며 돌봐 왔던 내 삶의 부분이 나를 배반하고는 사라져 갔다

이 황야의 이리는 죽어야 했고, 혐오스러운 자신의 실존을 자기 손으로 직접 끝장내야 했다. 그게 아니라면 그는 새롭게 자기성찰이라는 치명적인 불길에 용해되어 자신을 변화시켜야 했고, 가면을 찢어 버리고 새로운 단계의 자아 형성의 길을 가야 했다.

삶은 내가 세상을 헤집고 다니는 거칠고 힘겨운 여정에 다시 나서게 했고, 새로운 고통과 죄악의 탑은 높아만 갔다.

시민적인 관점에서 보면 나의 삶은 그렇게 뒤흔들릴 때마다 지속적으로 하강곡선을 그렸고, 정상적인 것, 허용된 것, 건강한 것에서 더욱 멀어져 갔다

노련한 주식 투기꾼이 투기, 이윤 획득, 확신 상실, 동요, 파산의 단계를 잘 알고 있듯이, 나는 그것들을 잘 알았다. 나는 이제 정말 이 모든 과정을 한 번 더 맛봐야 한단 말인가?

그 모든 고통, 그 모든 엄청난 곤경, 자아의 저속함과 무가치함에 대한 그 모든 통찰, 실패에 대한 그 끔찍한 불안, 그 모든 죽음의 공포를? 그 많은 고통이 반복되는 것을 피하고 어딘가로 자취를 감추는 것이 더 현명하고 간단하지 않을까?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것이 더 간단하고 현명한 방법이었다.

그 누구도 내가 석탄 가스나 면도칼 또는 권총의 도움으로 삶을 끝장내고 이렇게 함으로써 지금까지 정말 자주 그리고 심하게 맛보아야 했던 쓰라린 고통의 과정이 반복되지 않게 하는 기쁨을 막을 수는 없었다

자살이라는 것은 어리석고 비겁하며 초라한 것일 수도 있고, 불명예스럽고 수치스러운 비상구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출구가 있다면 가장 초라한 비상구라고 해도 간절히 바랄 것이다

하나의 가면이 벗겨지고 하나의 이상이 붕괴할 때마다 이에 앞서 소름 끼치는 공허감과 적막감, 이 끔찍한 옥죄기와 고독, 관계의 단절, 사랑과 소망이라고는 없는 황량한 지옥이 엄습해 왔는데, 나는 지금 이런 것을 다시 겪어야 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나는 직업을 잃고, 가정을 잃고, 고향까지 잃고, 모든 사회 집단에서 국외자로서 혼자가 되었고, 그 누구의 사랑도 받지 못하고 많은 의혹의 눈길만 받으면서 일반 대중의 견해나 도덕과 언제나 혹독한 갈등을 빚었다.

죽고자 하는 결심은 한순간의 기분이 아니라 잘 익어 있는 단단한 과일이었다. 그동안 서서히 자라나 이제 무거워진 그 과일은 운명의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렸고, 다음 운명의 돌풍이 불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 도시, 이 세상 어딘가에 죽음으로써 나에게 상실감을 안겨 줄 그런 사람이 살고 있을까? 내 죽음을 조금이라도 애도할 사람이 어딘가에 살고 있을까?

삶은 지독하게 쓴맛이었다. 내 안에서 오래전부터 자라 온 역겨움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생각, 삶이 나를 마구 튕겨 내고 내던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굶주린 개처럼 한 조각의 온정, 한 모금의 애정, 한 방울의 인정을 즐겼다

황야의 이리 하리는 감격해서 슬쩍 미소를 지었고, 건조한 목구멍에는 침이 고였으며, 자신의 의지와 반대로 감상성에 굴복했다.

나는 2분 전까지만 해도 이 저주스러운 세상을 향해 분노의 이빨을 드러냈으나, 지금은 존경할 만한 속물 하나가 이름을 한 번 불러 주고 악의 없는 인사를 건네자 금방 감동하고 들떠 그가 말하는 모든 것에 맞장구를 쳤고 새끼 돼지처럼 뒹굴면서 한 줌의 호의와 존경, 우정이라는 먹이를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학문적인 수다를 떨고 타인의 행복한 가정생활을 바라봐야 하는 의무감을 수반하는 교수의 저녁 초대가 성가신 부담으로 다가왔다

