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내 말을 믿지 않는다는 사실을! 눈곱만치도 믿지 않는 겁니다! 여러분 잘못이 아니고 내 잘못이며, 주제넘게 나설 필요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당신은 그 돈이 베르호프쩨바 양의 돈이라는 사실을 누군가에게 스스로 고백한 적이 있다는 증거도 있습니다
당신들께 충심으로 반복해 말씀드립니다만, 전 오늘밤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람은 비열한 인간으로 사는 것도 불가능한 노릇이지만, 비열한 인간으로 죽는 것도 불가능한 법입니다……. 아니, 여러분, 정직하게 죽어야만 하는 겁니다!」
결국 당신은 자신의 비밀에 대해, 당신의 표현대로 그 〈수치스러운 돈〉에 대해 우리들한테 밝히셨습니다. 그렇지만 본질적으로 ─ 물론 상대적인 이야기가 되겠습니다만 ─ 그 행위, 즉 타인의 3천 루블을 착복한 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순간적인 착복에 불과하며, 적어도 내 판단에 의하면 그것이 고매한 인격의 문제일 때는 상당히 경솔한 짓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당신의 성격을 고려한다면 그다지 수치스러운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빗줄기는 푸른빛이 감도는 작은 유리창을 사정없이 때리고 있었다. 창문 바로 밑에는 질퍽거리는 길이 보였고, 저편 너머에 일렬로 늘어선 거뭇거뭇하고 초라하며 볼품없는 농가들은 비 때문에 한층 더 시커멓고 초라하게 보였다
그건 복수심 때문에, 복수의 쾌감 때문에, 나에 대한 멸시감 때문에 주는 것일 겁니다. 왜냐하면 그 여자는 악마에 홀린 여자, 적개심이 불타고 있는 여자이니까요!
악마에 홀린 내 마음속의 모든 것을 이제 다 털어놓겠습니다. 하지만 그건 여러분들이 수치심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섭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은 인간의 복합적인 감정이 어느 정도까지 비열해질 수 있는지 깨닫게 되면 충격을 받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몰이해에 나는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군요! 내가 가슴에 그 1천 5백 루블을 꿰매 가지고 다니는 동안, 나는 매일 매시간 〈너는 도둑놈이야, 너는 도둑놈이야!〉 하고 스스로 되뇌었던 것입니다.
「그건 비열함 때문에, 다시 말해서 어떤 계산 때문에 따로 떼어 놓은 것인데, 이런 경우 계산이란 다름 아닌 비열함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비열함은 꼬박 한 달 동안 계속되어 왔던 것입니다!」
「이젠 잘 판단하십시오, 드미뜨리 표도로비치. 한편으론, 문이 열려 있었고 그 문으로 당신이 도망쳤다는 증언은 당신과 우리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합니다.
결국 나는 가슴에서 그 저주스런 돈을 떼내어 탕진하고 말았으니, 이제 진짜 도둑놈이 되고 만 것이라는 그 저주스러운 생각에 비하면 모두가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었다고요
당신의 입장은 너무나 끔찍스러웠다고 했는데, 어째서 그녀한테 사실대로 밝히고 좋은 생각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는 지혜를 모색해 보지 않으셨습니까? 다시 말해서 왜 그녀한테 솔직히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필요한 금액을 요구하지 않은 겁니까?
그녀를 찾아가서 변심한 내 심경을 털어놓은 다음에 그 변심한 마음을 실행하기 위해서, 거기에 필요한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변심한 마음으로 그녀에게, 까쨔에게 돈을 구걸해서는(구걸하는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구걸하는 거라고요) 다른 여자와, 그녀의 연적과, 그녀를 증오하고 모욕한 여자와 함께 곧바로 도망쳐 버리다뇨
자신을 도둑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지난 한 달 동안 성깔을 부려 왔고 술집에서 싸움을 벌여 왔던 것이며 아버지를 때리기도 했던 것입니다! 나는 내 동생 알료샤에게조차 이 돈 1천 5백 루블에 대해 감히 이야기할 마음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누구한테서 강탈한 것〉이냐는 말씀을 하고 싶으셨겠죠? 이제 솔직히 이야기하겠습니다. 물론 나는 그 돈을 강탈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원하신다면 〈착복했다〉고 하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내 판단으로는 역시 강탈한 돈입니다. 어제 저녁 이후로 완전히 강탈한 것이 되고 말았으니까요.」
난 그런 결정적인 차이점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모두가 비열한 인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모두가 비열한 인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여러분들을 괴롭히기만 하고 중요한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군요. 진작에 설명했더라면 그 이유가, 그 이유가 다름 아닌 치욕 때문이란 사실을 여러분들도 금방 이해하셨을 텐데 말입니다! 아시다시피 죽은 내 아버지가 개입되어 있는데, 그는 아그라페나 알렉산드로브나를 내내 현혹시켰고 그래서 나는 질투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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