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밤이면 손끝이 피가 나고 갈라 터져 맨살이 드러날 지경이 되도록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어, 낮에는 어떻게든 그 흔적을 가리려고 애쓰는 것이다
지독한 실패 뒤에 서글프게 박수갈채를 구걸하는 서커스 광대 같은 모습이었죠. 불쌍한 인간 같으니.
그녀의 눈앞에는 해변 사건에 이어지는 어떤 극적 장면이 갑자기 기억의 섬광 속에 포착되어 나타난다. 바다가 보이는, 더 자세히 특정할 수는 없는 어떤 호텔 방 침대의 위. 뜻하지 않게 그 장면이 나타나자 그녀는 네겔리가 심히 부끄럽게 느껴진다. 그는 그녀 속으로 고통스럽게 밀고 들어왔고, 짧고 둔탁한 신음소리와 함께 침 두 방울이 그의 입에서 떨어지며 그녀의 등을 찰싹 때렸다
앗, 이제 정말. 차가 도착하는 소리. 쿵 하고 차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 사람들의 목소리. 자갈길의 저벅저벅 소리. 맑은 초인종 소리. 한 번, 두 번, 세 번(예전에 스위스에서 늘 그랬듯이 세 번). 여행 가방이 티크재 바닥에 떨어지며 내는 편안하고 둔탁한 소리.이다! 하고 외치는 친숙한 소리. 바로 이것. 젠체하는, 목구멍에서 살짝 길게 끄는 스위스식 ‘ㅣ’ 음. 세상에, 그가 정말 왔다. 그녀는 생각한다. 이제 그가 안으로 들어올 것이고 손목 돌리기로 모자를 소파에 던질 것이다.
구두는 마치 제 나름의 독자적 삶을 살기라도 하듯이 차례차례 소파 탁자 아래로 사라진다.
그 옆에는 좌판을 전부 스코틀랜드의 다양한 씨족 상징 문양으로 씌워 놓은 신고딕 양식의 의자들이 있다. 약간 으스스하기까지 하다. 집이 마치 영화 세트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잠깐만. 그는 그의 애인을 위해 뭘 가져왔다. 그는 진짜 얼마나 기쁜지 어쩌고저쩌고.
그는 그녀에게 끼어들 틈을 주지 않는다. 마치 잃어버린 둘만의 시간을 속성으로, 퀵모션으로라도 만회해야 한다는 듯이, 쉴 새 없이 얘기를 늘어놓는다
그냥 서로 무시하고 지내게 마련이다. 윤회의 길은 다른 동류의 인간과 함께 나누기에는 너무 고되고 끔찍한 것이다. 망자들은 끝없이 고독한 피조물이다. 그들 사이에는 어떤 유대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혼자 태어나서 죽고, 또 혼자서 다시 태어난다.
카메라는 다다미 바닥에 맞는 높이로 내려와 있다. 일본의 공간 감각에 의자와 침대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더 높은 관찰자 시점, 그러니까 카메라 일인칭 눈의 시점은 전적으로 서양식 시각이라는 것.
그는 몸을 뒤로 젖혀 등받이에 기대고 천재적인 것을 볼 때 늘 그러듯이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아마카스가 <풍차>를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은밀하게, 프로테스탄트적 태도로 기뻐한다.
아마카스는 영화관 맨 뒤 구석에서 자기를 향해 혀를 내밀어 신호를 보내는 나신에 붉은 물감을 칠한 젊은 여자를 못 본 척했다.
그녀가 밤 화장을 끝냈을 때, 그는 가터를 풀지도 않고 코를 골면서 침대 위에 드러누워 있다. 게으른 금발의 파충류 같은 모습. 가발은 그의 옆에 화장 자국이 묻은 베개 위에 놓여 있다. 그녀는 그 부숭부숭한 물건을 들어 올렸다가 손가락 사이로 털이 미끄러져 내리게 한다
그녀는 실수로 벽의 발목 높이에 튀어나와 있는 먼지흡입 장치 헤드를 차서 집 전체의 중앙 진공청소 시스템을 가동시킨다. 신경을 건드리는 기계음이 집의 지하층에서 올라오면서 네겔리의 드르렁 소리와 합쳐져, 정말 못 참겠다. 꼬박 두 시간의 잠을 빼앗아간다.