지금 내가 옷을 차려입고 집을 나서 교수 집을 방문해 다소 가식적인 덕담을 함께 나누는 등 본래 원치 않는 이 모든 일을 하듯, 대부분의 사람은 매일, 매시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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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호모 파버 을유세계문학전집 113
막스 프리슈 지음, 정미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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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생각없이 선택했던 책에서 이런 재미를 느낄줄이야
읽으면서 뭔가 오이디푸스가 연상되더라니..
역자해설에서 그 내용이 나오니 내심 반가워 거봐했다
이책 술술 잘읽힌다

을유문화사의 책을 이제 파야하나..
아주편안한 죽음도 좋았고 황야의 이리도 괜찮으니..
아메리카의 나치문학은 아직도 진짜 작가들의 이야긴가
아닌가 하며 읽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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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호모 파버 을유세계문학전집 113
막스 프리슈 지음, 정미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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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 잠긴 내 몸.
난 자살에 별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런다고 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사실이 바뀌느냐 말이다. 이 시간, 내가 원한 건 아예 내 존재가 사라지는 거였다!

면역 혈청 덕분에. 난 한나에게 왜 통계를 믿지 않고 대신 운명이나 그따위를 믿느냐고 물었다.

한나는 다른 나이 든 여자들과 사뭇 달랐지만, 그녀의 처진 피부와 눈물주머니, 잔주름 진 관자놀이가 눈에 띄었다. 주름이 나한테는 별문제 되지 않았지만 유독 눈에 들어왔다.

한나가 애만 바라보며 살고 있고, 애가 언제 돌아오나 노심초사했으며, 무남독녀를 난생처음 세계여행 보내는 게 엄마 입장에서는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건 당연했다

자기한테는 백 명의 딸이 아니라 딸이 하나다(다 아는 사실). 그리고 그 딸은 다른 사람들처럼 단 하나의 삶을 갖고 있다(그 역시 아는 사실). 그녀 자신도 망쳐 버리긴 했지만, 단 하나의 삶을 가질 뿐이다.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항상 실행에 옮겼는데, 여자로서 상당한 일 아닌가.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았다

인생을 다시 살 수 있거나 그래야 한다면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남자들을 사랑할 거란다.

남자는 (그녀 말로는) 여자를 비밀스러운 존재로 원하는데, 자신의 몰이해에 열광하고 흥분하기 위해서란다.

바닷가에는 벌거벗은 사내아이들이 있고 그들의 젖은 피부 위로 태양이 내리쬔다. 열기가 피어오른다. 난 앉아서 시가를 피운다. 하얀 도시 위로 검보랏빛 먹구름이 끼고 빌딩 위로 마지막 햇살이 꽂힌다.

그들의 건강은 거짓이고 젊음도 거짓이다. 자신들이 늙어 간다는 걸 인정하지 못하는 그들의 여자들. 시체에도 화장을 하고 어디서나 죽음과도 외설적인 관계를 맺는다.

난 휘파람을 분다.
미국에 대해 분노한다!
오슬오슬 한기를 느끼며 그네를 탄다.
미국식 생활방식이라니!
난 다르게 살기로 결심한다.

엘프라도 거리.
푸르스름한 여명. 아이스크림을 파는 상인들. 가로등 아래, 담장 위에 무리 지어 앉은 여자애들의 웃음소리.
타말레.
바나나 껍질에 싼 옥수수다. 길거리에서 파는 간식이다. 걸어가면서 먹으니 시간이 절약된다.

아직 이른 저녁이었지만 산 자들의 행렬 속에서 송장보다 못한 꼴이었던 난 호텔로 돌아가 수면제를 먹을 참이었다.

풍화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치아는 내게 늘 골칫거리였다. 인간이란 그런 존재다! 전체적인 구성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재료는 졸작이다. 육신은 재료가 아니라 저주다.

바람을 동반한 갑작스러운 폭우다. 거리는 경보라도 울린 듯 순식간에 사람들이 사라지고 차양 막에서는 폭격 맞은 소리가 난다. 밖에서는 아스팔트 위로 빗물이 튄다. 마치 수선화 화단이 갑자기 생겨난 것처럼 하얗다. 특히 가로등 아래가.
그네를 타며 세상을 바라본다.
지금, 여기가 좋다.

엘프라도 거리를 걷는다.
늙은 플라타너스가 늘어선 구시가는 바르셀로나의 람블라 거리와 비슷하다. 저녁의 산책로. 믿기지 않을 정도로 멋진 사람들로 넘쳐나는 가로수길. 난 걷고 또 걷는다. 달리 할 일도 없잖은가.

취할 때까지는 꾸밈이 없고 인류의 보호자로서 어깨를 툭툭 치며 낙관적이다. 그러다가 취하면 발작적으로 울부짖고 백인종을 다 팔아 먹고 엉덩이들 사이가 텅 빈다. 나 자신에게 분노가 인다!
(다시 한번 삶을 살 수만 있다면.)

