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중 열린책들 세계문학 30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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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내 말을 믿지 않는다는 사실을! 눈곱만치도 믿지 않는 겁니다! 여러분 잘못이 아니고 내 잘못이며, 주제넘게 나설 필요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당신은 그 돈이 베르호프쩨바 양의 돈이라는 사실을 누군가에게 스스로 고백한 적이 있다는 증거도 있습니다

당신들께 충심으로 반복해 말씀드립니다만, 전 오늘밤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람은 비열한 인간으로 사는 것도 불가능한 노릇이지만, 비열한 인간으로 죽는 것도 불가능한 법입니다……. 아니, 여러분, 정직하게 죽어야만 하는 겁니다!」

결국 당신은 자신의 비밀에 대해, 당신의 표현대로 그 〈수치스러운 돈〉에 대해 우리들한테 밝히셨습니다. 그렇지만 본질적으로 ─ 물론 상대적인 이야기가 되겠습니다만 ─ 그 행위, 즉 타인의 3천 루블을 착복한 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순간적인 착복에 불과하며, 적어도 내 판단에 의하면 그것이 고매한 인격의 문제일 때는 상당히 경솔한 짓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당신의 성격을 고려한다면 그다지 수치스러운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빗줄기는 푸른빛이 감도는 작은 유리창을 사정없이 때리고 있었다. 창문 바로 밑에는 질퍽거리는 길이 보였고, 저편 너머에 일렬로 늘어선 거뭇거뭇하고 초라하며 볼품없는 농가들은 비 때문에 한층 더 시커멓고 초라하게 보였다

그건 복수심 때문에, 복수의 쾌감 때문에, 나에 대한 멸시감 때문에 주는 것일 겁니다. 왜냐하면 그 여자는 악마에 홀린 여자, 적개심이 불타고 있는 여자이니까요!

악마에 홀린 내 마음속의 모든 것을 이제 다 털어놓겠습니다. 하지만 그건 여러분들이 수치심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섭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은 인간의 복합적인 감정이 어느 정도까지 비열해질 수 있는지 깨닫게 되면 충격을 받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몰이해에 나는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군요! 내가 가슴에 그 1천 5백 루블을 꿰매 가지고 다니는 동안, 나는 매일 매시간 〈너는 도둑놈이야, 너는 도둑놈이야!〉 하고 스스로 되뇌었던 것입니다.

「그건 비열함 때문에, 다시 말해서 어떤 계산 때문에 따로 떼어 놓은 것인데, 이런 경우 계산이란 다름 아닌 비열함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비열함은 꼬박 한 달 동안 계속되어 왔던 것입니다!」

「이젠 잘 판단하십시오, 드미뜨리 표도로비치. 한편으론, 문이 열려 있었고 그 문으로 당신이 도망쳤다는 증언은 당신과 우리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합니다.

결국 나는 가슴에서 그 저주스런 돈을 떼내어 탕진하고 말았으니, 이제 진짜 도둑놈이 되고 만 것이라는 그 저주스러운 생각에 비하면 모두가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었다고요

당신의 입장은 너무나 끔찍스러웠다고 했는데, 어째서 그녀한테 사실대로 밝히고 좋은 생각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는 지혜를 모색해 보지 않으셨습니까? 다시 말해서 왜 그녀한테 솔직히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필요한 금액을 요구하지 않은 겁니까?

그녀를 찾아가서 변심한 내 심경을 털어놓은 다음에 그 변심한 마음을 실행하기 위해서, 거기에 필요한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변심한 마음으로 그녀에게, 까쨔에게 돈을 구걸해서는(구걸하는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구걸하는 거라고요) 다른 여자와, 그녀의 연적과, 그녀를 증오하고 모욕한 여자와 함께 곧바로 도망쳐 버리다뇨

자신을 도둑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지난 한 달 동안 성깔을 부려 왔고 술집에서 싸움을 벌여 왔던 것이며 아버지를 때리기도 했던 것입니다! 나는 내 동생 알료샤에게조차 이 돈 1천 5백 루블에 대해 감히 이야기할 마음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누구한테서 강탈한 것〉이냐는 말씀을 하고 싶으셨겠죠? 이제 솔직히 이야기하겠습니다. 물론 나는 그 돈을 강탈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원하신다면 〈착복했다〉고 하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내 판단으로는 역시 강탈한 돈입니다. 어제 저녁 이후로 완전히 강탈한 것이 되고 말았으니까요.」