그는 두 사람 사이에서 카메라를 이리저리 돌리다가 파인더에서 (그냥 삶 속에서 맨눈으로는 볼 수 없는 것이기라도 한 것처럼) 약혼녀와 일본인 사이에 오가는 내밀한 감정의 그림자를 발견한다. 그가 미소 지으며 그녀에게 담뱃불을 붙여 주는 모습이라니.
클럽은 가볍게 오른쪽으로 올리고, 하늘은 예쁜 구름으로 구획되어 있는데. 그렇게 그는 그녀를 뒤에서 느슨하게 안고 그녀의 손을 골프채 그립 주위로 이끈다. 믿기지가 않네. 네겔리는 생각한다.
그냥 카메라를 내리고, 미소 짓고,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흔들어 인사한다. 한쪽 엄지손톱을 물어뜯지만 초승달 같은 손톱 끝은, 제기랄, 뜯길 생각이 없다.
아직 추측의 영역에 있는 문제가 여기서 지금 빨리 둘 사이에 해명될 수 있기라도 하다는 듯이. 그는 바닥없는, 노란, 떨리는 무기력의 감정에 사로잡힌다.
그녀는 아마카스가 다가오자 바로 그에게서 손을 뺀다. 네겔리는 자신의 손을 바라본다. 손 안쪽이 완전히 축축하고 끈끈하다.
그는 부들부들 떨면서 침대 위에 벌거벗은 몸을 뻗고 누워 있는 마사히코와 이다의 기괴한 환상극을 관찰한다. 그는 보고 보고 또 본다. 이다의 굴종적 비명 속에서 ? 입 속에 쑤셔 넣은 하얀 아마포 조각이 그 소리를 억제한다 ? 마사히코가 마침내 그녀 위에 올라간다.
그들이 함께 내는 이 뻔뻔하고 구역질 나는 신음소리, 그것을 바라보는 자의 이 굴욕. 구멍에 대고 있는 그의 눈 속 담청색 홍채에 방 안의 광경이 비쳐, 마치 그의 시선 자체가 이 혐오스러운 장면을 만들어 내는 영사기인 것만 같다.
그는 셔터를 당기고 필름 카트리지가 슬랩스틱과 비극이 뒤엉킨 이 조야한 혼합물로 꽉 채워질 때까지 기다린다. 마사히코와 이다의 비명을 재생할 수 있는 사운드트랙이 없는 것에 이루 말할 수 없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끔찍한 상상이 그렇지 않아도 이미 타격을 입어 쇠약해진 신경에 극도의 고통을 가한다. 마치 신경이 산(酸) 속에 푹 담긴 느낌이다.
그는 잊어버리고 모자를 빌라에 두고 왔다. 저런, 기막히게 상징적이네.
네겔리는 고개를 들고, 침을 꿀꺽 삼킨다. 여린 눈물 두 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주인 여자는 공개적인 감정의 분출에 민망해하며 바닥을 내려다본다. 마음씨 좋은 작가는 식탁에 앉아서 안경을 벗고, 주인 여자에게 사케와 잔 두 개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한다.
신의 저편에서 울리는 그 커다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요지부동의 농밀한 남성적 정력으로 자살에 대한 굳은 결의를 품고 이를 신념으로 삼은 자뿐이다.
네겔리는 노래하는 피의 합창이 귀에 쟁쟁히 울리는 가운데, 주먹을 움켜쥐고 의자에서 일어나 주인 남자를 거칠게 밀친다. 그러고는 입구에 가만히 놓여 있는 짐을 집어 들고, 잠겨 있지 않은 미닫이문을 격하게 열어젖히며 거리로 나간다. 나가자. 무조건 여기서 떠나자.
하늘은 구름 한 점 없고, 태평양은 평화롭다. 증기선의 스크루가 대양 속에서 단조롭게 돌아간다. 마치 수족관 속에 들어 있는 거품기 같다.
공은 벌써 쌩하고 총알처럼 창공으로 날아가고, 결국에는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게 되어 아무 의미도 없이 저 멀리 바닷속에 빠져 버린다.
귀를 먹먹하게 하는 멜랑콜리한 증기선의 고동 소리가 출발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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