특별한 이유는 없었지만, 난 행복했다. 지금 보고 있는 모든 것을 떠나게 될 테지만 잊지 못할 거라는 걸 잘 안다. 그네를 타며 아케이드의 밤을 보고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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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황야의 이리 을유세계문학전집 104
헤르만 헤세 지음, 권혁준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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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과거 모든 행적이나 출신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의 개성은 내게 강렬한 인상, 그것도 하여튼 호감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인상을 남겼습니다.

하리와 같이 교양 있고 총명한 인간이 자신을 ‘황야의 이리’로 여길 수 있다는 사실, 그가 자신의 풍부하고 복잡한 삶의 형체를 이렇게 단순하고 조야하며 원시적인 공식에 가둘 수 있다는 사실로 인해 우리가 놀라워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인간은 고도의 사유 능력을 가진 존재가 아니고, 가장 지적이고 가장 교양 있는 인간조차 언제나 매우 소박하고 사태를 단순화하며 왜곡시키는 상투적 렌즈들을 통해 세상과 자신을 바라보는 법이다.

특별히 재능을 타고나고 예민한 감각을 지닌 인간 영혼들이 자신의 분열상을 예감하기 시작하는 경우, 그리고 모든 천재와 마찬가지로 이런 영혼들이 통일된 인격이라는 망상을 파괴하고 자신을 여러 부분, 수많은 자아의 묶음으로 느끼는 경우, 이들이 이런 사실을 단지 주장하기만 해도 대다수 사람은 당장 이들을 감금한다.

대중은 학문의 힘을 빌려 조현병(정신 분열증)이라는 진단을 내릴 것이고 인류가 이 불행한 인물들의 입에서 나오는 진리의 외침을 듣지 못하게 할 것이다

인간은 하나의 몸을 가졌다는 점에서는 하나의 실체지만 영혼은 결코 그렇지 않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각 인물이 어쩔 수 없이 일회적이고 통일적이며 폐쇄적인 육체에 갇혀 통일성을 가장하기 때문에 이런 인상을 반박하는 것처럼 보인다

소박한 수준의 미학적 판단을 내리는 사람들 또한 개별 인물이 두드러질 정도로 독립적인 통일체로 무대에 등장하는 이른바 성격극을 최고로 평가하기도 한다.

우리는 실은 눈에 보이는 육체에서 출발해 자아라는 픽션, 개별 인물이라는 허구를 창안한 고대 사상가들의 개념을 받아들이도록 설득당한 것이다.

파우스트라는 인물은 교사들이 즐겨 인용하고 속물들이 전율을 느끼며 찬미하는 다음의 구절, 즉 "아, 내 가슴에는 두 개의 영혼이 살고 있다!"는 구절을 말하는데, 이 경우 그는 메피스토와 자신의 가슴속에 있는 수많은 다른 영혼을 잊고 있는 것이다.

가슴, 육체는 언제나 하나인 것이 맞지만, 그 안에 거주하는 영혼은 둘 또는 다섯이 아니라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인간은 수백 겹의 껍질로 이루어진 양파이자 수많은 실로 짜인 직물이다.

그는 자신의 한 부분을 인간, 다른 한 부분을 이리라고 부르면서, 이로써 이야기는 벌써 끝난 것이고 그 자신은 소진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 속에서 발견하는 모든 정신적이고 승화되거나 문명화된 것은 ‘인간’에 집어넣고, 모든 본능적이고 야성적이고 혼돈스러운 것은 ‘이리’에 집어넣는다

우리가 우려하는 바는, 하리가 혹시 영혼의 영역 중에서 아직 인간적인 것이라고 상상할 수 없는 영역까지 ‘인간’에 포함시키고 벌써 오래전에 이리적인 것을 넘어선 자신의 본질까지 ‘이리’에 포함시키고 있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내면 깊은 곳의 숙명은 인간을 정신을 향해, 신을 향해 내몰아 가는 반면, 내면 깊은 곳의 동경은 인간을 자연 쪽으로, 어머니에게로 돌아가도록 이끈다.

인간은 이 두 강력한 힘 사이에서 비틀거리면서 불안과 전율의 삶을 살아간다

사람들이 제각각 이해하는 ‘인간’이라는 개념은 언제나 시민들의 다수가 합의한 덧없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인습에 따르면 날것 그대로의 거친 본능들은 거부되고 금기시된다.

