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헬렌에게 A가 은연중에 가졌고, 나는 잊어버린 것을 주려고 했다. 기계는 소녀의 마지막 비밀만을 갖지 못한 거였다. 그것만 있었다면, 소녀처럼 쉽게 살 수 있었을지도. 나는 헬렌의 교육을 거꾸로 하고 있었다. 반복에 의해 도달할 수 있는 모든 결정적 이론을 나열했다 하더라도, 그녀가 필요한 진실을 얻지 못했을 거다. 이제 헬렌에게 종교적인 신비, 인식의 신비에 대해 알려 줄 때였다
영혼에 붙어 있는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그 동물이 얼마나 두려움에 떨고, 얼마나 버림받았는지, 헬렌은 영혼에 붙어 있는 눈을 통해서 봐야 했다. 그녀에게 그 놀랍도록 평범한 얘기를 해 줘야 했다. 어떻게 선택된 인간의 몸이 공포에 떨고 있는 천상의 존재를 우연히 만나는지, 어떻게 스스로 시간과 시간 너머에 있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는지.
세상이 어지럽고 혐오스러운 곳이라는 것도 인정했다. 저녁 뉴스가 다 사실이라고. 삶은 거래, 중독, 성폭행, 착취, 인종 혐오, 인종 청소, 여성 혐오, 지뢰, 기근, 산업재해, 거짓, 질병, 무관심이라고 인정했다.
애정은 자신을 속여야만, 끈기가 중요하다는 듯이 계속해야만 한다는 걸. 삶은 말로 담는 행위만으로 신용이 떨어진 무의미한 공식 같았다. 침몰을 더 참혹하게 만드는 구조선의 윤리 같았다.
"우리가 전능하신 신을 얘기할 때 분노한 고통받는 이들 중에 얼마나 많은 이가 자신의 근심의 바닥에서 뛰쳐나와 미약한 신을 구하러……." 이 구절을 헬렌에게 들려줄 생각이었다. 우리가 정신으로 살아야만 한다면, 우리가 신과 같은 일을 할 수만 있다면, 헬렌도 아마 연민을 느끼며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얘기할래?" "뭐에 대해서요?" 내가 영원히 도망칠 기회를 주면서, 헬렌이 말했다. "신문에 대해서. 네가 읽은 것에 대해서." 우리 행동의 기록에 대해서.
육신에서 정신으로 오른 자는 추락을 안다. 그 단어는 세상을 뛰어넘고,그리고 빛으로 가득하다.*
왜냐면 당신은 세상의 연약하고, 변화하는 명사다움을 몸으로 담아냈기 때문에. 죽음으로 돌아가는 모든 순간적이고, 명료하고, 기억하는 것들이 담긴 몸이기 때문에. 왜냐면 당신은 아직도 믿고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왜냐면 난 내가 보는 걸 당신에게 얘기해 주지 않고 등을 돌릴 수 없기 때문에. 당신에게 매일 밤 자기 전에 얘기만 할 수 있다면, 정치도 참아 내고 심지어 이 처절한 차별도 견딜 수 있기 때문에. 당신이 눈을 찌르는 머리카락을 두 손가락으로 올리는 모습 때문에.
그녀가 내 나이가 되고, 나는 미래의 자아가 이끄는 어떤 곳으로 사라진 뒤, 이 성급한 고백이 그녀에게 무슨 의미가 될 것인가? 즐거움, 호기심, 불안감. 이 모든 걸 지어냈다고 의심할지도 모른다. 아마도 분명히, 그녀는 다 잊어버릴 거다.
누구도 다른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 어쩌면 우리가 뭔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에요. 그따위 상투적인 말은 안 할게요."
그녀가 내게 감정을 가질 거라는, 마지막 눈에 반한 사랑일 거라는, 내 어리석은 희망의 찌꺼기는 별게 아니라, 그건 바로 타인에게 인정받는 거라고. 나는 A가 내 위치를 측량해 주고 말해 주기를 원했다.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여기 사는 것이라고 동의해 주기를.
우리는 둘 사이에 있었던 그 어느 것보다 평화로운 침묵에 잠시 빠졌다. 마지막 페이지 다음에 오는 평화.
아마도, 나를 사랑했을 거다. 그녀에게 상기시켰다. 그녀는 절대로 느끼지 못했던 쌀쌀한 저녁을. 그녀가 한 번 가 본 적 있다고 생각하는 어떤 곳을. 무엇보다 우리가 닮을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사랑한다. 나는 그녀에게 세상에 대해 전부 얘기해 주었지만, 정작 내가 그녀를 어떻게 느끼는지는 얘기하지 않았다. 그녀가 떠나지 않게 했을 그 느낌을.
헬렌은 트롤럽과 리처드슨의 전집을 읽었다. 브론테와 트웨인이 가장 허무주의적일 때 쓴 작품을 읽었다. 조이스가 가장 이해할 수 없도록 난해할 때, 디킨슨이 가장 포용적으로 물러설 때. "제대로 뽐낼 기회를 주시라고요."
대기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당신입니다. 두려움을 느끼거나 격려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죠. 당신은 사물을 손에 쥘 수 있고, 부서뜨릴 수 있고, 고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전 여기서 단 한 번도 편하지 않았습니다. 이도 저도 아닌 중간에 떨어지기에 이곳은 끔찍한 곳입니다.
페이지 하단에 내가 가르쳐 준 말을 덧붙였다. 내게 읽어 달라고 그녀가 요구했던 편지에서 베낀 말이었다.
잘 지내요, 리처드. 나 대신 모든 걸 보세요.
외로움 때문이지." 그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자신의 말에 동의하는 듯이 보였다. 맞아. "대화 상대가 필요해서지." 렌츠가 의자를 뒤로 젖혔다.
나는 사람들을 위한 수많은 이야기를 찾은 거였다. 시간을 연속된 이야기에 맞출 수 있다는 이야기. 기계가 말하도록 가르칠 수 있다는 이야기. 기계가 무슨 말을 할지 걱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 세상의 끝없는 사물에 이름이 있다는 이야기. 다른 사람의 감옥 사진이 나를 탈옥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 우리가 한 번 이상 사랑할 수 있다는 이야기. 그 한 번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
은유는 자기를 만들어 낸 모형 제작자를 이미 만든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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