난 그런 결정적인 차이점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모두가 비열한 인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모두가 비열한 인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여러분들을 괴롭히기만 하고 중요한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군요. 진작에 설명했더라면 그 이유가, 그 이유가 다름 아닌 치욕 때문이란 사실을 여러분들도 금방 이해하셨을 텐데 말입니다! 아시다시피 죽은 내 아버지가 개입되어 있는데, 그는 아그라페나 알렉산드로브나를 내내 현혹시켰고 그래서 나는 질투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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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중 열린책들 세계문학 30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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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들은 현명한 사람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법이니까.」

나는 그에게 아무런 짓도 하지 못한 채 그는 지금 나를 비웃고 있을지 모르며, 어쩌면 영영 잊어버려서 조금도 기억하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 때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마룻바닥에 쓰러져 새벽까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몸부림을 쳤어요

세상에는 그걸 본 사람도, 알고 있는 사람도 없지만, 밤마다 어둠이 찾아 들면 나는 5년 전과 마찬가지로 어린 소녀처럼 이빨을 갈며 눈물을 흘리곤 해요

〈난 비열한 걸까, 그렇지 않은 걸까, 그 사람에게로 달려가게 될까, 그렇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다니, 나 자신도 믿어지지가 않아요.

「화내지 말게. 자네는 모욕을 당한 것이 아니니 화내지 말라고. 자네도 지금 저분 말씀을 들었겠지? 한 인간의 영혼에게서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할 수는 없는 법이야. 그러니 조금 더 관대하게나…….」

「정말 용서하고 말았군요. 정말 비열한 심사예요! 나의 비열한 심사 때문에!」 그루셴까는 곰곰이 생각에 잠기며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갑자기 식탁에서 술잔을 들어 단숨에 들이키더니 빈 잔을 높이 쳐들어 바닥에 내던졌다. 술잔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박살났다. 그때 그녀의 미소에는 잔인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알료셰츠까, 미쨔 형님께 작별 인사를 부탁해요, 그리고 나를 사악한 나쁜 여자로 생각하지는 말라고 말씀드려 주세요. 또한 그분께 내 말씀도 전해 주세요. 〈그루셴까는 형님 같은 훌륭한 분이 아니라 비열한에게 몸을 맡겼다!〉고.

「〈예수께서 하인들에게 《그 항아리마다 모두 물을 가득히 부어라》 하고 이르셨다. 그들이 여섯 항아리에 물을 가득 채우자 예수께서 《이제는 퍼서 잔치 맡은 이에게 갖다 주어라》 하셨다. 하인들이 잔치 맡은 이에게 갖다 주었더니 물은 어느새 포도주로 변해 있었다.

그분의 음성, 조시마 장로님의 음성이다……. 나를 이렇게 부르시는 걸 보면 그분이 틀림없어. 장로가 알료샤의 팔을 끌어당겨서 알료샤는 무릎을 펴고 일어서지 않을 수 없었다.

왜 나를 보고 놀라는 거냐? 나는 파 한 뿌리를 적선했고, 그래서 이 자리에 있는 건데.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많은 사람들도 단지 파 한 뿌리씩, 단지 조그만 파 한 뿌리씩 적선했던 사람들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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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번도, 단 하루도 그녀의 친구였던 적이 없어. 자존심이 강한 여인에게 나의 우정 따위는 필요 없으니까. 그녀는 끊임없는 복수를 위해서 나를 잡아 두었던 거야

미리 알아 두실 것은, 나와 그 애는 그전에도 매일 저녁 지금 당신과 걷고 있는 이 길로, 우리집 쪽문에서부터 울타리 옆 길가에 고아처럼 외로이 서 있는 저 큰 바위까지 산책을 다녔다는 점입니다.

그 애가 머릿속에서 무슨 궁리를 했는지? 그 애는 밤낮으로 복수의 칼을 갈면서, 밤에는 헛소리까지 했던 모양입니다.

그 애가 혼자서 학급 동료 전부를 상대로 분통을 터뜨리며 가슴을 불사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으니, 그 애 때문에 내가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난 그 애가 괴로운 생각에서 마음을 돌리게 된 것이 너무 기뻐서, 말과 마차를 사서 다른 도시로 이사하는 모습을 그 애와 함께 공상하기 시작했답니다.

그때는 바람도 불고 해도 들어가서 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가운데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여 우리 두 사람은 걸어가면서도 처량한 생각이 들더군요

알료샤는 그가 이미 자신을 신뢰하고 있으며, 만약 다른 사람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그가 이런 식으로 〈대화〉를 나누지도 않았을 것이며, 지금 막 자신에게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털어놓지도 않았을 것이란 점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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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9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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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불안정하고 질투심이 많은 인간이었다. 자신이 남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으나 자만에 빠져 그것을 신경질적으로 과장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지요. 사실 그는 내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내가 그에게 양심에 꺼리는 짓을 했지요. 그런데 그런 짓을 하고 나자 곧바로 그가 증오스러워지기 시작하더군요.〉

남편이 자신의 침묵을 높이 평가하며, 그 때문에 자신을 현명한 여자로 여기는 거라고 느끼고 있었다.