시민들이 오늘은 어떤 인물을 이단자로 화형에 처하고 범죄자로 매달고는 내일 지나 다음 날에는 그를 위해 기념비를 세워 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영혼 깊은 곳에서는 정신이 요구하는 최고의 요구, 다시 말해 진정한 인간 되기를 긍정하고 추구하라는 요구, 불멸에 이르는 그 유일한 좁은 길을 걸어가라는 요구와 맞닥뜨리는 것에 겁을 먹고 있다.

그는 그 길이 더 큰 고난과 박탈의 삶, 궁극적인 희생, 어쩌면 단두대로 이어진다는 것을 분명히 느끼고 있다.

그는 모차르트가 헌신과 고통을 감수하는 위대성을 가졌다는 사실, 모차르트가 시민적 이상들에 대해 냉담했다는 사실, 또 모차르트가 저 극단적인 고독, 다시 말해 인간이 되는 길에서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시민적인 공기를 희석시켜 얼음장처럼 차가운 에테르로 변모시키는 그런 고독을 견뎌 냈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는다

그는 육체라는 통일체 속에 한 영혼의 통일체가 깃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은 기껏해야 이런 이상적 조화를 향해 나아가는 긴 순례 여정에 있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제대로 관찰했더라면 그는 아마 짐승들도 결코 통일적인 영혼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것, 그들의 멋지고 팽팽한 형태의 육체 안에도 다양한 성향들과 상태들이 깃들어 있다는 것, 이리 역시 자신 안에 심연을 갖고 있다는 것, 이리 또한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아니, "자연으로 돌아가라!"라는 구호와 더불어 인간은 언제나 고통이 가득하고 희망은 없는 잘못된 길을 걸어가고 있다

행복한 유년 시절을 노래한 그 사람, 호감은 가지만 다분히 감상적인 그 인물 역시 자연으로, 순진무구한 상태로,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어린아이들이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 오히려 어린아이들도 많은 갈등, 엄청나게 모순적인 분열, 모든 종류의 고통을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망각했던 것이다.

되돌아갈 수 있는 길은 전혀 없다.

되돌아갈 수 있는 길은 전혀 없다. 이리로 돌아가는 길도 없고 어린아이로 돌아가는 길도 없다. 사물들은 시작 단계라고 해서 순진무구하고 단순한 상태에 있지 않다

모든 창조물, 심지어 가장 단순해 보이는 것도 벌써 죄과가 있고 벌써 분열되어 있으며 생성의 더러운 물결에 내던져진 상태여서 결코 그 물결을 거슬러 헤엄칠 수 없다.

그대가 자살한다고 해도 진정한 해결책이 되지 못할 것이다. 진정한 인간이 되려면 그대는 더욱 멀고 더욱 수고로우며 더욱 무거운 길을 걸어가야 할 것이다.

그대는 어쩌면 언젠가 종국에 이르고 평온한 상태에 이르기 위해 그대의 세계를 제한하고 그대의 영혼을 더욱 단순화하는 대신 고통스럽게 확장된 그대의 영혼 안에 더욱 많은 세계, 결국에는 세계 전체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모든 탄생은 우주로부터의 분리를 의미하고, 제한에 갇히는 것, 신으로부터의 격리, 고통을 겪으면서 새로운 존재가 되는 것을 뜻한다

수백만이라는 숫자는 별로 중요하지 않고, 그것들은 재료에 불과할 뿐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가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은 더 차원 높은 인간에 관한 것, 인간 되기라는 긴 여정의 마지막 목표에 관한 것, 존엄한 인간에 관한 것, 불멸의 존재들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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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백치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16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김근식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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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매우 수다스럽고 불안정해 보였으며,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에게 욕지거리를 하며 싸우는 것처럼 요란하게 지껄여 댔다.

즐거운 웃음을 자아내는 악의 없는 거짓말은 다소 무례하다 해도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진 않지요.

무덤가에 묘비를 세우고, 앞면에는 〈여기 10등관 레베제프의 다리 묻히다〉라고 새기고 뒷면에는 〈기쁨으로 넘치는 그날이 올 때까지 고이 잠드소서

지금 당신 앞에 마주하고 있는 사람의 생각이 모욕적이고 부질없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느껴지고, 동시에 그 인간이 위대한 사건의 목격자였다는 걸…….

어쨌거나 수행원 중에는 장군들 외에도, 지형과 군대 배치를 살피고 상의하기 위해 나폴레옹이 대동하던 원수들의 얼굴도 빠지지 않고 보였소.

오랜 협의 끝에 마침내 나폴레옹은 다부의 의견에 따르기로 결정을 내린 듯이 보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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