그는 아내를 진정으로 사랑했고, 그녀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마르파 이그나찌예브나는 어리석은 여자가 아니었고, 어쩌면 자기 남편보다 더 현명한지도 모르며, 적어도 실생활에서는 그보다 분별력이 더 뛰어났다.

마치 고의로 꾸미기라도 한 듯 육손이의 출생, 사망과 때를 같이하여 뜻밖에도 예사롭지 않은 괴이한 사건이 일어났고, 그 사건은 훗날 그가 말했듯이 그의 영혼 속에 〈낙인〉을 찍어 놓았다.

이 불행한 여인에 대한 그의 동정심은 마침내 성스러운 그 무엇으로 바뀌어, 2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변하지 않았고, 혹시 누가 그녀를 헐뜯는 이야기를 비치기만 해도 당장 그 무례한 자에게 달려들 태세였다

누구 못지않게 음탕하고 자신의 색정에는 마치 사악한 벌레처럼 잔혹한 표도르 빠블로비치는 술에 취하게 되면, 말하자면 자신의 내부에서 거의 육체적으로도 느껴질 만큼의 정신적 공포와 도덕적 동요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삶의 어떤 일들에서〉 매우 강인한 성격을 보였으나, 다른 〈삶의 문제들〉에서는 자신도 말하고 있듯이 스스로도 놀랄 만큼 박약한 의지를 나타내곤 했다.

그는 일부러 어릿광대 역을 자청했고, 신사들 사이에서 겉으로는 평등해 보이지만 실상은 완전히 천민 쓰레기에 불과했으므로 그들 앞에 나서서 웃기기 좋아했던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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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주커먼 시리즈
필립 로스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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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기소자와 불기소자, 기결수와 미결수가 한자리에 모여 산들바람이 부는 캘리포니아의 햇볕 아래에서 허튼소리를 내뱉으며 애도하는 동안, 닉슨의 우뚝 솟은 지성은 결국 성조기를 씌운 관 속에 담겨 더는 무제한 권력을 휘두르지 못하게 됐다네

이 나라의 기강을 뿌리부터 흔들었던 자, 엄청난 국가적 재난을 일으킨 자, 미국 역사상 재직중에 저지른 모든 위반과 범죄를 마구잡이로 뽑은 후임자로부터 전면적이고 무조건적으로 사면받은 유일무이한 대통령.

부도덕하기 짝이 없는 영혼을 고상하게 띄우려고 두 작자가 아등바등 꾸며낸 억지 찬사를 들었다면, 그들은 데굴데굴 구르면서 웃었을 거야.

"지구는 핑핑 돌아, 네이선. 시간은 내 편이 아닐세."

세월이 흐르니 강한 애착을 느끼는 사람과 작별하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은 없는 것 같다. 나는 항상 작별을 고하는 순간이 되어야 그 애착이 얼마나 강한지 깨닫는다.

난 내 선택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씌워버렸어. 내 공민의식의 대가를 도리스가 치른 거야. 그녀가 내 고집의 희생자가 되었지…

그게 자신의 신념을 고수하고 포학한 타협의 손길을 거부한 용기가 그에게 안겨준 삶이었다.인생을 개선할 기회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학교가 아닌 어디에서 그런 기회를 잡을 수 있겠나?

최선의 목적을 가망 없이 부여잡고 이제 신기루가 돼버린 건설적인 방향을 향해, 더는 통용되지 않을 공식과 해답을 향해 평생 동안 현실적으로 매진했던 삶.

한쪽에서 배신을 억누르면 결국 다른 쪽에서 배신이 튀어나온다.

"그 삽 때문에 아이라가 스스로에게 지우고, 스스로에게 강요하고, 스스로에게 요구한 그 모든 것. 그 잘못된 사상과 순진한 이상. 아이라의 온갖 로맨스. 녀석은 중요한 사람이 되기를 열렬히 바랐지만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알지 못했네. 녀석은 자신의 인생을 끝내 발견하지 못했어,

이브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한 게 아닐세.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갈망한 남자와 결혼한 거야.

터무니없이 잘못된 노력만 기울였지. 하지만 사람의 오류는 항상 수면 위로 떠오르지,

삶 자체가 오류다.여기에 세계의 본질이 있다. 아무도 자신의 인생을 찾지 못한다. 그게 인생이다."

든든한 느낌, 내가 모든 것에서 독립되어 있다는 만족감을 되살려주는 웃음, 속세를 떠난 사람에게서 마술처럼 나올 수 있는 웃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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